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
[덕암칼럼]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1.13 0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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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오늘은 서양인들이 불길하게 여긴다는 13일의 금요일이다. 올해 달력에는 1월과 10월 두 번이나 찾아오는데 현재 우리나라 위치는 동양이고 유럽권에서 퍼지는 미신 내지 단순한 징크스라고 볼 수 있다. 같은 사고라도 우연히 이날 터지면 명분을 갖다 붙이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러한 미신들이 아무 근거 없이 과장되는 것도 문제지만 13이란 숫자가 실제 현실에 적용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건물의 4층은 F로 표시하고 간혹 13도 건너뛰어 12층 다음 14층으로 표시하기도 한다. 4층을 대신한 F층은 많이 접했으니 당연한 것처럼 여기면서 13층을 건너는 것은 자주 목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13일에 대한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있지만 말은 말일 뿐이니 독자들이 일부러 의식할 필요는 없다고 하겠다. 하지만 국제적인 사건을 보면 2015년 11월 13일 파리에서 대형 테러가 발생했고 2020년 11월 13일에는 한국의 코로나19가 가장 절정을 이루며 3차 대유행을 겪었다.

자고로 말이란 같은 상황이라도 다른 표현이면 얼마든지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니 혹여 13일의 금요일이 길일이 될 수도 있음을 전제하자. 오늘 13시 13분에 구입한 13줄의 로또가 다음날 횡재를 가져다준다면 길일이다. 이쯤하고 오늘은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의 날’이다.

현재 시민권을 가진 한국계 미국인은 미국 인구의 약 0.56%인 약 182만 명으로 구성되었으며 중국, 필리핀, 인도, 베트남에 이어 다섯 번째로 큰 아시아계 미국인 하위 그룹이다. 자국을 벗어나면 가장 많은 한국인이 사는 외국이 미국이다. 넓은 땅 미국 중에서도 캘리포니아, 뉴욕, 뉴저지, 버지니아, 텍사스, 워싱턴 순이다.

도시로는 뉴욕이 가장 많은 한국인 거주 도시로 나타났다. 이 많은 한국계 외국인 중 입양인들은 얼마나 될까. 저출산으로 고민하는 한국이 한때는 아이들을 외국으로 입양 보내는데 앞장선 기록도 있다. 해외한인재단과 외교통상부의 통계에 따르면 1953년부터 2021년까지 169,000명의 한국 어린이가 미국으로 입양됐다.

요즘이야 세상이 많이 변했지만 2011년 입양 특례법 개정이후 급격히 줄었다. 2020년 기준 한국의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되어 보내지는 순서가 콜롬비아와 우크라이나에 이어 세계 3번째로 많은 나라다. 한창때는 1980년대 10년 동안 6만 5천 명의 아이들이 해외로 보내졌고 이는 총 출생아 중 1%를 넘는 수치다.

한번 떠나면 다시 돌아와도 출생기록이나 입양기관의 명칭조차 제대로 찾을 수 없는 허술한 행정시스템이 성장한 입양아들의 가족 찾기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다시 돌아와도 고국을 원망하거나 부모를 찾으려는 고심보다는 자신의 출처와 근거를 확인하려는 마음이 더 크다고 한다. 개인적인 알권리가 차단된 것이다.

해마다 자신의 뿌리를 찾아 한국을 방문하는 해외 입양인은 수 천 명에 이른다. 사람 사는 게 태어난후 자신의 의지와는 다른 환경에 처하고 성장해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한다면, 그리고 그런 일이 독자들의 입장이라면 어떤 생각이 들까. 부모와 형제들을 어렴풋이 기억하며 DNA에 의존하여 겨우 찾아낸 혈육이라도 본능적인 재회는 뜨거운 눈물이 이를 증명한다.

해외뿐만 아니라 4만 명에 이르는 탈북민들이 그러하고 국내에 같은 지역에 살면서도 안면몰수하고 있는 사람들의 환경 또한 사람 사는 모습이다. 독자들은 행복하다고 자부하는가.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아니라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UN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ustainable Development Solutions Network; SDSN)가 매년 발표한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146개국 중에 59위를 차지했다.

조사 기준을 보면 사회적 지원, 얼마나 오래 사는가, 환경에 대한 선택, 베풂, 돈, 부패지수, 긍정 등 여러 가지 조건이 있는데 핀란드가 5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덴마크, 3위 아이슬란드, 4위 스위스, 5위 네덜란드로 탑5 국가가 선정됐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미국은 16위였고 일본이 54위, 그리고 한국이 59위로 나타났다.

59위, 어찌 보면 씁쓸한 웃음만 나오는 수치다. 분야별로 본다면 경제지수나 기대수명은 그럭저럭 평균 점수를 유지하는데 비해 사회적 선택권과 부정부패에 대한 인식은 낙제점을 받았다. 하기야 선거 때마다 “이건 아니지”하며 선택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이런 점수를 받게 된 원인으로 해석된다.

깊이 들어가 보면 원인은 있다. 서로 합심하여 뭔가를 이뤄내려는 협동보다는 개인적인 이기주의가 만연하고 급할 때 어딘가, 누군가에게 기댈 데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막연하기 때문이다. 반면 1위부터 5위까지 차지한 행복한 나라(?)의 공통점은 유사시 기댈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다.

독불장군이 없다고 했던가. 사람은 사회생활을 하며 혼자서 살 수 없기에 외로움도 괴로움도 나눌 사람이 있어야 한다. 반면 북한은 아예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도 않았고 최악의 나라는 아프가니스탄으로 146위를 차지했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하길 원한다. 건강하게 먹고 사는 것, 걱정없이 가족과 이웃과 화목하게 지내며 밤이슬 맞지 않도록 단칸방이라도 집 한 채 다리 뻗고 누울 자리만 있으면 행복하다.

그 사소한 것이 부족하여 행복지수에서 낙제점을 받고 있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앞서 거론한 것처럼 외국으로 입양되어 자신의 출처도 모를 수 있고 지근거리에 혈육이 있어도 외면하고 사는 일들이 비일비재한 현실이 행복과는 거리가 먼 것임을 알 수 있다. 같은 상황이라도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13일의 금요일이 행운의 날이 될 수도 있고 불행한 한국인보다 더 나은 성장환경이 있는 미국입양이 행운일 수도 있다. 요즘처럼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어려움이 가중되는 현실이 개선될 수 있는 미래를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 모든 국민들이 어떤 어려움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각자의 열정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이 있어야 하며 어려운 가운데서도 이웃과 주변을 살피는 배려가 있는 사회면 된다. 긍정, 열정, 배려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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