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아이티 지진 12년 현재의 모습은
[덕암칼럼] 아이티 지진 12년 현재의 모습은
  • 경인매일 김균식 회장 kyunsik@daum.net
  • 승인 2023.01.12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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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요즘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해외로 공무를 떠나는 게 유행이다. 너도나도 인천국제공항으로 캐리어를 질질 끌고 다니며 동행한 일행들과 온갖 포즈로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다. 물론 남는 게 사진이라지만 명분도 다양하다. 일정을 보면 굳이 안 가도 될 일을 가는 건 아닌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필자가 못 가서 이런 비아냥을 하는 게 아니라 현 시국이 그리 넉넉하거나 먹고 살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며, 이런 지적도 이제 머리에 지진 난다는 말이 실감나는 현실이다. 함께 못 가는 독자들을 위해 오늘은 해외여행을 떠나보자. 굳이 인천국제공항을 가지 않아도 가본 것만큼이나 실감이 나는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여행이라면 관광, 연수, 유학, 취업 등 여러 분야가 있겠지만 이번에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GNP로 살고 있는 빈민 국가 아이티를 가본다. 카리브해 연안에 있는 2022년 기준 인구 1,162만 명의 작은 나라다. 공식 명칭은 아이티 공화국이고 열대성 기후에 대부분이 흑인 계열이다. 종교는 가톨릭이 80%를 차지하고 있고 전압은 110V를 쓴다.

서인도 제도에 있는 섬나라로 고나이브만을 사이에 둔 2개의 반도로 이루어져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남동쪽으로 약 970km 떨어진 지점에 있다. 아이티인 대부분은 1804년 아이티의 독립과 함께 해방된 48만 명의 아프리카 노예 후손들이다. 전체 인구의 1/3 가량이 15세 이하이며, 도시거주자가 인구의 1/2 이상을 차지한다.

관광업은 1980년대 이후 정치적 탄압과 빈곤 상황이 널리 알려지면서 악화하었고 외국 원조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수입과 수출물량 절반가량씩을 담당하는 국가는미국이다. 보건·환경은 극도로 열악하여 수많은 사람이 영양실조를 겪고 있으며 파상풍·결핵·말라리아·위장염 같은 질병에 시달리는 경우도 흔하다.

의사와 의료기관이 매우 부족하며 시골 지역에서 특히 심각하다. 유아사망률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높으며 평균 수명은 남자 54세, 여자 56세로 카리브해에서 가장 낮다. 정규 교사와 적절한 교육기관이 부족해 아이티의 어린이들 상당수가 초등학교도 다닐 수 없다. 아이티는 1949년 9월에 한국을 승인했고 1962년 9월에 수교를 맺었다.

아이티는 한국전쟁 당시에 많은 자금을 한국에 지원했던 국제사회에서 한국에 우호적인 국가이며 북한과는 미수교 상태이다. 어려울 때 신세를 진 한국은 아이티의 경제개발을 협력하기 위해 1987년부터 2015년까지 1,942만 달러를 지원했다. 2007년에는 식수환경개선사업으로 100만 달러, 2008년에는 허리케인 피해복구 비용으로 10만 달러, 2010년에는 지진 발생으로 인한 피해복구를 돕기 위해 1,000만 달러를 지원했다.

2019년 기준, 아이티에는 186명의 재외동포가 거주하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아이티의 수도에 거주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는 2018년 12월 기준 22명의 아이티 국적의 등록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이런 나라가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오늘, 2010년 1월 12일 발생한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아이티 수도에서 남서쪽으로 25km 떨어진 지역을 강타한 최초 진동은 규모 7.0을 기록했고 여진이 잇따랐다. 300만 명 정도가 지진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되었다. 생활필수품이 부족해지자 약탈이 점차 심해졌고 부상이 심각한 환자들이 의료진과 약품 부족으로 방치되면서 추가 사망자가 발생했다.

약 31만 6,000명의 사람이 목숨을 잃었으며 100만 명 이상이 재난으로 인해 살던 곳을 등지게 되었다. 지진은 오후 4시 53분에 아이티의 수도인 포르토프랭스에서 남서쪽으로 25km 떨어진 지역을 강타했다. 지표면으로부터 13km 깊이에서 발생한 이 지진은 진앙지가 매우 얕아 지구 표면에서 느껴지는 흔들림의 정도가 더욱 컸다.

제대로 된 보강재 없이 지어진 건물들은 지진의 파괴력에 산산이 조각나 버렸으며 주민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거나 건물 잔해 속에 가두어버렸다. 생활필수품이 부족해지자 지진 발생후 초반에는 자제되었던 약탈이 점차 심해졌으며, 지진 피해로 무너진 교도소에서 죄수 수천 명이 탈출하자 수도에서의 약탈 행위는 더욱 가혹해졌다.

지진으로 인한 대량 사망자 발생으로 고아가 된 어린이들을 비롯해 지진 발생 이전에 부모를 잃은 고아들까지 학대와 인신매매의 위험에 무방비 상태로 놓였다. 반면 우리나라도 지난 9일 새벽 1시 28분 인천 강화군 서쪽 25km 해역에서 규모 3.7의 지진이 발생했다. 진원의 깊이는 19km로 파악됐고 이는 지난 2022년 10월 29일 충북 괴산군에서 규모 4.1 지진이 일어난 뒤 70일 만이다.

경북 포항에서도 직접 피해가 발생할 만큼 지진은 한반도 곳곳에서 방향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데 아직은 설마 하는 분위기다. 만약 서울 한복판에서 건물이 무너지고 다리가 끊겼다면 아마 몇 달간은 난리가 나고 예산을 퍼부을 것이다. 이래서 사람은 서울로 모이는가 보다. 이제 지진이 남의 일이 아닌만큼 아이티는 그이후 어떻게 수습이 되었으며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살펴보자.

현재 아이티에는 미국이 갱단 폭력과 연료난에 따른 반정부 시위, 전염병 등으로 극심한 혼란에 빠진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 다국적군 파병을 추진하고 있으나 다른 나라들의 호응을 전혀 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가상승 등으로 인한 불만이 수개월째 가중되는 가운데 아리엘 앙리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마저 겹쳐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아이티 인구의 거의 절반인 470여만 명이 기아에 직면해 있다. 만약 대량 난민 사태가 발생하면 어쩔 것인가. 미국은 과거 20여 년간 지속된 아이티 점령과 잔인한 개입 등의 역사로 인한 상처가 아이티 국민들에게 남아 있는만큼 다국적군에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반면 다국적군 파견에 어떤 나라도 참여하지 않고 있으며 아이티 파병을 꺼리는 것은 군대 파견에 대한 보상은 불확실한 반면 위험은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다국적군을 파견해 갱단과의 싸움에서 승리해도 수십 년간 정치·경제 엘리트와 강한 유대관계를 맺어온 갱단을 뿌리뽑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사이 아이티에서는 새로운 ‘대탈출'이 시작될 조짐이 커지고 있다. 섬나라 아이티의 현주소다. 남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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