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서서히 시작되는 경제 한파
[덕암칼럼] 서서히 시작되는 경제 한파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1.05 08: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절기상 소한을 앞둔 가운데 차가운 겨울보다 더 살벌한 경제 한파가 서릿발을 드리우고 있다. 지난해 12월 1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현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한파는 예고된 바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김진태 강원도지사 발 금융위기로 인한 돈맥 경화가 지속되며 건설사 연쇄 도산이 현실화하고 있다며 지난 11월말 업력 20년이 넘는 경남지역 도급 18위 동원건설이 부도처리 된 것을 예로 들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동산 시장 침체라는 살얼음판의 상황에서 김진태 강원도지사 발 충격과 정부의 늦장 대응이 자금시장에 충격을 가했다며 레고랜드 자산유동화 어음에 대한 강원도의 지급보증을 철회하며 빚어진 일련의 사태를 지적했다.

연말에 금리가 추가 인상되고, 약 34조 원 규모에 달하는 PF대출 만기가 돌아오면 상황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연쇄도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할 때 선제적 대응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금융 참사에서 어느 누구 하나 제대로 사과나 책임도 없는 시점에 경제위기의 경고음이 되풀이된 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말대로라면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배째라는식 디폴트 한마디로 경제 한파가 시작됐다는 뜻이다. 필자가 그랬다는 게 아니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 말이다. 반대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허언을 했다면 이는 더 큰 명예훼손에 근거 부족의 폄하에 불과하다.

어쨌든 둘 중 하나는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시점이 다가온다. 문제는 그러한 말로 인해 국민들이 겪어야할 경제 한파에 대해 살펴보자. 안 그래도 국제금리가 인상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각종 물가가 날뛰고 있는 시점에 이러한 우려는 새해 들어 서서히 표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대부업마저 역대 최대의 대출 규제 강화에 건설사는 미분양에 돈 빌릴 곳이 없다. 지난해 12월에만 건설사 200곳이 폐업했고 대부업체나 제2 금융권 모두 대출을 중단했다. 급전이 막힌 저 신용자는 아우성치고, 대부업체 이용자도 16%나 급감했다. 금융권의 만기 상환은 다가오는데 대부업은 빚이 늘고 있다.

이제 빚에 내몰린 취약계층은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조차 찾지 못한 채 러시앤캐시도 신규 대출을 중단했고 올해 철수도 고려하고 있다. 시중에는 연리 36% 사채를 구하는 중소 건설사들이 문어 다리를 잘라 먹고 있다. 따라서 올해 상반기 연쇄적인 줄도산은 불 보듯 뻔한 실정이다.

생존게임에 내몰린 건설사들은 천정부지로 인상되는 인건비·자재비에 공사비는 올라가는데 미분양만 쌓였고 PF대출 차환의 길은 막혀버렸다. 대형사도 유동성 위기로 희망퇴직이 늘고 있는 가운데 현재 공사 중인 현장들도 연일 초비상 사태다. 이대로라면 주택공급 시스템 자체가 멈춰 설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규제를 풀어 정상화하지 않을 경우 주택업계는 배터리 없는 시계처럼 멈출 수 있고, 한번 멈추면 재가동에 몇 배의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시공 능력 평가 10위 내 대형 건설사 중 사업계획을 확정한 곳은 한 곳도 없고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8위인 동원건설산업도 대구에 근린생활시설이 대거 미분양되는 바람에 시행사가 파산하면서 연 36% 사채까지 동원했으나 22억 원짜리 어음 결제에 실패했다. B건설은 충남 천안에서 공급한 1,000가구 규모의 아파트 청약에 700여 건이 미달했고, C건설의 전남 함평군에 공급한 아파트는 특별공급과 1순위 청약에서 단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4만7,217가구로 2023년 5만 가구를 넘어 10만 가구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2년 전과 비교해 볼 때 공사비가 20%가량 상승했고 이전에 수주한 공사가 마무리되는 2024년까지 손실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번 막힌 돈줄과 금융당국의 PF 등 부동산 대출의 빗장은 올해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건설사의 한파는 서민들에게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대부업계 1위 업체인 러시앤캐시가 신규 대출을 중단하기로 했고 2024년 대부업에서 철수를 발표하자 제2금융권과 다른 대부업체도 대출 창구를 속속 닫으면서, 생활비 등 급전을 구하는 저소득·저 신용자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위험과 수익성 관리를 위해 부득이하게 신규 대출 취급 중단을 결정했다는 발표는 그나마 기대고 버티던 서민들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법정 최고 금리가 연 20%로 제한된 시점에 대출 금리를 올릴 수 없는 것도 원인 중 하나다.

OK금융그룹은 2024년 6월까지 대부업을 정리하겠다는 계획서를 최근 금융당국에 제출했고, 이미 일부 저축은행 등은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취급을 축소해 온 바 있다. 대부업자들이 빌려준 돈이 2022년 상반기에만 1조 2천억 원 늘었다. 은행과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8천억 원 줄어든 것과 비교하자면 사채 시장이 어두운 경제 한파의 역상승 효과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이제 판도는 담보물 없으면 아예 사채시장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 상황이다. 즉, 없는 사람은 더 힘든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던 채무자들이 제기한 피해 신고 건수가 이를 반증하고 있는데 그만큼 살벌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업 조차 대출 창구를 닫아버리면서 저 신용자가 돈을 빌릴 수 있는 길은 아예 없어지는 것이다.

그동안 대부업체들은 법정 최고 금리가 연 24%에서 연 20%로 인하되면서 대손 비용과 중개 수수료 등을 고려하면 대출은 할수록 손해라는 입장이다. 차 떼고 포 떼고 대출업체가 받아야 할 손익분기점은 적어도 연 26.7%는 넘어야 채산성이 나온다.

이제 시작되는 경제 한파에도 정작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제 날짜 월급 꼬박꼬박 받으며 아무 걱정없이 살 것이고 건설 관련 업계 수 백만에 서민들만 벼랑끝으로 내몰리게 됐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