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이다
[덕암칼럼]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이다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2.14 08: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하나의 사건을 두고 바라보는 견해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본질적인 내용 자체가 달라질 수는 없을진대 최근 국내 정세를 보면 그 차이가 참으로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느낌은 비단 필자뿐만 아니라 방송을 통해 이 사건을 접하는 모든 사람들이 공통된 의견일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치인들이 겁을 상실했다. 제 아무리 대단한 정권이라도 선거로 판가름 되는 만큼 한번씩 바뀔 때마다 처절한 좌절감과 낙선의 고배를 마시면서도 일단 당선만 되면 임기동안 별별 욕먹을 짓을 서슴지 않는다.

국회 청문회나 대정부 질문의 수준을 보면 연신 윽박지름과 고성, 심지어 욕설까지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 해야 국민들의 속 타는 가슴을 시원하게 대변하는 것이고 마치 영웅이 된 듯한 자세로 국무위원들을 다그치는 행태가 특권의식의 상징일까 싶다.

그래도 한 나라의 국무위원이면 행정부의 수장이나 대신들로서 나름 경륜이 있는 인사들인데 마치 죄인처럼 불려나와 온갖 다그침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일부 국회의원은 마치 막걸리 외상값 받으러 온 주막집 주인보다 더 큰소리를 질러가며 말꼬리를 잡는 모습도 보였다.

원하는 답변의 취지와 조금만 다르면 범죄자가 취조 받듯 본질과 무관한 오래 전 사건까지 예를 들어가며 유도해 내기도 한다. 지켜보는 국민들이 정작 바보라서 그런가보다 하는 시대는 지났다. 말 한마디와 어투에 인격과 자질을 평가하고 질문 수준만으로도 의정활동의 전문성을 판단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걸핏하면 민생을 운운하지만 정작 배고픈 국민들 위에 군림하며 서울 여의도 식당가는 고가의 음식값에 활기가 넘쳐난다. 필자가 업무상 서울 여의도에 상주하다보면 일반 시중보다 3배 이상 비싸지만 소중한 국민 혈세로 편성된 업무추진비, 각종 활동비 내역을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된다.

누구라고 특정하면 명예훼손 어쩌니 난리가 날 터이니 이쯤하고 오늘은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이란 점인데 누구는 50억을 받아도 무죄이고 누구는 수 백 만원만 받고도 철창행이다. 같은 인물을 두고 누구는 사형시키라 하고 누구는 십 원 한 푼 안 받았다며 무죄를 주장한다. 또 누구는 현재의 경제난이 현직 대통령 때문이라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전 정권이 싼 똥을 현 정권이 치워야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누가 쌌든 악취에 고통 받는 것은 국민이다. 물가폭탄, 난방비·전기료 폭탄, 상승곡선을 달리는 공공요금 인상이 특정 정권의 문제인지 아니면 국제정세에 따른 불가피한 문제인지조차도 중요하지 않다. 일단 당쟁으로 침을 튀기며 소리를 지르는 장면에 과연 국민들이 시원해 할까. 가가 가다.

멱살잡이할 기세로 싸울 틈이 있다면 그 열정으로 국민들에게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걸핏하면 복지를 빙자한 포플리즘에 빠져 온갖 수당으로 안 해도 될 부분까지 모두 선심성 생색을 내며 주는 자나 좋다고 받는 자나 또 받다보니 습관 되어 왜 안 주냐고 배려를 권리로 착각하는 자 모두 공범이다.

지난 금요일은 윤미향 의원 1심이 있었던 날이다. 위안부 할머니 후원금 횡령의혹에 대해 8개 항목 중 7개 무죄, 1,700만원 횡령 부분만 유죄가 인정됐는데 당사자는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며 유죄부분을 항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앞서 검찰은 상당한 내용의 증거와 정황을 주장하며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검찰과 윤미향 의원, 양쪽의 입장과 의견이 정반대다.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이라는 것인데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면 사법권 남용에 대한 책임이 따라야 하며, 반대로 윤미향 의원의 죄가 증명된다면 판결은 공정하게 내려져야 한다. 우연일까. 같은 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번째 검찰소환에 출석했다.

11시간에 걸친 조사 끝에 검찰은 조만간 구속영장을 청구한다고 큰소리치고 당사자는 새로운 증거도 없이 왜 불렀는지 모르겠다며 큰소리쳤다. 이 또한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말이 맞다면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대해 야당 탄압이라는 정치적 보복의 견해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고, 검찰의 수사에 당위성이 있어 유죄판결이 난다면 이재명 당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자신의 안위를 추구하기 위한 방탄 국회로 만든 책임이 따라야 할 것이다.

어차피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이다. 이제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는 만큼 결정만 남은 것이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하는 판결이 내려지면서 안 그대로 어지러운 시국을 더욱 심란하게 한다. 지난 8일 서울 중앙지법 형사 합의 22부는 곽상도 前 의원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한마디로 난리가 났다. 50억이 애 이름이냐. ‘유권무죄 무권유죄’라는 신조어도 나오고 대기업 임원급 퇴직금과 비교해 가며 국민적 공분을 샀다. 안 그래도 가뜩이나 어려운 최악의 경제상황에 50억 원을 받은 사건이 무죄라고 판결나자 검찰은 항소심 재판에 공소유지 인력을 추가 투입해 항소심에 임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 또한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이다. 50억 클럽의 진상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지지부진했다는 여론이 일자 국민들이 보는 시각은 이게 뭐지 라는 반응이다. 윤미향 의원, 이재명 의원, 그리고 곽상도 前 의원, 3가지 사건을 보면서 일반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물론 각자 개인적인 견해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과거처럼대충 시간이 약이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공과 사는 구분되어야 하듯 사건마다 범죄 내용에 대한 분리는 분명해야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억울함을 주장하려면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증거만 명확하면 되는 것이지 물가폭탄, 이태원참사, 김건희 주가조작 등 다른 사건을 섞어서 장외투쟁을 벌이는 건 해당 사건이 지난 다음에 벌여야 할 공세가 맞는 것이다.

안 그래도 어려운 시국이다. 적어도 힘든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필자는 이미 대선 前 윤석열 대통령의 지금같은 시국을 자세히 어필한 바 있다. 국민들 눈치라도 보는 정치가 되길 바랄 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