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변하는 시대 급변하는 문명
[덕암칼럼] 변하는 시대 급변하는 문명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1.11 0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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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사람이 문명의 발전을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 편리함에 대한 이기적 욕심으로 대기와 토양의 오염은 물론 보이지 않는 도덕과 그나마 지켜오던 양심의 가책마저 실종됐다. 돌이켜 보면 얻은 것도 있지만 잃은 게 훨씬 더 많은 과정이 있었다.

약 30년 전 술에 취해 운전하다 경찰을 만나면 조심해서 다니라는 조언이 전부였고, 왜 간섭이냐고 항의해도 별문제가 아닌 시절도 있었다. 기차는 물론 버스 좌석 뒤편에 재떨이가 당연한 듯 달려있었고 담배 연기가 자욱해도 누구 하나 이의를 제기할 수 없던 날들이었다.

아이를 못 낳는 여자는 사람 취급도 못 받던 시절, 지금의 할머니들은 5남매·7남매 거뜬히 키우며 온갖 가사노동과 농사일까지 해내는 억척스럽던 시절이 불과 얼마 전이었다. 그리고 허리춤에 차고 다니던 무선호출기로 온갖 의사소통을 다할 수 있었고 286컴퓨터 한 대면 첨단 과학에 온 동네가 난리였다.

그리고 10년후 전기선도 없는 데 전화통화를 하는 시대로 저마다 접었다 폈다 하는 휴대전화로 별의별 내용을 전달하는 최첨단(?) 시대가 됐다. 그러나 해마다 달라지는 문명의 변화에 비해 문화적 성숙은 미처 따라주지 못했다. 이때만 해도 운전자들은 지도를 펼쳐가며 어림짐작으로 길을 찾던 시대였다.

간혹 내비게이션을 장착한 차량도 있기는 했지만, 조작부터 상용화되기까지 고가의 장비의 대중화란 그리 쉽지 않았다. 주행 중 길을 물어보는 것이 그리 어색하지 않았던 20년 전. 지금처럼 저마다 스마트폰에 내비게이션을 설치해 국내는 물론 전세계를 손바닥 보듯 볼 수 있는 세상이 되리라곤 상상조차 못했다.

물론 향후 10년 뒤의 변화도 상상조차 못할 미래가 준비되어 있으니 마냥 편리하다고만 볼 수 없는 것이 사람이 문명의 발전을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시대가 올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런 말을 한다. 별 걱정을 다 한다고, 물론 지금의 10대, 20대들이 쉽게 접목되어 일상에 적용하는 일들이 40대 이상의 연령층에게는 엄두도 못낼 일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지금의 70대, 80대 어르신이 현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이 얼마나 될까. 웬만한 매장에는 키오스크가 설치되어 무인 판매가 대중화 되어 있으며 카드나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으로 예약하고 이용하는 시대가 됐다. 연세 많으신 어르신들에게 문명의 발전이 얼마나 불편한 기계에 불과한지 알 수 있는 것과 같다.

무선호출기에서 스마트폰으로 변화하는 폭보다 몇 배나 더 빠른 문명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곧 찾아온다. 이미 기계의 허락없이 출입문을 통과할 수 없으며 기계가 날라주는 음식을 받아먹고 모든 계산 또한 사전에 기계로 선결제 하지 않으면 사용이 불가해진다. 언제부턴가 메타버스, 가상현실이 실제 현실과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실생활에 가까이 다가왔다.

가상세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현실보다 더 피부에 와 닿는 체감을 하게 되니 가상 세계에서 당한 성추행 사건이 실제 법정에서 다뤄지고 있다. 항공기 조종사나 군사 무기를 실험하는 시뮬레이션은 동네 전자오락실에서도 해 볼 수 있을 정도니 더 말해 뭐하랴. 문제는 가상 세계에서 모든 것이 쉽게 원하는 대로 해결되는 성취감을 현실 세계에서 어렵게 노력해서 얻으려 할까.

당연히 답은 아니다. 하나둘씩 현실을 외면하고 점차 확산하는 가상 세계의 편리함에 모두가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이는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이다. 정신 차려야 한다. 일단 언론에서 단어부터 제대로 사용해야 한다. ‘메타버스’란 가상과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와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의 합성어로 사회·경제적 활동까지 이뤄지는 온라인 공간을 뜻한다.

버스킹도 거리에서 공연하는 것을 말하는데 공공장소에서 하는 모든 공연이 버스킹에 속한다. 1860년대 영국에서 유래했다. 스페인어 버스카르다. 고용인을 찾는다는 의미가 있는데 부랑인들이 구걸 대상을 찾는 말로 쓰였다. 뭘 알고나 사용해야 하는데 선거판에 후보들까지 버스킹을 자랑스럽게 떠들고 다닌 적이 있었다.

지난 2022년 10월부터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트위터를 인수하면서 2,000억 달러, 한국 돈 240조를 날려버린 사건이 가상 세계의 불확실성을 입증하는 사례로 남았다. 테슬라 경영을 소홀히 한다는 오너 리스크가 부각하면서 테슬라 주가가 추락한 것인데 가상에 대한 지나친 집착, 현실을 도외시한 대가였다.

음악계에서도 가상에 대한 선호도는 상한선이 따로 없다. 노래는 실제 사람이 부르지만 애니메이션이나 가상의 인물이 대신 인기를 얻는데 그 수위가 상상을 초월한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 주변을 살펴보면 야금야금 기계에게 자리를 내준 인간들의 무식한 유식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제 고속도로 통행권은 하이패스가, 열차 승차권은 온라인 예매로, 심지어 동네 편의점도 무인 판매로 변해가니 사람들 설자리는 점차 사라질 판이다. 은행도 자동이체로, 병원도 원격진료로 변해간다. 24시 무인발급기가 있어 하루 종일 민원인 몇 사람도 없는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은 졸고 있거나 게임에 시간을 보내며 창구를 지킨다.

물론 이 마저도 얼마 못 가서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얼마 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3’에 국내 스타트업 150여 곳이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가상 피팅·의학용 카메라 등 신기술이 선보였는데 실제 물건을 구매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구매한 것과 똑같은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가상 세계에서 실제 구매자의 기호에 맞는 물품이나 의류를 입어보지 않고도 착용한 것과 같은 효과다. 특히 닥터 클로버라는 카메라는 환자가 귓구멍, 콧구멍, 구강 내 치아와 항문까지 자신의 상처부위를 사진이나 영상으로 전송해 진료를 받는 경우다. 지금 추세라면 병원 원무과에 접수를 하고 전문의를 기다려야 하는 촌극은 옛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의료진이 환자를 상대하는 입장 또한 지금 같지는 않을 것이다. 뿐일까, 변호사의 오랜 자만이 가져온 불신으로 이제 원고·피고들이 직접 준비 서면이나 답변서를 작성하는 시대가 됐다. 온라인에 확산하는 답변 내용이나 대법원 판례를 보면 그 대단한 일이 평범해지고 있다. 이 정도면 독자들도 미래에 적응할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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