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초고령 사회의 신호탄 58년 개띠
[덕암칼럼] 초고령 사회의 신호탄 58년 개띠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1.16 08: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전설의 1958년 개띠, 필자가 오랜 기자생활을 하며 가장 많이 만난 연령대다. 우연일까. 약 25년 전부터 느낀 경험이니 상대방의 나이는 40살 정도다. 사회적으로 한창 겁 없이 설칠 나이고 공무원이라면 계장급으로 실세일 시기다.

베이비붐 세대라고 불리는 이들은 전쟁후 사회적 경향에서 태어난 세대를 말하는데 미국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60년대에 태어난 7,200만 명의 세대를 뜻하는 것이고, 일본도 1947년부터 1949년까지 태어난 806만 명을 뜻하는 것이며, 한국에서도 1955년생부터 1964년 태어난 900만 명을 의미한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14.3%에 이른다. 계산상 이들은 2023년 모든 공직에서 은퇴하고 65세 이상의 어르신이 되는데 국민연금은 물론 온갖 기금이 바닥날 것이라는 우려와 염려를 해야 하는 세대다. 한꺼번에 어르신들이 대거 발생하는 것이며 고령사회로 접어드는 신호탄이다.

나이는 들고 자녀들은 출가·분가하고 나니 황혼 이혼율에 늘어나는 건 반려견의 사회적 위치다. 이미 한 분 두 분 부모는 저세상으로 가고 없고 직장 퇴직후 작으나마 자영업이라도 해보지만, 그마저 신통치 않다. 당장 먹고 사는 것보다 노후 준비에 기대는 경향이 높아 연금 가입률도 높고 감춰둔 비자금도 제법 챙겨둔 세대다.

이들은 요즘 유행하는 2030세대와 현격한 사고의 차이를 갖고 있으며 안방에서 TV를 시청하거나 심지어 라디오 청취에 시간을 보내는 부류도 많다. 간단한 쇼핑이나 인근 공원의 산책, 잘 해야 등산이나 다니며 건강을 우선시하는 세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간혹 골프를 치거나 끼가 남은 계층이면 콜라텍도 다니지만, 예전같이 않은 나이다.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건 여행이다. 바리바리 싸 들고 바다·계곡으로 가기보다 조용한 호수나 단풍이 수놓은 자연 풍경을 그리워한다. 약 20% 정도는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스마트폰을 열심히 들여다보며 SNS 활동을 하지만 이 또한 외로움의 해소 방안일 뿐 답글 없는 카톡이나 문자 메시지에 쉽게 지치는 세대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형제들과 성장했기에 친척이라는 조직과의 추억들이 산적하고 교복과 함께 군정 시절에 교련복까지 입고 다녔으니 어쩌다 시장판을 다니면 발에 밟히는 게 사람이었다. 뿐인가, 어렵사리 공부해 대학에 가려면 입시 경쟁률이 바늘구멍이었다. 그러다 1980년대 들어 세상은 변했고 2000년대에 더 변했다.

이제 2023년 20년 주기로 급변한 대한민국의 현주소는 암담, 그 자체다. 올해 대학 입학 상황을 보면 앞으로 20년 뒤인 2040년경에는 상상도 못할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어쩌면 교육을 기점으로 모든 사회기반 시설이 사라지고 거리에는 베이비붐의 늙은 모습들로 가득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평균 65세가 85세가 되는 시기인데, 연금이 고갈되면 무엇으로 먹고살 것이며 누가 대·소변을 받아줄 것인가. 올해 교육 현장을 엿보면 대략 이러하다. 먼저 지방대는 당장 폐교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실정이다. 정시모집 마감 결과 상당수 지방대가 입시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학교 측은 등록금 면제와 3년간 등록금 반액 등 파격적인 혜택을 내걸기도 했지만, 정부 재정 지원 제한 대학 낙인 등으로 역부족이다.

아예 지원자가 없어 사라지는 전공과목도 한둘이 아니다. 정상적인 학사 운영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다른 과로 전과시키는 현상도 비일비재하다. 학생도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2022년 기준 전국의 고등학교 3학년은 43만 1,000여 명, 2023년 수험생이 되는 2학년은 40만 3,000여 명. 1년 사이 2만 7,000여 명, 6.3%가 줄어든다.

살인적인 경쟁이 시작되었고 대학교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가르칠 학생들을 구하러 다니느라 다리품을 팔아야 한다. 일부 교수들은 노골적인 학생 영입의 잡상인으로 거리에 나서야 했다. 이른바 앵벌이라는 신종 업종이 일부 교수들의 현주소다. 졸업생을 배출하는 고등학교 교무실을 찾아가 입시 설명회를 할 수 있도록 신신당부하고 복도에서 기다렸지만 거들떠보지도 않고 만나주지도 않는 고등학교 교사들이 슈퍼 갑이나 마찬가지 입장이다.

때로는 단체 영화관람도 시켜주고 음식 대접이나 동문의 인맥까지 동원해도 부족한 학생 수를 어쩔 것인가. 학교에서는 학생 없는 과목을 폐지할 수밖에 없고 전공과목을 수업하던 교수는 당연히 실업자로 전락하는 것이다. 그나마 사회적 위치도 있고 교수라는 직업이 하루아침에 날아가면 달리할 것도 없는 실정이라 학교에 발전기금 내라는 겁박도 뿌리치지 못한다.

모 대학에서는 수시 모집 최초 합격자 모두에게 첫 학기 장학금 100만~150만 원씩을 지원하고 노트북도 준다고 홍보한다. 이래도 안 되니 국내에서 학생 유치에 실패한 지방대가 유학생이나 어학연수생으로 빈자리를 채우는 경우도 있는데 취업 비자보다 문턱이 낮은 유학 비자로 들어와 돈을 벌고 싶어 하는 ‘가짜 유학생’이 불법 체류자로 변신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어디 교육뿐일까. 이제 입대 사병 부족에 전문 인력은 모두 복지기금에 길들어 기술이 상실되고 그 자리에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인구가 그냥 줄어드는 게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돈을 버는 경제인구는 급격히 줄고 병들어 의료비를 써야 하는 노인들은 반대로 급증하니 계산상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어떤 미래가 기다릴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한때 국가의 기둥이 되고 주춧돌 역할을 했던 전설의 1958년 개띠. 베이붐 세대의 핵심에서 조국 근대화의 기수였던 세대들의 낡은 지갑은 누가 채워줄지 막연하다. 물어볼 여지도 없이 애물단지로 전락할 것이며 요즘처럼 조선족 간병인이라도 옆에 있어 준다면 행운이다. 대안이 없을까.

줄어든 인구도 문제지만 한 명의 젊은이가 열 명의 노인을 먹여 살려야 하는 미래가 더 문제고 내가 벌어 왜 늙은이들을 구제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젊은이들이 어떤 여론을 형성할지가 문제다. 부모보다 개가 안방을 차지하고 있는데 더 말해 뭐하랴. 경제성 없는 노인을 슈퍼컴퓨터가 폐기처분하라고 명령한다면 거부할 사람이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사람이 먼저라는 인식이 필요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