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양들의 방향은 목동이
[덕암칼럼] 양들의 방향은 목동이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1.27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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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새해 명절을 앞두고 불편한 진실들이 각종 집계를 통해 발표됐다. 여러 형태의 통계가 많지만, 최근 발표된 고립, 은둔 청년의 인구수나 명절 날 고향에 가는 비율을 조사한 결과 향후 10년 뒤에는 어떤 명절이 될지 아주 난감하다. 먼저 한창 열정과 미래에 대한 희망, 기대로 부풀어야 할 미래 세대들 즉, MZ세대들의 현주소를 짚어보자.

물론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독거노인 못지않게 심각한 사회병리 현상에 젖어 있음을 확인하는 기록으로 남게 됐다. 해결방안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서울시가 2022년 5월부터 12월까지 전국 최초로 시행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결과 사회적으로 고립·은둔 상태에 있는 만 13∼39세 청년이 최대 13만 명으로 추산됐다고 발표했다.

취업난과 심리적 어려움이 이들을 고립·은둔 상태로 몰고 간 것으로 조사됐다. 알고 계신 분들도 많겠지만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MZ 세대에 대해 먼저 설명하자면 1980년부터 1994년생까지 해당되는 밀레니얼(M) 세대와 1995년부터 2000년 출생자를 뜻하는 Z세대의 합성어인데 약 1,800만 명 정도가 여기에 해당한다.

전 국민의 35%를 넘는 숫자인데 이들이 장차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차세대라고 볼 수 있다. 일명 세대차이가 정확히 나는 기준점이 될 수 있는데, 이들만의 사상, 문화, 의식, 풍습 등 모든 면에서 기존 세대와 분리되므로 이들에게 ‘우리 때는’ 이라는 과거과시형 권위를 부린다면 치매로 치부 받을 수도 있다.

세대 간의 이해를 구해서도 갈등만 유발되고 자기주장을 내세우면 대립만 남을 뿐이다. 문제는 차세대들이 기존 세대들의 모든 구태를 훗날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지가 중요한 사회적 숙제로 남는다.

가령 지금처럼 특정인들의 권력을 위해 국론을 분열시키고 표를 얻기 위해 국민들에게 게으름을 부추겨 망국의 지금 길로 간다면, 성차별을 조장해 출산율을 저하시키고 지역감정을 부추겨 영남·호남이 권력을 번갈아 갈취해 그로 인한 폐단이 현 세대에 그치지 아니하고 후손들에게 민폐가 된다면, 그리고 그것이 뒤늦게 파악되어결자해지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면, 그때는 어쩔 것인가.

이미 다 늙어 추한 모습으로 대·소변을 받아내야 할 처지에도 권력을 휘두르며 과거의 명성을 거들먹거리며 폼을 잡을 것인가. 세월, 시간, 금방 간다. 그래서 권불십년이라 하고 화무십일홍이라 하지 않았던가. 다시 MZ세대의 현주소를 짚어보자. MZ세대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시대변화에 적응이 빠르며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는 경향이 있다.

현세대처럼 1차 산업보다는 4차 산업과 5차 혁명에 더욱 잘 적응할 것이다. 특히 신문이나 방송보다 SNS를 통해 정보를 얻을 것이며 각종 소비와 유통에도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획기적인 속도를 낼 것이다. 하지만 당장, 현재 이들의 상황은 심각하다. 서울시가 최근 한 달 내 직업·구직활동이 없는 청년 중 정서적·물리적 고립 상태가 6개월 이상 유지된 경우를 은둔 청년으로 규정하고 세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사회적으로 고립·은둔 상태에 있는 만 13∼39세 청년이 최대 13만 명으로 추산됐다. 이유는 취업난과 심리적·정신적 이유로 전체 대상자 중 4.5%로 추정되는 이들은 서울시만 계산하면 13만 명, 전국 단위로 넓히면 약 61만 명이다. 물론 1,800만 명에 비하면 30명 중 1명이지만 노년층과는 달리 경제적 활동 인구에 포함되어야 할 계층이라는 점이 해결의 포인트다.

대부분 실직이나 취업의 어려움을 해소했는데, 또 다른 이유는 심리적·정신적 어려움과 인간관계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특히 집안이 갑자기 어려워지거나 괴롭힘, 따돌림 등이 다음 이유로 손꼽혔다. 응답자의 65%는 원하던 시기에 취업을 못 했고 61%는 원했던 직장이 아니라고 답했다.

특히 절반에 가까운 MZ세대의 건강이 심각하고 정신건강 관련 약물을 복용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나름 벗어나려고 시도는 그리 쉽지는 않은 게 현실이다. 이쯤하고 통계에 확인되지 않은 나머지 MZ세대는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행복할까. 그렇다 치더라도 이들의 의식구조는 환경적으로 현세대와 다를 수밖에 없다.

일단 친척이 없다. 과거처럼 5남매·7남매가 있었던 시절이 아니다 보니 사촌, 외사촌, 고종, 이종 등 친척 관계가 없고 고향에 남아 있는 현재의 부모님 세대는 모두 고령으로 운명한 상태니 굳이 명절이라고 지방으로 민족대이동 하던 진풍경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로 남게 된다. 그에 대한 징조는 이미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됐음에도 설 연휴에 고향을 가지 않기로 선택한 이들이 늘고 있는데 특히 20대 젊은층의 경우 이런 경향이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굳이 시골에 가서 내키지도 않는 노인층에게 예절을 지키며 힘들게 보내느니 연휴가 되면 쉬고 싶어 하는 게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간혹 시간 여유가 생기면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추가 수당이 늘어나니 일하는 게 더 낫다는 것이다. 실제 2022년 추석을 앞두고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65%가 고향을 방문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18~29세의 33%는 연휴에 가족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필수적으로 만나기보다는 선택적으로 가족들을 만나고, 놀고 싶으면 그냥 친구들과 놀러 다니는 게 더 편하다는 것이다.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은 먹고 싸는 것 외에 혼과 얼이 있다. 만물의 영장이다. 생각하고 조상을 섬기며 때로는 신을 믿는 종교 생활도 한다. 민족과 국가관, 그리고 각자의 삶에 대한 가치관이 있어야 한다.

어쩌다 갈수록 나라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일까. 대안이 없을까. 양들이 방향을 잃고 험한 산길로 가거나 늑대의 사냥감이 되는 것을 막는 길은 순전히 목동에게 달렸다.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이 반복되면 정작 늑대가 나타나도 사람들이 도와주지 않듯이 광복이후 77년이 지나도 여전히 정치인들의 거짓말은 고쳐지지 않는 망국병이다. 능력 있고 참신한 양치기가 필요한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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