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돈의 기자수첩] 故 이지한씨 어머니, 눈물과 분노의 ‘공청회’ 질타
[이익돈의 기자수첩] 故 이지한씨 어머니, 눈물과 분노의 ‘공청회’ 질타
  • 이익돈 기자 mickeylee@naver.com
  • 승인 2023.01.16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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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10.29 이태원참사가 발생한지도 두 달 반이 더 지나고 있다. 젊은 목숨 158명을 앗아가고 수많은 부상자와 트라우마에 짓눌리고 있는 수 백명, 그리고 유가족들에 대해 책임져야할 이들의 진정한 사과와 제대로 된 반성도 없는 가운데 17일이면 국회 차원에서 벌여왔던 이번 국정조사는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날 듯하다.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공청회 2번째가 열렸던 지난 12일 오후 국회 공청회장에서는 진술인 조미은씨의 분노와 슬픔에 가득 찬 질타가 이어지고 있었다. 탤런트 故 이지한씨의 어머니이자 유가족대표를 맡은 이종철씨의 아내이기도 한 그녀는 사랑하는 아들을 어처구니없게 잃게 된 회한과 슬픔, 아픔과 분노로 뒤범벅이 된 망신창이 ‘엄마’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52분간 정부의 부재로, 살릴 수 있었던 생명을 잃게 한 이 무책임한 행위에 대해 분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현장에 두 번이나 갔던 용산구청장 박희영은 옆집아줌마 인양 기자들을 맞기만 했고, 현장 상황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으며, 청문회 증인으로 앉아 있으면서도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게 죄송한 마음보다는 직원들이 걱정된다고 하는 등 과연 사람이 할 수 있는 말과 생각인가 의심케 하는 발언을 일삼았습니다”라며 조미은씨는 용산구청장의 그 날 행적과 행태를 꼬집었다.

“용산구청 상황실에 있던 류OO과 정OO, 뒷짐지고 아무 것도 모르는 척 느릿느릿 걸어가던 이임재 용산경찰서장 등은 살인자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고요? 예측, 대비, 대응, 수습 어느 하나 제대로 한 것이 없고, 애들이 한 두 명도 아니고 159명이나 죽었으니까요.” “이태원의 그 상황은 압사 가능성에 대한 예측보고서가 있었음에도~ 알면서도 (예방, 대응조치)행위를 하지 않았으므로 (이들이) 살인자라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라며 참사 책임선상에 있는 이들을 향해 분노의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서 조미은씨는 “85분간 상황 설명만 듣고 「그 시간에 제가 놀았겠습니까?」라는 이상민 장관도 죄를(책임을) 면치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라면서 여당인 국민의힘 국조위원들의 불성실하고 무책임한 태도와 언행에 대해 의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강하게 질책했다. “유가족들이 적인가요? 여야를 떠나서 진심으로 같은 부모로서 조금이라도 돕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왜 우리들에게 당시 현장 상황을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았는지? 왜 부모가 옆에 있었음에도 실종신고를 먼저 하라 하셨는지? 왜 부모가 11를 따라가다 놓쳐 자식을 수소문해서 찾아야 했는지? 왜 조서를 꾸며야 시신을 데려갈 수 있었는지?” 등을 따져 물었다.

덧붙여 조미은씨는 녹사평역 시민합동분향소 바로 곁, 신자유연대에서 “탤런트 새끼 시체 팔이”라는 등 조미은씨 부부와 유가족들을 향해 온갖 비방과 욕설을 폭탄처럼 퍼붓고 있었는데도 방치해왔던 점 역시 꼬집었다. 특히, “경찰 소방인력을 미리 배치하여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고 말한 재난 안전 정책과 대응을 총괄하는 중앙부처인 이상민 행안부장관의 발언과 “참사 당시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의도적인 무대응은 아니었는지 의심하게 하였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유가족의 명단이 없다고 거짓말하고 지원단을 보기에 좋기만 꾸며 놓고 소수의 유가족들에게만 연락하여 개인적으로 카페에서 만나자고 했다”며 정부의 사후 수습에 대해서도 조미은씨는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대통령께도 묻고 싶습니다. ‘새롬이’도 보는 당신을 저희는 접견 신청을 했는데도 왜 못 보는 겁니까? 유가족도 국민이고 참사의 당사자입니다. 참사를 겪은 당사자들을 빼고 허울뿐인 재발방지대책은 과연 압사 다음에 어떤 참사를 막을 수 있을까요?”라고 조미은씨는 질책성 진술을 이어갔다.

“애들이 한 명도 아니고 159명이나 걷다가 죽고 엎어져 압사로 떠난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초대형 참사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건 부모의 입장으로 진실을 제대로 밝혀 달라는 것이고, 윗선에게 책임을 물은 전례가 없다는 말 대신 잘못이 있는 책임자를 철저히 가려 처벌을 해달라는 것이고, 다시는 이러한 참사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 달라는 것입니다”라며,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그 이유 하나만으로 진실만큼은 내가, 우리가 제대로 밝혀야 억울하지 않게 좋은 곳으로 아이들을 보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하며 공청회 진술인으로서 눈물로 진술을 마쳤다.

‘눈물 바다 된 이태원참사 국조특위 2차 공청회’라는 며칠 전 온라인 뉴스 헤드라인과 이재명 대표의 ‘윤 대통령 사과와 이상민 파면 촉구’ ‘이태원참사 유족 눈물 닦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어제 신문 기사의 헤드라인이 새삼 기자의 눈에, 30대 딸을 둔 아버지의 가슴에 깊이 들어오는, 눈 내린 뒤 한파가 몰아 닥친 겨울 아침이다. 추모와 기억,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따라야 재발 방지도 잘 이루어지리라 믿으며 노트북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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