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1타 3피의 지혜를
[덕암칼럼] 1타 3피의 지혜를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2.09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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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화투를 치다보면 한번에 피를 3개 따는 경우가 있는데 일명 ‘1타 3피’라 한다. 한번의 노력으로 여러 가지 효과를 얻을 때 흔히 비유하는 단어지만 유사한 속담으로는 도랑 치고 가재 잡거나 마당 쓸고 동전 줍는다 등이 있다.

이처럼 조금만 지혜를 발휘하면 하나의 노력으로 여러 가지 성과를 얻을 수 있는데 이게 만약 도랑치는 정도가 아니라 대형프로젝트의 경우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특히 국가가 추진하는 일이라면, 국민세금이 투입되어 국위를 선양하거나 버금가는 효과를 거둔다면 신중하고 항구적인 미래까지 감안하는 것이 당연하다.

서론은 이쯤하고 5년전 오늘인 2018년 2월 9일 강원도 평창에서 제23회 동계올림픽이 개최된 날이다. 2월 25일까지 16일간 15개 종목, 92개국, 2,833명의 선수들이 참가한 인류의 겨울축제였다. 당시 기록을 보면 노르웨이 1위, 독일 2위, 캐나다가 3위에 이어 개최국인 대한민국은 7위를 기록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지구촌 축제의 장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평창은 5년이 지난 지금 어떤 모습일까. 시간을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본다. 2018년 2월 9일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2시간 동안 이어진 개회식은 ‘행동하는 평화’라는 슬로건으로 지구촌의 화약고로 알려진 중동보다 더 변화무쌍한 한반도의 단합된 모습이 평화라는 주제와 함께 어우러졌다.

선수단 입장에서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가장 마지막 91번째 순서로 입장해 세계인들의 이목을 끌었다. 22,478명의 관객, 혹한에도 불구하고 두 번 다시 보지 못할 대단원의 막이 올랐다. 이후 17일간 평소 기량을 갈고 닦은 선수들의 열전이 모두 마무리되고 25일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2시간 동안 이어진 폐회식은 총 21,005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현장에 참석한 관계자 외에도 안방극장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개·폐회식을 지켜본 지구촌의 모든 인류는 기상천외한 행사의 기획과 성공적인 마무리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이후 30년만의 일이다. 겨울올림픽은 대한민국 지리나 기온의 특성상 무리수가 따르는 행사였다.

불과 한 달 정도 추운 날씨가 하늘의 도움이 따라줘야 하고 개최이후 남은 시설물에 대한 재활용 여부도 상당한 부담거리였다. 모든 시설은 소중한 국민세금으로 마련됐으며 투자 대비 그만한 효과가 있는지도 중요한 요소중 하나였다. 첫째, 경제성이 있는가. 둘째, 국위선양에 얼마만큼 효과가 있었는가.

셋째, 남북한의 화합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는가. 끝으로 대회이후 시설물에 대한 재활용 여부는 얼마나 있었는가 등이다. 이 같은 전제들을 신중히 검토해 특정인의 화려한 치적으로 조명될 것이 아니라 국익에 부합되는 중·장기적인 프로젝트가 병행되어야 했다. 지축을 울리는 폭죽 소리와 세계인들의 관심이 쏠린 만큼 그러한 몇 가지 소득을 감안하고 출발했는지가 중요하다.

어차피 치를 판이라면, 기왕 하려거든, 1타 4피나 1타 5피를 칠 수 있는 지혜와 특별한 전략이 필요한 대회였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강원도 태백이 고향이나 다름없었고 2011년 7월 6일 국제 올림픽 총회가 열린 날이라 모든 관심이 평창에 모인 시점이었다. 프랑스의 안시, 독일의 뮌헨, 그리고 우리나라 평창이 나란히 투표에 참여했고 당시 이명박 前 대통령과 故 삼성 이건희 회장, 은반의 요정 김연아 등 국내 주력부대가 총동원되어 실현한 한반도의 꿈이었다.

“코리아 평창”이라는 개최국 발표가 나자 거리는 힘찬 함성소리가 온통 시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차량들은 경적을 울렸고 호프집마다 발표를 기다렸던 국민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어쩔 줄 몰라 했다. 30년 전 하계 올림픽 못지않게 국격은 치솟았다. 얻은 것만 있을까. 동계올림픽 준비를 위해 강원도 천혜의 자연이 얼마나 훼손되었던가.

불과 17일간의 경기를 위해 수 백 년된 거목들이 하루 아침에 벌목되었고 자연속의 동·식물들도 보금자리를 잃었다. 마치 서울올림픽 개최를 위해 부랑인과 판자촌들을 모조리 없애버린 것과 유사했다. 잘려 나간 나무들이 제 모습을 찾으려면 앞으로도 수 백 년이 걸려야 할 것이다.

메인스타디움은 철거되었고 지금은 기념관이 세워졌다. 이미 올림픽을 치르고 관련 시설이 애물단지로 전락한 예는 얼마든지 있었다. 타산지석으로 삼을 모델들이 넘쳤는데도 이를 간과한 것이다. 남은 시설물에 대한 재활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시작할 때 끝날 줄을 몰랐을까.

그리고 북한의 현송월이 삼지연 관현악단과 함께 공연을 펼친 바 있고 특급 인사로 분류된 김영남과 김여정 일행이 문재인 당시 대통령에게 방북을 요청하는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하는 과정도 있었다. 김여정이 관람객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고 돌아간 지 얼마 안 되어 입에 못 담을 악담으로 메아리쳤다.

문재인 前 대통령의 대북화해 분위기가 어떤 결과로 남았을까. 앞서 거론했듯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할 당시 대통령은 이명박이었고 탄핵당하지 않았다면 개막식의 화려한 개회 선언문은 박근혜 前 대통령의 몫이었다. 2013년 2월부터 시작된 5년 임기를 불과 1년 앞두고 탄핵 당하였기 때문에 그 자리는 제19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문재인 前 대통령이 빛나는 조명을 받게 된 것이다.

어찌되었건 남북한의 공동입장과 북한 핵심인사들까지 참석한 평창 동계올림픽이 현재 남긴 건 아무것도 없다. 살벌해진 남북관계는 결사항전, 선제타격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호언장담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다 지나간 일이다. 대회를 기획하고 개최할 당시의 관계자들이 조금만 더 지혜를 모았다면 지금처럼 찬바람만 휑한 평창은 아니었을 것이다.

만약 정부 주도로 공무원들이 판을 짜는 게 아니라 영리 목적으로 민간이 주도했다면 어땠을까. 투자된 예산이 국민세금이 아니라 민간기업의 자본이었더라도 지금같은 모습이었을까. 5년이 지난 2023년 현재 평창의 모습은 1타 1피에 불과하다. 대회 개최 당시의 영광과 환희만 있었을 뿐 그 이상 어떤 것도 남지 않았다.

앞으로 우리 후손들이 다시 같은 행사를 치르게 된다면 스포츠 전문가들과 기획 전문가들이 정부의 기관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는 합동 T/F팀을 구성하여 대회이후에도 얼마든지 동계 올림픽 인재들을 육성하는 장으로 재활용 되는 방안을 감안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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