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곡필천벌 직필박해
[덕암칼럼] 곡필천벌 직필박해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1.17 0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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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규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중국의 한비자는 이런 말을 했다. “‘법은 신분이 귀한 사람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라는 뜻의 ‘법불아귀(法不阿貴)’는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아니하고 먹줄은 굽은 모양에 따라 사용하지 않는다”라고.

이는 법이 수임료 많이 주는 의뢰인의 선임에 화려한 변론을 하는 일부 로펌에 흔들리지 말아야 하고 목수가 사용하는 먹줄이 한번 튕기면 모양의 굽음에 관계없이 먹물을 뿌린다는 뜻이다. 법의 형평성과 언론의 정의가 살아있어야 한다는 뜻인데, 어디 세상 일이 말이 그렇지, 현실이 그러하던가.

1988년 탈주범 지강헌이 마지막으로 외쳤던 ‘유전무죄 무전유죄’로 유명한 영화 ‘홀리데이, 2006’에서 지강헌이 경찰과 대치중에 틀어달라고 했던 비지스의 ‘홀리데이’ 음악을 배경으로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공감했던가. 34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돈이 법의 형평성을 기울이게 한다는 이론을 누가 아니라 할 수 있을까.

중국의 고서 춘추의 춘추직필에서 직필은 사람으로부터 박해 받고 곡필은 하늘로부터 천벌을 받는다고 했다. 언론은 입법, 행정, 사법을 두루 관장하는 무관의 제왕이다. 사회에 영향을 끼친다는 뜻이며, 그만큼 펜이 칼보다 강하기에 조심성이 필요하다는 뜻 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필자가 전하고자 하는 말은 돈과 시간과 연필은 쓸수록 줄지만, 말과 글과 술은 가까이 할수록 는다.

전자는 결국에는 바닥을 보지만 후자는 자신과 이웃과 나라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종결된다. 필자는 최근 ‘둔필승총’이라는 말에 대해 한마디 조언을 들을 바 있다. 천재의 기억력보다 둔재의 메모가 낫다는 뜻이며, 무엇이든 적는 자가 살아남는다는 뜻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언제든 어떤 상황이든 영감이 떠오를 때 일단 적으라는 것이다.

기억은 짧지만 기록은 근거를 남기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다산 정약용 선생이 18년간 전남 강진에서 유배 생활을 하면서도 500여 권의 저서를 남겼는데 요즘처럼 PC나 노트북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 많은 책을 어찌 다 적었을까. 원고는 어디서 났으며 그 많은 내용들은 어디서 생겼을까.

전기도 없고 마땅한 시설도 없을텐데 어찌 방대한 양의 저술이 가능했을까. 사람이 하는 일이니 작심하고 덤벼야 할 수 있는 일일텐데 다산 정약용의 위대한 학문은 지금도 우리 조상들이 훌륭한 문화유산으로 손꼽는다. 혹자는 다산의 위대한 학문 뒤에는 체질화된 메모 습관이 있다고 했다.

또 한 분의 예를 들자면 연암 박지원 선생이 작성한 열하일기다. 이 또한 꾸준한 기록의 연속이 남긴 작품이다. 독자들에게도 한번은 권하고 싶은 독서, 열하일기는 그 옛날에도 기록의 장점이 얼마나 훌륭한 결과를 낳았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그러한바 필자는 독자들에게 뭐든지 기록을 하라고 권한다.

먼저 그것을 왜 해, 피곤하게, 그다음 해서 뭐하게, 그다음은 돈이 되느냐 마느냐, 끝으로 누가 알아준다고, 다 맞는 말이다. 안 해도 뭐라 할 사람 없고 반대로 해도 누가 간섭할 일이 아니다. 바쁘다는 것은 자기 합리화이자 변명이다.

하루가 끝나고 잠들기 전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반성의 여지는 없는지 혹여 자신도 모르게 실언을 하거나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는지 돌아보고 그랬다면 재발하지 않도록 기록으로 남기고 날이 밝으면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실수는 용서할 수 있지만 알고도 반성하지 않는다면 실수가 아니라 실패의 시작이다.

이 글 또한 눈에 거슬리겠지만 언제까지 온갖 미사여구에 화려한 카드사진만 볼 것인가. 어떤 일이든 익숙해지면 감각이 둔해지는 법이다. 감언이설의 단맛에 익숙할수록 충고는 쓴 법이다. 현대판 다산 정약용과 연암 박지원은 누구나 될 수 있다. 다만 안 하는 것이지 못하는 것은 아닐진대 기록은 참으로 귀한 것이며 금전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는 경험자로서 전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실제 주변에는 적잖은 사람들이 꼼꼼히 자신의 생활을 기록하는 것을 확인도 했고 들은 바도 많았다. 새해 들어 필자는 덕담과 격려로 한 해를 시작하려 했으나 이 또한 나태함의 극치이자 감언이설에 불과하여 직필로 하늘의 천벌을 피하고자 함이다.

비록 사람의 박해는 받을 수 있고 견딜 수 있으나 작게는 메모이고 크게는 2023년 대한민국의 사회상을 일일이 기록함으로써 현대판 다산이나 연암의 흉내를 내고자 함이다. 언젠가 훗날 후손들이 지금의 시대 상황을 짐작게 하려면 권력에 눈치 보지 않고 중립적 위치에서 당일의 사회 흐름과 행적을 적어야 하는 소임을 다하려 함이다.

필자는 견문이나 학식이 짧아 해가 뜨고 지는 것과 덥고 추운 것을 기록할 수 있으나 사람의 심성은 미뤄 짐작하지 못하니 글의 깊이가 낮음을 스스로 탄식할 뿐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나름 직필이랍시고 썼다가 곤욕을 치른 날들이 많았고 그런 일들이 성가시어 올해는 입 다물고 듣기 좋고 보기 좋은 덕담만 하려는데 그게 성질대로 될지는 장담하지 못한다.

내일 18일 수요일자에 현재 국내 정치인들에게 고하는 사이다 같은 말들이 국민들의 답답한 속내를 시원하게 풀어가는 통로가 되길 바랄 뿐이다. 특정 개인이 원한다고 풀어질 숙제도 아니고 하루 아침에 정치권이 천지개벽이 날 일도 없으니 그저 조금씩 변화하여 지금보다는 나은 미래가 형성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얼마 전 선술집에서 삼삼오오 모인 청년들이 입에 차마 담지 못할 욕설로 현직 대통령을 탓하는 소릴 듣고 저 소리를 한국말을 알아듣는 외국인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가 대략 난감했다. 필자는 특정 정권이나 이념에 편중되는 편향적인 사상가는 아니다.

하지만 집안에는 가장이 있고 나라에는 대통령이 있으며 뼈대 있는 가문의 가훈이 있듯 나라에도 국격이 있는 것일진대 동네 강아지도 아니고 함부로 나라의 대표를 욕한다면 이 또한 자유가 아니라 국민의 수준을 잣대질 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말을 조심해야 한다.

특히 군대도 안 다녀온 대통령이 결사항전이나 선제공격 등 자극적인 말을 함부로 해서는 더더욱 안 될 일이다. 설령 극단적인 상황이 전개 되더라도 국민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말 한 마디에 신중을 기해야 될 일이다. 당사자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지하벙커로 들어가고 60만 대군은 적에게 노출 되어도 된다는 말인가. 유권자 절반의 반대로 당선된 대통령이다. 항상 겸손하고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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