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포효와 메아리의 차이
[덕암칼럼] 포효와 메아리의 차이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2.08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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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또 새날이 밝았다. 다시 오지 못할 날이 아니라 예상했던 날이 오늘이다. 그런데도 오늘을 귀히 여기는 경건함이 있다면 같은 하루라도 더 귀하지 않을까. 사자가 밀림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며 울음을 토하면 ‘사자후’라고 한다. 국어사전의 뜻을 빌리자면 사자의 울부짖음. 큰 목소리로 열변을 토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적혀있다.

적어도 사회를 구성하는 최고의 위치에서 내는 소리인 만큼 파급효과도 있고 위엄을 갖춘 소리다. 다음 메아리가 있다. 필자가 약 40년 전 경기도 성남시상대원동 공단에서 잠시 생산직에 종사했던 시절 함께 지내던 김지한 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공감했던 음악 중 하나가 산울림의 노래였는데 영어로 표현하자면 마운틴틴틴 이었다.

메아리는 산 정상이나 산등성이가 가로막힌 지형에서 “야호”라는 함성을 지르면 맞은편에서 같은 소리가 나는 현상을 말한다. 이쯤하고 사자후와 메아리의 차이점을 논하자면 포효는 사회 지도층의 위치에서 치고받고 싸우는 과정에 나는 소음이며, 일명 국민의힘 당 대표 자리를 놓고 김기현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전면전에서 으르렁 거리는 용산 발 포효를 뜻한다.

처음에 지지도 상승곡선을 그렸던 나경원 후보가 용산의 포효에 일찌감치 꼬리를 내리고 뒤차를 탔던 안철수 후보가 김기현 후보의 지지도를 박차고 오르자 용산발 서릿발은 서슬이 퍼랬다. 사실 일반 국민들은 국민의힘 대표가 김기현이 되든 안철수가 되든 별 관심 없는 게 지배적 여론이다.

괜히 여의도 정가만 요란한 것이다. 반대로 메아리는 어떤 소리일까. 일단 국민들이야 죽든 살든 언론의 북소리에 정작 무엇이 중요한지 마비 현상을 일으킨다. 정확히 논하자면 민생을 보호하자는 국회의 목소리가 한낱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민의힘 당 대표 선출이라는 포효에 묻혀버린 메아리는 다름 아닌 난방비 폭탄과 요즘 유행하는 빌라왕의 여파다.

빌라왕은 과연 어떤 존재이며 누가 연루되어 속앓이를 하고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이미 춘천발 레고랜드로 온갖 PF가 중단됐으니 말 폭탄 파편을 맞은 건설업계는 짹소리 못하고 있고 대출 시장은 빙하기를 맞이하고 있다. 빌라왕의 전세금도 못 받는 세입자나 그 돈도 못 주는 건물주와의 법정 공방 대립구조는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 정도는 사람 사는 삶의 메아리에 그치는 수준이다. 포효와 메아리보다 더 여론의 싹쓸이를 하는 분야는 언론이다. 언론의 북소리는 박자를 빠르게 할 수도 있고 작은 북만 울릴 수도 있으며 방향과 색깔도 임의로 정할 수 있다. 본래 그 다양성과 공익에 부합되는 윤리규정은 매우 엄격해야 한다.

시청률이나 구독률에 목매다 보니 소비자가 원하는 메뉴를 내놓아야 할 것이고 그러다 보니 아무리 노력해봐야 소용없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짜고 매운 것,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주문을 하니 만드는 언론 또한 조급하고 저속한 판단을 하게 되는 것이다. 어쩌다 대형 방송국도 한낱 유튜버에 밀리는 신세로 전락했을까.

소비자의 외면도 그렇지만 수준도 문제다. 결국 국민 스스로가 자승자박의 무덤을 파는 것이며, 추락한 국민수준은 더더욱 흥미 위주의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니 이야말로 악순환의 연속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한때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던 LH 투기사건도 도마뱀 꼬리 자르더니 쑥 들어갔고 피라미 몇 마리 잡는 것으로 종결됐다.

현직 국회의원 중 혐의가 있었던 뉴스들도 조용해졌고 국회의원 보좌관은 구속됐어도 국회의원은 장관까지 겸하며 승승장구 출세 가도를 달리는 형국이 前 정권의 편향적인 처사였다. 그러다 며칠 전 다시 LH가 건설회사에서 고가로 아파트를 매입하는 사건이 터졌다. 분양가 대비 더 싸게 살 수도 있었던 주택을 구입한 사건인데 건설사로부터 어떤 반대급부적인 뒷거래가 오갔는지에 대한 의혹은 사법기관이 풀 일이다.

그런데 조용하다. 물론 의혹만 가득하고 사후 처리는 용두사미가 된 것이 어디 한두 가지 일인가. 유사한 범죄라도 권력층이 저지르면 수사하는 데만 수 년이 걸리고 국회의원 임기 만료까지 버티는 경우도 있다. 지난 6일 오후 2시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에서 열린 윤미향 의원에 대한 선고도 그러하다.

그렇다면 본래 어떤 포효소리와 메아리가 나는 것이 정상적인 국가이며 사회인지 비교해보자. 민주국가에서 집회 시위는 국민의 권리다. 종교의 자유도 그렇고 헌법에 보장된 모든 조항은 국가가 개인에게 자칫 인권유린이나 기본권보장에 대한 불안정한 요소를 방지하고자 마련한 법률이다.

하지만 개인의 이기적 목적을 위해 종교가 도구로 전락하고 임의단체가 순수한 목적 그 이상의 욕심을 부린다면 문제는 다르다. 사자후를 토해야 할 포효소리는 사회지도층의 몫이다. 정치권 총수의 검찰 조사를 방탄 국회가 막고 국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입법기관이 본래의 사회적 위치와 역할을 상실한 모습이다.

반대로 메아리는 일반 국민들이 제 목소리를 내야 할 영역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정권과 정치가 분리 되지 못 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울려야 할 메아리가 포효소리와 뒤섞여 극단적인 양분 여론 형성의 군중으로 동원되는 모습이다. 현 정권 놀이에 펌프질 당한 국민들이 들러리로 나설 때인가.

무엇이 중요하고 급한지 살펴보자. 최근 정부가 노동단체의 불법적인 행동에 대해 일침을 놓았다. 끝을 모르고 치솟던 부동산 가격은 거품이 빠져가고 전세금이 매매가를 상회하는 기현상도 빚어졌다. 빌라왕이나 다주택 소유자들이 하나 둘씩 정리되는 모습이다. 이 과정에 많은 피해자도 양산된다.

수술을 하니 당연히 피를 흘리는 것이고 사기 행각에 가까운 부동산 장난질에 집 없는 서민들은 더더욱 피를 말리는 길거리 노숙자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빌라는 아예 매매 자체가 안 된다. 부동산 시장의 경직은 해당 분야의 몰락을 가져왔고, 안 그래도 힘든 무주택자들은 더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누구의 잘못일까. 바보처럼 당한 국민의 잘못일까. 지금처럼 집값 하락과 불법단체에 경종을 울릴 수 있었으면서도 방치하고 지도 단속권을 장롱 속에 처박아 둔 행정기관의 안일하고 비현실적인 처사가 낳은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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