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올해 달라져야 할 것
[덕암칼럼] 올해 달라져야 할 것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1.02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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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새해 첫 업무를 시작하는 날, 당초 글의 제목은 새해 달라지는 것들에 대한 평가였다. 개정 법률안에 따른 국민들의 환경적 변화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달라진 남북한의 경색된 분위기부터 짚어볼 요량이다. 자고로 지도자란 말 한마디에 무게감이 있어야 한다.

폼을 잡거나 온갖 요란한 미사여구를 동원하는 것도 좋지만 보좌진들이 적어준 대로 읽는 것보다 자신의 소신을 정중히 밝혀야 한다. 한 나라의 왕으로서 자국의 백성들을 굽어 살피는 아량도 있어야 하고 어설프게 역모로 역린을 건드린다면 이 또한 강력히 통제하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

남북을 합쳐 7,700만, 각기 다른 정부를 구성하고 있지만 핏줄, 글, 말, 외모, 의복, 풍습과 생활양식, 전통과 음식까지 같은 민족이 휴전이후 70년 동안 평화를 유지하며 이념, 국가관, 생활관이 전혀 다른 시간을 보냈다. 우리 민족의 현재와 미래는 양 국가간 상호 존중과 장점을 교환함으로써 공생의 길을 걸어야 하는 것이지 특정인의 성향이나 기분에 따라 살렸다 죽였다 할 수 있는 개인적 감정의 집안싸움이 아니다.

돌이켜 보면 김대중, 노무현 정부시절 얼마나 퍼줬으며 故 정주영 회장의 소떼 방문이나 최근까지 문재인 정부의 국방감축, 평창 동계올림픽의 화해 무드는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이 왜 틀어졌는지 풀릴뻔 했다가 다시 경색된 이유가 무엇인지 짚어보면 딱하다 못해 가관이다.

누가 누굴 탓하랴. 하지만 전쟁을 아이들 장난으로 부산 광안대교나 한강의 불꽃놀이 정도로 안다면 큰 오산이다. 한국은 지금 당장 전쟁이 난다 해도 그리 어색하지 않을 만큼 내부적 이념대립이나 외부의 군사적 주도권이 불안정한 현실에 처해있다. 오히려 외국에서 한반도 위기를 우려할 만큼 평화의 기반이 탄탄하지 않다는 것이다.

먼저 남북 교류문제는 양 국가가 풀어가야 할 문제지 미·중간의 간섭이나 군사적 전략에 의해 기준점이 흔들려서는 안 될 일이다. 자고로 전쟁이란 명분도 있어야 하고 실익도 있어야 국제사회에서 지켜보거나 돕는 것이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만 보더라도 죄 없는 국민들만 들볶이는 형국이 아니던가.

한반도는 절대 전쟁 안 난다? 임진왜란, 몽골족으로부터 처참히 침략당한 일들부터 일제시대의 암흑기, 그리고 6·25전쟁까지 잠시도 쉴 틈 없이 전란의 요충지가 한반도다. 이제 겨우 70년의 평화 속에 익숙해져 설마라는 안보관을 가졌다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 휴전이후에도 걸핏하면 망태 할아버지가 잡으러 온다고 겁줘서 선거 치른 과거가 있었고 그것도 자꾸 하다 보니 안보 팔이라는 구시대적 발상으로 치부됐다.

이제는 연평도에 포탄이 떨어지든, 천안함이 반쪽이 나든, 대낮에 무인기가 서울 상공을 날아다녀도 그리 와 닿는 게 없을 만큼 무디어졌다. 북한이 아침·저녁으로 미사일을 온 사방으로 쏘든 말든, 북한의 인권과 자유는 그 나랏일이고 당장 내 집 문안에 아무 일 없으면 복도에 개가 똥·오줌을 싸도 치우지 않을 만큼 안일하고 이기적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키오스크로 물건 사는 일이 신기했고, 20년 전만 해도 내비게이션으로 길 찾는 모습이 대단했다. 30년 전에는 무선호출기 일명 삐삐만 차고 다녀도 폼이 나던 나라였는데 이제 일하기도 싫고 시장 보는 것도 불편해 배달민족이 성업을 이루고 있다. 이런 시국에 남북한 지도자의 새해 벽두 청천벽력 같은 발언을 들어보면 새해 달라지는 것들 중 가장 큰 변화가 아닐까 싶다.

