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전기요금 집중 해부
[덕암칼럼] 전기요금 집중 해부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1.09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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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오늘은 우리가 물이나 공기 없이 살 수 없듯이 전기 없이 살 수 없는 시대에 살면서 적어도 전기의 출처와 유통 그리고 소비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불과 50년 전만 해도 한국은 전기도 안 들어오는 지역이 많았다. 시골로 갈수록 더 심한 편이었는데 필자 또한 어렸을 적 명절날 부모님 손잡고 고향에 가면 호롱불이 어두운 방을 밝히던 시절에 살았다.

한 되가 들어가는 소주병에 석유를 준비했다가 기름을 부어 불을 붙이던 방식이었으니 모든 전자제품은 당연히 구경도 못해 보던 시절이었다. 자연과 어우러진 생활환경이 다소 불편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마당에 피워놓은 짚불 냄새가 구수하게 풍기며 모기를 쫓아내던 정겨움이 있었다.

흔히 “불 꺼라, 전기세 많이 나온다”고 말하지만 전기는 세금이 아니고 돈을 주고 사야 하는 상품과 같으니 전기요금이다. 정부는 전기요금이 인상된다고 밝혔지만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정부가 올린 게 아니라 전력거래소가 올린 것이고 정부가 이를 수락한 것이다. 이제 전기 없는 삶은 상상도 못할 만큼 우리 생활과 모든 사회적 기반시설에 깊숙이 자리매김하고 있다.

얼마를 올리든 짹소리 못하고 내라는 대로 내야한다. 안 그래도 요금을 못내 단전된 가구나 공장들은 점점 더 멀어져 가는 전기 차단 복구에 망연자실한 것이 현실이다. 전기요금 인상은 모든 물가 상승의 신호탄이다. 그런데도 50년 만에 최대 폭의 인상안이 발표된 것이다. 올해 1월 1일부터 전기요금이 9.5% 오르는데 이번이 끝이 아니다.

정부는 내년 2분기 이후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추가 인상을 예고했다. 지난 2022년에도 한전은 kWh당 전기요금을 세 차례에 걸쳐 올려 총 19.3원이 올렸다. 그런데 1월 들어 작년 1년 치와 비슷한 수준의 13.1원을 한꺼번에 올린 것이다. 대충만 계산해보면 한 달 평균 307kWh를 쓰는 4인 가구가 월 4만 6,382원에서 5만 404원으로 약 4,022원 오르는 것이다.

이번 요금 인상으로 한전이 올릴 추가 수익은 7조 원 정도지만 그래도 30조 원대 적자를 면하기에는 부족하다. 계산상 kWh당 51.6원 요금 인상이 필요하기에 이번 인상을 시작으로 kWh당 30원 넘게 요금을 더 올려야 하는데 이를 4인 가족에 맞춰보면 약 6만 원 정도를 내야 한다. 문제는 왜 이렇게 오르는지가 중요하다.

한전이 30조 원대에 이르는 누적 적자를 일반 국민들에게 전가하는 동안 원인이 있을 것이고 좀 더 짚어보면 누군가는 이득을 보지 않았을까 따져보자. 발전에 참여하는 회사들은 남부발전, 서부발전, 동부발전, 한전의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이 공기업으로 생산하고 있고, 민간기업으로는 7개 민간 재벌계열사들.

SK가 3개, GS가 2개, 포스코와 삼천리가 1개씩인데 지난해 상반기에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1조 9천억 원이다. 전력 생산에 쓰이는 석탄·액화천연가스 연료 가격이 올랐다고 하지만 SK나 GS는 계열사가 직접 천연가스를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싼값에 공급받을 수 있으니 한전은 적자를 내도, 민간기업들은 수익이 많은 것이다.

이 밖에 야산이나 호수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전기를 파는 개인도 많다. 한전은 엄연히 전기를 사고파는 기업이다. 한전이 발전사들로부터 전기를 비싸게 사서 전기를 사용하는 소비자에게 싸게 팔고 있기 때문에 적자가 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상승으로 LNG 발전 단가가 높아진 것도 한몫 했겠지만 탈원전 정책도 인상을 거든 셈이다.

간단히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단가를 들춰보면 한전이 작년 11월 기준 1kWh당 약 240원에 발전회사로부터 구입해서 국민들에게 약 116원에 파니 1kWh당 124원씩 적자가 나는 것이다. 그럼 첫 출발점이 어디일까. 물론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다. 2020년 12월 기준 1kWh 당 약 80원이던 가격이 2022년 11월 기준 1kWh 당 약 240원으로 불과 2년 만에 3배 가까이 상승했다.

우리나라에서 전기를 만드는 연료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원자력, 석탄, LNG이다. 최근 7년간 1kWh당 발전 단가를 살펴보면, 원자력은 평균적으로 60원대를 유지했고 석탄은 6년간 평균 80~90원대에서 2022년 약 160원으로 상승했으며 LNG는 6년간 평균 110원대에서 2022년 232원으로 상승했다.

가장 싸게 생산되는 원자력을 탈원전 정책으로 막은 것이다. 전기 생산 과정에 원자재가 올랐다고 비싸게 한전에 넘기니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전력의 도매가격에 상한제를 적용했다. SMP란 시간대 별로 발전 단가가 가장 비싼 발전 원을 기준으로 요금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12~15시는 증유를, 3~6시는 석탄을, 나머지 시간은 LNG를 기준으로 발전 단가가 산정되는데 6~9시경 전기를 생산하는 LNG 발전 단가를 기준으로 요금을 산정한다. 한전 입장에서는 전기가 물건처럼 제조 연·월·일 등 생산 원인이 일일이 적혀있는 것도 아니고 원자력, 석탄, LNG 발전사들 모두에게 LNG 발전 단가 요금을 지불하니 생산원가가 약한 증유나 석탄발전까지 모두 비싸게 주는 것이다.

여기서 전력거래소라는 단어가 나온다. 독자들은 생소하겠지만 한국전력거래소라는 기업은 2001년 설립된 공기업이다. 시장가격을 공급과 수요가 일치하는 선에 맞추어 가격을 결정하고 발전계획을 수립하는 것이고 한전은 배전을 담당하는 회사다.

결론적으로 전기요금은 정부나 한전이 올린 게 아니고 원자재 인상으로 시작된 발전사회사들로부터 출발해 전력거래소를 거쳐 한전으로 가면 이를 공장, 건물, 가정에게 나눠주는 분전 역할을 하는 것이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전기요금이 인상되는 발전사회사부터 원가가 올라 제조비용 대비 단가가 약하다며 인상하니 밀리고 밀려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구조다.

처음 발전소에서 출발할 때부터 220V를 보내는 건 아니다. 생산할 때는 같은 양이라도 낱개 포장을 하면 비용이 많이 드니 묶어서 보내는 것과 같다. 당초 발전소가 765kV, 345kV, 154kV로 구분해서 보내면 이를 한전이 154kV에서 22.9kV로 나누고 다시 380V이나 220V로 분전해서 공장이나 건물, 가정에서 사용하는 것이다.

전기에너지도 자원이다. 아껴 쓰는 국민적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흑자 기업 한전이 왜 적자가 났는지, 전기요금이 왜 오르고 앞으로도 더 올라야 하는지를 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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