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방탄복 입은 국회의원은 누구?
[덕암칼럼] 방탄복 입은 국회의원은 누구?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1.03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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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요즘 여의도 온도가 겨울 날씨보다 더 싸늘하다. 국회를 출입하다 보면 일반인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산더미 같은 업무에 보좌진들과 머리를 싸매고 나름 지역구와 관련된 민원까지 여간 복잡한 게 아니다. 들어주자니 사람의 욕심이 한도끝도 없고 거절하면 투덜대는 잔소리도 들어야 한다.

작게는 이러하지만 의원실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당리당략도 외면할 수 없고 여·야간의 틈바구니에 마음과는 달리 거수기 역할도 해야 한다. 여차하다간 언론의 소나기도 감수해야 하고 회의 중에 스마트폰 들여다보다가 그 내용이 카메라에 포착되면 일파만파다.

보이지 않는 전쟁터나 마찬가지인데 여의도 금배지 한번 달아보겠다고 현직 시장·군수자리도 팽개치고 평생 펑펑 쓰고도 남을 돈을 가진 기업인도 덤벼드니 그 자리가 대단하긴 대단하다. 그런 자리가 요즘 방탄 국회라는 오명으로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방탄, 말 그대로라면 총알을 막는다는 뜻인데 민원 총알, 예산 확보, 차기 선거대비 상대 후보 파악 등 온갖 총알이 다 날아오는 시국에 어느 날 수사기관의 검사들이 기소하겠다며 형사입건 운운한다. 동료의원들의 감싸기가 당연한 것처럼 표결로 막히니 당초 해당 의원의 범죄성립 여부는 차후 문제가 된다.

그러면 방탄 국회라는 말이 어디서부터 왜 나왔으며 그런 단어가 선출직 국회의원에게 해당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언론에서 떠들어야 일반 국민들도 뭐가 잘못된 것인지 왜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인지 알게 되는 것이며 차기 총선에서 선택의 순간에 참조가 되기 때문이다.

방탄 자체가 정치적 압력이 아닌 개인적 범법 혐의가 있는 국회의원에 대해 회기 중 불체포특권을 이용해 체포나 구속을 막는 행위를 비판적으로 이르는 말인데 여기서 불체포특권이란 말이 나온다. 본래 취지는 국회의원이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 회기 중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되거나 구금되지 않도록 한 제도인데 불체포특권을 개인적인 범죄 은닉에 쓰라고 만든 것인지는 국민들이 알아서 해석할 일이다.

물론 불체포특권은 헌법상 보장된 권리지만 왜 방탄이라는 단어가 나왔는지는 법률적 유권해석의 조항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국회법 제26조에 따라 영장 발부 전 관할 법원의 판사가 체포동의요구서를 정부에 제출해야 하는데 정부가 국회에 체포동의를 요청하면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이를 보고한 후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한다.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한 상황에서 출석의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국회가 동의한 것으로 판단해 해당 국회의원을 체포, 구금할 수 있다. 여기서 과반수, 즉 이미 확보한 의석수가 당리당략에 따른 방향이 미리 설정되어 있다면 옳고 그름은 중요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명색이 국회의원이면 시·군의원이나 도의원보다 더 중요하고 사회적 위치가 높은 자리이자 움직이는 입법기관이라는 말이 괜히 나왔을까.

그런 구성원이 해당 법의 제정 취지를 더 모범적으로 지키지 않고 남용 내지 악용한다면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격이라 할 수 있다. ‘상탁수하부정’이라 했다. 이러니 도의회, 시·군의회가 유사한 행태로 흉내 내는 것이고 모럴 해저드 즉, 도덕적 해이현상이 만연해지는 것이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는 불체포특권이 독재 권력의 탄압에 맞서 의정활동을 벌이는 의로운 저항의 상징이었지만 민주화이후 의원 개인의 비리·범죄에 대한 수사를 막아주는 방탄 막으로 악용되면서 명분도 취지도 무색해졌다. 최근 뇌물 6,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서 묵은 불신이 대외적으로 불거졌다.

여당에서는 보란듯이 침을 튀기며 항변했다. 물론 그래 봤자다. 큰소리만 났지 알맹이가 없다. 같은 의원으로서 언제 다시 그 우물을 마실지 알 수 없으니 가래침까지는 뱉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169석의 더불어민주당이 작심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 대한민국 정치 1번지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진행됐다.

문제는 그러고도 아무 일 없다는 듯 연내 본회의를 마치고 각자 고향으로 돌아가 예산확보 자랑할 생각에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일각에서는 이번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이 얼마후 다가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방탄을 위한 예행연습이라는 비아냥도 세간에 오르내리고 있다.

돌이켜보면 지난 총선때 불체포특권 내려놓기에 대해 많은 후보들이 당연하다는 듯 공약에 앞장섰다. 필자가 직접 인터뷰 하면서 들었던 당선자만 해도 여러 명이다. 공약, 그래서인지 빈 약속이 되고 말았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노웅래 의원의 뇌물수수 현장에 대해 매우 구체적인 정황까지 내놓았다.

사법기관의 최고책임자가 명확한 증거라며 범죄 혐의를 제시했음에도 이럴 정도면 아무 힘없는 일반 국민들이야 오죽하랴. 국회의원은 입법기관이고 행정, 사법은 별개 문제다. 당초 당선때 약속했던 것처럼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개정하는 법안을 발의하여 누가 동의하지 않는지 두고 봤다가 다음 총선에서 표로 심판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고 올바른 길이다.

권한이 있다면 의무도 있다. 헌법 준수의 의무와 청렴과 국익 우선의 의무, 그리고 지위 남용과 영리행위 금지의 의무가 있으며 겸직금지 의무도 있다. 이번 사태는 노웅래 의원이 지위 남용과 영리행위 금지에 관한 위반 여부가 관건이다. 죄가 없으면 당당히 수사 받으면 될 일이지 심기 불편하게 동료의원들까지 욕 먹이는 건 민폐다.

이런 식의 방탄 행위는 의리나 화합이 아니라 단체로 욕먹겠다는 각오를 다진 의지의 표현이다. 국회의원은 그 지위를 남용하여 재산상의 권리와 이익 또는 직위를 얻을 수 없으며 다른 사람이 이를 얻도록 알선할 수 없다. 과연 그럴까. 그렇다고 본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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