이미 엊그제 12월 31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탄두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겠다며 남조선 괴뢰들이 의심한 바 없는 명백한 적으로 다가선 현 상황은 전술핵무기 다량 생산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부각해주고 나라의 핵무기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강 대 강 대결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대한민국을 겨냥한 핵무기 전력 강화가 올해 국방전략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특히 핵무력은 전쟁 억제와 평화안정 수호를 제1의 임무로 간주하지만 억제 실패시 제2의 사명은 분명 방어가 아닌 다른 것이라며 유사시 핵무기를 선제 공격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이에 대해 보란 듯이 2022년 마지막 날과 새해 첫날에 각각 초대형 방사포 3발과 1발을 각각 발사했다. 남한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전술핵 탑재까지 가능하다며 엄포를 놓았는데 이것이 엄포일지 선전포고일지는 두고 볼 일이다. 새해 첫날 서로 안부전화라도 하며 양국의 장점교환에 대해 의논해도 시원찮을 시기에 이 무슨 망언들일까.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의 맞장 대결이 두 사람의 주먹다짐으로 끝날 일도 아니고 한해가 시작되자마자 무력시위에 나선 것이다. 북한은 초대형 방사포 30문이 노동당에 증정됐다고 밝혀 실전 배치됐음을 암시하면서 국제관계가 신냉전 체제로 명백히 전환됐다고 전쟁분위기를 조성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정부를 맡게 되면 버르장머리 없는 건 정신을 확 들게 하겠다고, 남북교류의 방향을 공개적으로 말한 바 있고 지난 무인기 영공 침투에 대해서도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확실하게 응징 보복하라며 핵이 있다고 두려워하거나 주저하지 말고 1대가 내려오면 우리는 2대, 3대 올려 보내고 필요하다면 격추도 하라는 것이다.

특히 이종섭 국방부장관도 국회 국방위에 출석해 확전을 우려해 대응을 주저하면 결국 도발이 계속되기 때문에 확전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로 대응해야 추가 도발을 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을 해석하면 작은 불씨라도 생기면 진화하기보다 보나마나 확산될 것이니 먼저 선방을 놓자는 것이나 진배없다.

서로 여차하면 날리겠다고 으르렁 거리니 목숨 바쳐 한민족을 구한 애국열사들이 하늘에서 뭐라 하시겠는가. 이제 안보 팔이도 안 먹히고 양쪽 정부 힘 합쳐서 강대국 눈치 보지 말고 한반도 지도 대로 기지개 켜는 호랑이가 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막상 판 벌어지면 누가 좋아할까.

유효기간 얼마 남지 않은 무기 팔아야 하는 미국의 군수업체나 굿이나 보고 떡이나 챙길 일본, 아니면 한반도 긴장 분위기 덕분에 먹고사는 사람들일 것이다. 돌이켜 보면 동족상잔의 출발점이었던 김일성의 손자가 지금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고 남한의 절반이 외면한 윤석열 대통령이다.

7,700만 민족의 입장에서 보면 두 지도자 모두 백성 귀한줄 알아야 한다. 그러하니 지금처럼 악담 말고 새해 덕담으로 죄 없는 국민들한테 성군이 되길 바란다. 필자가 새해 바람이 있다면 단군 할아버님 자손들 다투지 않고 화목하게 지낼 수 있도록 타일러 주시고 지금까지의 70년 평화, 700년도 더 가서 70억 이민족의 중심이 되도록 굽어 살펴 주시길 바랄 뿐이다.

그러라고 성군 보내 한글 만들어 주신 것이고 5천년 온갖 시련으로 훈련시키셨던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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