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세계 습지의 날
[덕암칼럼] 세계 습지의 날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2.0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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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관광, 휴가, 레저 하면 선뜻 떠오르는 단어가 무엇일까. 대부분 바다, 산, 강, 계곡이나 하천을 손꼽는다. 요즘은 펜션이나 리조트, 온천도 한몫하고 국내를 벗어나 해외로 목적지를 정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습지가 얼마나 매력 있고 운치 있는 여행지인가에는 인식이 저조한 편이다.

오늘은 ‘세계 습지의 날’인만큼 습지에 대한 상식과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 습지에 대한 개념부터 알아보자. 습지란 강의 하구에 주로 생기며 대부분 광활한 삼각주가 만들어진다. 비옥한 토양 위로 물이 꾸준히 공급되어 풀이 자랄 수 있는 완전한 환경을 만들어 식물의 뿌리는 삼각주와 습지의 확장을 촉진한다.

식물은 갈대 또는 골풀이 대표적이고 가장 중요한 습지식물은 우리가 주식으로 삼고 있는 벼다. 쌀나무 라고도 불리는 벼는 산소 발생량이 매우 풍부해서 한창 자랄 시기에 논 주변에 머물러 보면 얼마나 공기가 신선한 지 금방 느낄 수 있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논 한가운데서 몇 달간 살아본 경험에 의하면 논에서 생산되는 산소의 농도가 응급실 산소 마스크보다 훨씬 성능이 우수하다.

습지를 여행하다 보면 산과 바다에서 느낄 수 없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특히 텐트를 치고 밤이면 하늘의 별무리들을 볼 수 있고 아침에 일어나 보면 물안개가 자욱한 풍경에 매료되어 한번 빠지면 전국의 습지들을 모두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대략 10곳 정도만 소개하자면, 서울의 밤섬이 도심의 야경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충남 서천의 갯벌에는 멸종 위기 조류와 전세계 물새 떼 개체 수의 1%이상이 서식하고 있다. 사진촬영을 선호하는 경우 적합한 여행지고 인근에 있는 충남 태안의 두웅 습지는 희귀 야생 동·식물이 서식하는데 해안 사구 배후에 형성된 사구습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강원도에는 유일하게 인제군에 있는 용늪이 국내 유일의 고층 습원으로 진풍경이다.

지리적으로 전남지역에는 많은 습지가 모여 있고 고창 운곡 습지는 멸종위기 수달 등 동·식물이 서식하고 무안 갯벌은 지질학적으로 보전가치가 높아 지표면의 단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유명한 순천만의 보성 갯벌은 멸종 위기 종인 흑두루미의 국내 최대 월동지로도 알려져 있으며 넓은 면적에 며칠은 기다려야 볼 수 있을 만큼 장관이다.

이 밖에 신안 장도 습지는 섬 지역에 있는 이탄층의 최초 산지 습지로 한번 보면 꼭 다시 찾게될 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고 있다. 국내 최대 관광지로도 알려진 제주 물장 오리오름 습지는 팔색조, 삼광조 등 멸종 위기 조류들을 볼 수 있는데 이탄층이 발달했다. 산정 하후호 습지와 경남 창녕에 있는 우포늪도 멸종위기 동·식물 서식이 국내 최대분포를 기록하는 자연 늪이다.

이쯤하면 늪지대의 명성도 알아줄만 한데 대부분 자연환경이지만 인공적으로 조성된 곳도 만만찮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화성 비봉습지 공원이나 시화호의 상류에 소재한 안산 갈대 습지도 철새 도래지로 유명한 곳이다. 선입견이나 인식의 차이는 현실적으로 상당한 비중을 두게 되는데 습지라는 명칭만으로 축축한 곳, 왠지 어설프고 크게 볼 게 없는 곳으로 상상하기 쉽다.

하지만 땅과 물과 동·식물이 가장 잘 어우러지고 다양한 분포도를 가진 곳이 습지다. 습지의 기본조건은 삼각주인데 강은 지속적으로 물을 공급하며, 강의 기울기는 바다에서 0에 가까워지고 물의 흐름도 느려진다. 삼각주는 물에서 침전되는 퇴적물로 만들어지기에 아주 건조할 때는 배수가 불량하고 때로는 수면 아래에 존재하기도 한다.

이런 곳에 자생하는 초본식물의 수염뿌리는 진흙과 결합해 물의 흐름을 더욱 방해하며 이는 삼각주와 습지의 확장을 촉진한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 두는 것이 예의이자 함께 공존하는 길이다. 이 대목에서 착각하기 쉬운 부분을 구분하자면 늪과 갯벌이다. 늪은 진흙으로 된 바닥에 얕은 물이 늘 고여 있어 수생식물이 많이 자라는 질퍽한 지대고 갯벌은 육지와 바다의 경계에서 육지인 듯 바다인 듯 드넓게 펼쳐져 있는 곳이다.

갯벌의 가치는 천문학적이고 지형이나 토양의 성분 면에서 전혀 다른 곳이다. 수 많은 생명들이 쉴 새 없이 먹고 이동하며 치열한 삶을 꾸려가고 있는 갯벌은 해양 생물뿐만 아니라 철새들까지 삶의 터전이자 자연의 보물창고인 셈이다. 다시 늪으로 돌아가 독자들을 유혹하자면 국내도 다 돌아보지 못한 국민들이 해외로 인천국제공항이 붐비도록 다니는 것을 국내로 돌린다면 어떨까.

먹고 살기 바쁜 환경이겠지만 가족과 함께 다녀본다면 자녀교육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며 연인과의 추억 만들기에도 좋은 소재가 될 것이다. 필자가 늪에 관심을 가진 건 오래전부터 상상해 오던 일이었다.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 너를 바라볼 수 있다면, 물안개 피는 강가에 서서 작은 미소로 너를 부르리…” 가수 김종환이 부른 ‘사랑을 위하여’의 한 대목이다.

독자들도 노래 가사의 주인공이 되려면 늪을 찾기 전에 향기 좋은 커피와 예쁜 잔을 준비해서 자연과 하나 되는 기쁨을 만끽해 보길 추천한다. 오늘은 52년 전인 1971년 2월 2일 이란의 람사르에서 개최된 국제회의에서 습지 보호에 관한 국제 협약이 채택된 것을 기리기 위하여 만든 세계 습지의 날이다.

한국에서는 매년 정부 기관, 비정부 기구, 보호 단체, 시민 단체들이 습지, 특히 람사르 등록 습지의 가치에 대해 대중들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치르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 코로나19로 행사들이 대거 취소되었지만 올해는 제주를 비롯해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시간이 나면 동참해 습지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휴가철이면 가족이나 지인과 함께 여행지로 삼는 것도 추천할만한 일이다. 기후위기와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를 지키기 위한 세계 습지의 날. 지구 표면의 6%에 불과하지만 수많은 해양생물을 키우며 생태계에 기여하는 습지의 중요성을 독자들과 함께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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