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눈먼 돈 먼저 가지면 임자?
[덕암칼럼] 눈먼 돈 먼저 가지면 임자?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1.04 08: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새해 들어 일반 국민들이 잘 알지 못하는 어둠의 공간에 하나씩 촛불을 켜고자 한다. 필요한 돈은 써야겠지만 안 써도 될 돈은 아껴야 하는 것이 돈에 대한 필자의 철학이다. 비단 내 주머닛돈만 돈이 아니고 지역이나 지방의 혈세도 그렇지만 먼저 중앙의 예산지출부터 짚어보자.

일단 본 예산이나 추경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모든 분야에 안 써도 될 돈들이 산적하기에 그 충돌 현장을 찾아보았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시민단체 보조금을 들고 나섰다. 지난 2022년 12월 28일 대통령실에서 발표한 비영리민간단체 보조금 지원 현황을 보면 국민 혈세가 얼마나 줄줄 샜는지가 드러났다.

물론 관련법에 의거 청구했을 것이고 상당한 금액이 법률적 명분을 통해 사용되었겠지만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동안 온갖 민간단체들에게 지원된 정부보조금은 약 22조 4,648억이나 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3조 7,325억원 이었던 보조금은 2021년 5조 3,347억 원으로 늘어났고 이를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의 지급내역까지 찾아내면 더 심각할 것이라는 게 관계 전문가들의 우려다. 간혹 환수 조치하는 것도 있었지만 부정수급에 대한 솜방망이 처분이 오히려 횡령을 조장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계의 지적도 이를 증명했다. 지난 정권 5년 동안 국가보조금이 2조원 증가했는데 문재인 정부 해당 년도 7년 동안 30조원 이상이 지원됐음에도 불구하고 환수금액은 34억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1만 분의 1수준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단위를 낮춰 보면 1,000만원을 썼는데 1,000원을 회수한 비율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부채가 400조 늘어 1,000조를 넘었는데 그 막대한 빚잔치를 하고도 비영리 시민단체들에게 혈세를 쏟아 부었다며 철저히 수사해 시민단체의 민낯을 국민들에게 보고해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야당에서는 시민단체를 향한 정치 감사라며 비판적인 시민단체를 길들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태가 커지자 평소 보조금을 받던 시민단체들도 즉각 성명을 발표했다. 시민사회에 대한 왜곡된 인식에 근거해 친정부·반정부 세력으로 갈라치기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정책에 비판적이거나 입장을 달리하는 단체들의 활동을 견제하고 위축시키려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대통령은 국가보조금이 그들만의 이권 카르텔에 쓰인다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고 보조금을 받던 사회단체에서는 시민단체를 부패세력이나 범죄 집단으로 낙인찍어 수사로 압박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라며 공안 통치라고 주장했다. 양쪽 말이 다르다. 더 나아가 말하자면 일반 국민들은 보조금이 뭔지, 환수 조치나 카르텔이 뭔지도 잘 알지 못한다.

이래저래 세금 걷는 건 어느 나라나 어느 집단이나 당연하다. 돈은 곧 표를 받을 수 있는 원인이 된다. 머릿수로 정치권을 흔들어도 안 되고 표심이 두려워 회초리를 거두어서도 안 된다. 산악회와 동창회를 만들어도 회비가 있는데 국가를 운영하면 당연히 나라에 내는 국세, 지방세, 온갖 세금이 무덤까지 따라 붙는 건 돈을 걷자고 만든 제도다.

세제 개편은 그러한 측면에서 더하면 더했지 덜 걷는 쪽으로 가지는 않는다. 간혹 국가보훈대상자나 재난피해자, 기타 장애인이나 유공훈장 수여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기도 하지만 대다수가 돈 걷는 대상이다. 필요하니 걷는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제대로 쓰인다면 다행이지만 문제는 고기도 먹던 X이 잘 먹는다는 말이 있다.

이미 예산 확보는 방법이 익숙한 국회의원이나 각종 명분으로 차기 연도 보조금 확보에 길이 난 단체는 쉬운 일이지만 이조차 어설픈 봉사단체나 선의로 구성된 집단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다. 보조금 형태의 막대한 예산을 확보한 단체들이 왜 돈이 필요하며 어디에 쓰기에 내가 낸 세금이 흘러 들어가는 것일까.

시민단체 본연의 색깔은 천차만별이다. 보조금 지급 기준도 제법 까다롭고 증빙 과정도 쉽지 않지만 어떤 방패도 뚫는 창이 있다면 어떤 창도 막을 수 있는 방패가 있는 것과 같다. 제 아무리 촘촘하게 예산지급 기준을 마련한다 해도 그 기준에 맞는 요령만 익히면 가능하기 때문인데 이게 오래전부터 맞춤형 지급의 전례가 많았다.

가령, 전년도 지급 예가 있어야 하고 지출의 증빙과 필요성이 기준에 맞아야 하는데, 대부분의 지출 명분이 인건비·사무실 운영비로 지출되지만 이미 관행이 되어 그것을 빌미로 삼기에는 역부족인 세상이다. 모 단체는 직원들 인건비를 넘어 개인의 건강보험료와 국민연금까지 납부되는가 하면 사업비 지원을 원칙 규정을 무시하고 사업비보다 운영비로 더 많은 지원금을 사용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그 비율이 90%를 넘는 단체가 적지 않았다. 이해를 돕자면 해변에 쓰레기 줍는다고 100원을 받아서 행사장 가는 교통비에 30원, 비닐봉지, 집게, 장갑 구입에 40원, 행사용 현수막 제작 10원 행사 마치고 식사비로 10원 쓰고 실제 청소에 쓰이는 돈은 10원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모든 사회단체에 대한 보조금 지원은 사업비의 지원을 원칙으로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일선 담당 공무원은 보조금의 얼마 이상을 운영비로 쓰면 안 된다는 규정 자체가 없기 때문에 운영비로 보조금의 90% 이상을 썼다 하더라도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사회단체에게 시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보조금을 지원하는 근거는 그 사회단체가 공익을 위한 사업이나 시 정책상 필요한 사업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심의위원회가 조례의 원칙까지 무시하면서 매년 특정 사회단체의 운영비를 보조금으로 지급하도록 결정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사회단체에 지급되는 보조금은 국민의 피 같은 돈이다. 걸리면 뱉어내면 되고 안 걸리면 그냥 삼키는 돈이 되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지나도 증빙 못하면 끝까지 회수해야하고 그 시효를 무기한으로 정하여 환수로 그칠 게 아니라 횡령죄로 다스려야 한다.

돈을 받는 명분이 공익에 부합돼야지 예산권을 쥐고 있는 정치인들에게 조아리며 어찌하든 타내기에 본래의 취지조차 망각한다면 이 또한 간접적인 도적질이나 다름없다. 정치인 또한 제 돈도 아니면서 선심 쓰듯 온갖 생색을 내가며 연임의 뇌물로 둔갑하는 예산 편성이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공짜는 없다. 받은 자는 계속적으로 더 받기 위해 준 사람과 박수를 치고 웃으며 사진을 찍어야 하고 때로는 언론에 보도되어 증빙자료가 되기도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