[덕암칼럼] 2022년을 마무리하며
[덕암칼럼] 2022년을 마무리하며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12.30 08: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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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검은 호랑이의 해가 다사다난하게 넘어갔다. 굳이 10대 뉴스로 선정하기 전에 대략만 손꼽아도 3월과 6월에 있었던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는 견해에 따라 기준은 달랐다. 끝으로 핼러윈 참사로 막을 내렸지만, 월드컵 16강 진출 소식도 대미를 장식했다.

노동계에서는 물류대란의 시도가 있었지만 사실상 실패로 끝났고 촛불집회나 보수단체의 맞불도 큰 사고 없이 조용히 넘어갔다. 정계는 민생현안을 겨우 수습했으나 야당 대표에 대한 정조준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팽팽한 긴장감을 더했다. 반면 나라 살림은 빚더미에 올라앉았고 국민들은 반토막 난 아파트 가격에 영끌 족의 한숨만 더해졌다.

코로나19의 후유증으로 힘들었던 자영업자들의 살림은 이제 정부의 재난지원금조차 끊기자 마냥 달라고 조르지도 못하는 시기가 됐다. 이쯤 되면 올해가 그리 녹록하지 않은 해였음을 모두가 공감할 터인데 어찌하든 이 또한 지나가리란 말이 실감난다. 독자들은 올 한해 어떤 해였던가.

로또라도 맞았으면 신바람 났겠지만 비현실적인 기대고 각자가 나름대로의 계획이 있었을 텐데 얼마나 이루었으며 아쉬운 점은 또 없었던가. 무릇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다. 가장 먼저 사지 멀쩡하면 다행이고 마음 고생 크게 하지 않았으면 또 다행이다. 더 바란다면 먹고 사는데 어느 정도 지장 없었고 남한테 돈 빌리러 다니지 않았으면 올해는 괜찮다고 봐야 할 것이다.

집 없는 사람 입장에서 화려한 고층 아파트 불빛이 부러울지 모르나 집집마다 들여다보면 어느 집이나 대출이나 카드빚 없이 사는 집 드물고 마냥 행복한 것 같으나 가족 간의 불화나 지병으로 고생하는 집이 수두룩한 게 현실이다. 그러니 남의 떡이 커 보일 뿐이지 막상 각자의 몸고생, 마음고생은 당사자만 아는 것이다.

필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어떤 현실이든 받아들이고 감내할 줄 아는 인내와 그나마 있는 현실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당사자는 물론 이웃과 사회를 위해서도 좋다는 것이다. 그 어떤 환경에도 불만을 삼고, 원망은 분노를 낳아 불신사회를 조장하는 사고가 난무한다. 국민은 움츠리고 어떤 일이든 몸보다 머리로만 하려 드니 생산 현장은 일손이 없어도 사람 구하기가 그리 힘든 것이다.

주변의 단점을 눈감아 주는 너그러움 보다는 사소한 위법만 보여도 서로 신고하기 바쁘니 배려라고는 손톱만큼도 찾아보기 드문 세상이 됐다. 필자가 일상생활 속에 기대하는 3대 슬로건은 긍정, 열정, 배려였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주는 만큼 받는 것이고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는 말이 있음에도 친절이 호구로 비치고 배려가 의심받는 행동이 되는 세상으로 돌변했다.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하면 박수받아야 함에도 비난과 조롱 내지는 험담의 원인이 되고 심지어 시기·질투의 대상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다 지나간 일이다. 돌아보면 완벽한 삶이 어디 있던가. 나름 한다고 해도 남는 게 아쉬움이고 새해의 야심 찬 계획이 살면서 조금씩 내려놓게 되는 게 현실이다. 2022년 1월 1일 세운 계획이 얼마나 달성되었던가.

필자도 개인적으로 몇 가지 계획을 세웠지만 절반도 못 이루고 한해가 지났다. 그저 남은 게 있다면 1년 365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눈뜰 때부터 잠들 때까지 움직인 동선과 만난 사람들과의 입담, 그리고 천 원까지 꼬박꼬박 적어가며 돈의 입출금을 관리하던 일기장뿐이다. 이사 다니다 분실하고 불타 없어진 일기를 빼고 나니 올해로 42권 중 34권만 남았다.

12월 31일 마지막 날을 기록하며 2023년 다이어리를 펼치니 한 해 한 해가 이리 빨리 갈 수가 없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굳이 한 가지 더 남은 게 있다면 매주 5회씩 작성한 덕암 칼럼인데 밥은 건너도 글을 건넌 적은 없었다. 대충 건수로만 치자면 250건 정도에 원고 분량으로 치자면 3,300매 가량 된다.

적게 잡아도 20년은 썼으니 6만6,000매는 될 것이고 알아야 쓰는 것이니 12만 장의 분량은 뒤지고 공부해야 쓸 수 있는 분량이다. 뭐 그리 할 말이 많았는지 돌아보면 씁쓸한 미소만 지어지지만 대한민국 사회의 모든 분야를 총망라해서 단면을 볼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어느 정당에도 줄서지 않았고 아닌 건 아니라고 지적하는 반면 대안도 병행하여 현 세대가 안 되면 후세라도 참고할 수 있는 작은 손거울 이고자 했다.

문득, 선운사에서 전해온 말이 더욱 실감나는 한해 였다. 말해야 할 때 말하고, 말해서는 안될 때 말하지 말라, 입아 그렇게만 하여라, 입바른 소리를 해야 할 때 침묵하는 것이 글 쓰는 사람의 가장 큰 죄라 여긴 대가는 혹독했다. 지적하면 반성을 하는 것이 인지상정임에도 적반하장으로 고소·고발을 일삼아 법정에서 설명을 해야 하는 곤욕을 치르게 하고 무죄 판결이 나오면 다시 다른 트집으로 자신의 비리를 덮으려 고소하는 파렴치한도 만나는 게 글쟁이의 삶이다.

할 수만 있다면 2023년에는 보다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내용의 글을 쓰고자 하는 게 필자의 소망이다. 늘상 어려운 이웃에 대한 구제의 필요성과 사회의 부패에 대한 지적을 글로 적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새해가 되었으면 한다. 하지만 사람 사는 세상이 세금 걷어 나눠 쓰는 게 정치이고 그러라고 선거가 생겼으며 그 와중에 지친 사람들이 종교를 믿고 신앙심으로 버티는 게 현실이다.

필자가 2022년 한 해 겪은 모든 일들과 만난 사람들의 공감대를 돌아보면 세상을 통하는 길은 역지사지였다. 어떤 일이든 상대방과 입장을 진지하게 바꿔서 생각해 보는 것, 세상을 여는 열쇠이고 자신의 삶에 대한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는 나침반이다. 길 치는 용서해도 방향 치는 답이 안 나온다.

산을 올라가다 길을 잘못 들면 다시 잡을 수 있지만 방향 자체를 잘못 잡으면 일은 커진다. 국민 모두가 현주소를 파악하고 미래에 대한 방향을 잘 잡아간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지구상 어떤 나라보다 큰 희망이 있다고 확신한다. 그 방향에 덕암 칼럼이 이정표가 될 수 있다면 그 만한 영광과 삶의 가치가 어디 있을까. 이 또한 욕심이겠지만 글을 보는 이와 참고하고 적용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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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복수 2023-01-01 08:53:27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