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자영업자의 악순환 2
[덕암칼럼] 자영업자의 악순환 2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1.31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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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자영업자 대출은 올해 1,000조 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빚으로 연명하는 자영업자가 늘면서 올해도 가파른 대출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자영업, 아무나 사업자 등록증만 내면 다 할 수 있지만 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것이니 돈을 벌지 못하면 까먹는 게 문제다.

2022년 11월 말 당시 기준 빚이 있는 자영업자 10명 중 1명은 금융사 세 곳 이상에서 빌린 다중채무자라는 지표가 있다. 정부의 코로나19 지원책으로 만기가 연장되거나 상환이 유예된 소상공인 대출도 올 1월말 현재 133조3,000억 원에 이른다.

그나마 연장된 9월말까지 지원정책이 끝나면 대출금과 쌓인 이자를 갚지 못해 파산 위기에 처하는 자영업자가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가령 노래방을 운영하더라도 정부는 방역 정책으로 거리두기를 하라 하고 고객은 겁나서 두문불출하니 썰렁한 노래방에 임대료나 전기세는 건물주와 한전에서 봐줄 리 없다.

적자에 임대료를 못 내니 보증금을 까먹을 것이고 대출금을 못 갚으면 담보로 잡힌 부동산이 경매로 넘어갈 것이다. 그 전에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인건비도 못 주니 종업원들 내보내고 혼자 하다가 안 되면 가족이라도 불러내 교대 근무라도 하는 것이다.

일명 나 홀로 사장이 436만 명인데, 이는 고용원 있는 사장보다 3배 많은 수치로써 그만큼 영세한 자영업자가 많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전체적인 비율로 보자면 10명 중 7명이 나 홀로 사장에 해당한다. 연령층으로 보면 60대가 가장 많다.

그 이유는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 상당수가 자영업에 뛰어들어 나름 장사라도 해볼 요량인데 어디 현실이 그리 만만한가. 통계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일 하고도 돈을 못 받는 근로자는 그나마 제외된 상태다. 가령 가족이 일을 거들면 안 그래도 돈이 없어 종업원을 두지 못했는데 가족끼리 임금을 지급할 처지가 못 된다.

하루 이틀은 넘어가지만 거들던 가족이 다른 곳에 일하면 받을 수 있는 대가를 받지 못하니 돕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것이며, 인건비를 당장 지급하지 않았을 뿐이지 가족간 불화의 씨앗이 되는 것이다. 도와줘도 어차피 무너질 사업이라면 일찍 포기하는 게 나을 것일진대 어디 포기도 하고 싶다고 할 수 있을까.

인테리어 비용에 보증금 까먹는 것은 당연하고 그나마 권리금은 커녕 인수할 사람조차 구하기 어려운 것이다. 비임금 근로자는 자영업자와 무급으로 가족의 자영업을 돕는 근로자를 뜻하는데 현재 60대 이상 고령층 비임금 근로자가 200만 명을 넘어선 것도 2007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국민연금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공적연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도 사회적 문제로 손꼽힌다. 직장을 그만둔 60대가 당장 뭐라도 해야 하니 제대로 준비도 안된 창업자들이 늘어나는 것이고 그만큼 실패할 가능성도 높은 것이다. 이렇듯 60대가 넘쳐나는 것은 베이비붐 세대 등 은퇴 인구가 증가하면서 창업 등이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1차 산업 즉, 농사짓고 물고기 잡거나 광업, 임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밀려 일자리를 못 구하기 때문이다.

근로자를 구하는 업주 입장에서는 젊고 값싼 외국인 근로자를 선호하기 때문이며 육체적으로나 나날이 급상승하는 물가를 감안하더라도 일할 수 있는 처지가 안 되니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는 건 당연하다. 여기에 한몫을 더한다면 사람이 근무할 곳을 기계가 점령하는 현상이다. 근로자를 고용하면 4대 보험에 근로기준법을 지켜야 하고 일이 손에 익을만 하면 실업급여 유혹에 그만둔다고 하니 누가 고용인인지 구분조차 하기 어렵다.

이러니 사람보다 키오스크 도입, 서빙 로봇의 활용으로 종업원을 고용할 필요성은 점점 줄어드는 상황이다. 홍보도 마찬가지다. 전단지를 만들어 곳곳에 붙이던 시절은 지났다. 배달 앱 이용이 증가하면서 가입비도 만만찮고, 라이더들의 배달비 또한 누가 갑인지 모를 만큼 갑을 역전현상이 발생한다.

여기에 프렌차이즈 로열티까지 차 떼고 포 떼고 나면 매출이 어느 정도 올랐다 해도 실제 남는 건 얼마 되지 않는다. 결국은 고객의 지갑이 어느 정도 받쳐줘야 하는데 불경기에 간혹 진상 고객의 갑질과 가짜 주문인 노쇼까지 생기니 감당하기 어려운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렇다고 현행 법규를 찾아보면 온갖 위생법, 소방법, 건축법에 걸자고 덤비면 털어서 먼지 안날 가게가 없을 만큼 법이 까다롭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때는 코파라치, 노래방은 노파라치 등 서로 일러바치기 붐이 일면서 남의 불행을 자신의 행복으로 아는 반사회적 분위기가 만연하고 있다.

단속기관에서는 민원이 들어왔으니 어쩔 수 없다며 행정처분을 하게 되고 이렇게 당한 피해자는 보복심리로 다음 피해자를 양산하니 이게 사람 사는 사회인가. 지금까지 필자가 말한 내용을 누가 아니라 할 수 있으며 맞다면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까. 언론은 문제 제기에 열을 올릴 게 아니라 사실을 직시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맞는 것이다.

가장 먼저 밑빠진 독에 물 붓지 말아야 한다. 자영업의 남발은 과잉 공급으로 수요가 넘침으로써 그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다. 전문가의 도움이 있어야 개업을 할 수 있고 개업하면 성공확률이 높아야 한다. 가령 특정 상품이나 종목이 모여 있는 전문상가, 테마가 있는 거리, 적절한 공급을 위한 동일종목의 허가여부도 감안해야 한다.

현실성 있는 법안 개정도 필요하다. 책상머리에 앉아 펜대만 굴리고 전화받고 권위적인 자세로 행정처분만 할것이 아니라 현장에 직접 발로 뛰어 보복성 민원은 융통성 있는 법의 잣대로 경고나 계도 방침으로 넘길 줄도 알아야 한다. 가장 큰 대안은 국민들끼리 서로 신고하고 미워하는 분위기부터 고쳐야 한다. 세상이 미쳐가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서로 위해주고 이해하며 행복한 복지국가를 향한 노력에 민·관이 하나 되어야 한다. 정치란 이런 것을 이해하고 관련 법안을 개정하는 것이 국민을 위하는 애국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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