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심상찮은 물가 도미노
[덕암칼럼] 심상찮은 물가 도미노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2.15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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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시대변화에 따른 자연스런 인상이 아니라 은행금리도 오르고 과자, 아이스크림, 음료수, 유제품, 밀가루 재료, 주류, 택시·지하철·버스, 전기·가스 기타 공공요금, 택배비, 보험료, 국민연금도 오르고 올랐다. 

물가가 높다하되 하늘아래 세상이라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지만 사람이 조절하지 못 하고 돈 만 없다 하더라. 당연히 월급이 올라도 소용없다.

오늘은 물가 상승률 계산법에 대해 알아보자. 지난 2021년 8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0.8% 동결발표 이후 일반 은행의 예금적금 금리는 사실상 제로였다.

돈은 갖고 있어 봤자 물가가 오르면 가치가 떨어지니 땅이나 건물을 사는 것이고 부동산은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올라가니 물가도 따라 올라가는 것이다. 

영어로 인플레이션이라 하고 경제학점 관점에서 볼 때 화폐의 가치하락은 물가상승률 증가를 의미하는데 그 원인은 현금의 통화량 증가 및 수요와 공급의 법칙 붕괴 등 다양한 현상으로 나타난다. 

돈의 가치하락은 전문용어로 화폐착각 또는 유동성 선호라고도 하는데 돈 보다는 부동산이 더 낫다는 뜻이다. 그런데 요즘 부동산, 쭉쭉 올라가던 상승곡선이 바닥을 모른 채 추락하고 현금이나 다름없던 아파트마저 반토막이라는 단어가 그리 어색하지 않다. 서울이 이럴진대 지방이나 일명 소멸지역은 어떨까.

물어보나 마나다. 건설업계의 도미노가 물가 상승 도미노로 이어지면서 돈의 가치가 하락하고 부동산의 가치도 하락하고 있다. 시장경제가 불황을 향해 빠른 속도로 가고 있다는 점이며 연이은 악재들이 발생하고 있다. 

약간 다른 이야기지만 영화 남한산성의 한 장면을 인용하자면 추운 겨울날 임금이나 군사들이 탈 군마들이 배를 곯아 쓰러지자 성첩을 지키던 군사들의 몸을 감싸고 있던 가마니까지 모두 거두어 말들의 먹이로 사용했다. 

그나마 남은 가마니도 떨어져 굶어 죽자 죽은 말고기를 군사들에게 먹였다. 고기를 먹던 군사가 상전에게 던진 말이 걸작이다. “저희들의 가마니를 거두어 말을 먹이시고 그 말로 저희를 먹이시니 감사하지만 기왕이면 말라죽기 전에 토실토실할 때 먹여 주시면 더 고마웠을 것.”이라는 대사다.

평상시 온전하던 사람도 급해지면 이성을 잃는다. 다시 말해 식당의 밥값이 7,000원 하다가 물가가 오르니 너도나도 덩달아 올린다. 8,000원 받아도 될 가격을 9,000원이나 1만원으로 오린다. 

당연히 1만원에 밥을 사먹은 미용실 주인이 파마나 염색 값을 3만원에서 3만 5천원이 아니라 4만원이나 5만원을 올리게 되고 미용실을 다녀온 옷집 주인은 6만원에 팔아도 될 원피스를 7만원 받을 수밖에 없다. 

옷을 비싸게 사느냐 없는 돈에 안 사고 버티느냐는 일반 서민들의 결정이다. 그런 이유로 지갑을 열지 않으면 내수경제가 추락할 것이고, 이는 곧 현금 유동성을 줄이니 그 파급효과는 악순환의 출발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장사가 잘 되는 식당은 식자재를 매일 구입해야 하는데 식자재의 신선도는 물론 대량 구매로 인한 할인율을 적용받으니 원가가 낮아지지만 반대로 장사가 안 되는 식당은 오래된 재료를 버리기 아까워 다시 쓸 수 밖에 없으니 음식의 신선도도 떨어지고 식자재도 비싸게 구입하는 것이며 그마저 손님들의 발길이 줄어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렇게 물고 물리는 도미노 현상은 정부가 제 아무리 난방비를 지원해주고 서민층 살린다며 미사여구를 동원해도 해결될 수 없는 물가 쓰나미로 이어지게 된다.

날짜도 어기지 않고 제때 월급받는 공무원이나 선출직 정치인들이 이를 알리가 있을까. 있다해도 현실적인 대안보다는 선심성 예산을 편성하여 한번 더 연임하기 급급한 것이 현재 상황이다. 

마치 문어가 제 다리 잘라먹으며 당장은 배부르니 미친 짓을 하는 것이다. 또 하나 더한다면 나락 씨 까먹는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이듬해 농사를 지을 볍씨로 밥을 해 먹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귀산 씨나락 까먹는 소리라는 말도 있다. 

흉년이 들어 먹을것이 워낙 없다보니 귀신도 배가 고파 창고와 부엌을 뒤지는데 한쪽 구석에 보관해 둔 이듬해 볍씨용 나락을 발견하고 조용히 아자작 거리며 씹어 먹는 소리를 뜻한다. 말도 안 되는 말을 할 경우를 빚대어 사용하는 비속어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먹을 게 따로 있듯 돈이 없으면 벌 생각을 해야지 자꾸 빚을 내면 빚이 빚을 낳고 결국에는 수습이 불가능한 상황까지 직면하게 된다. 

이미 온갖 복지수당으로 길들여진 국민들은 점차 게을러지고 게으른 습관은 노동을 어렵게 하고 빚을 내서라도 쓰던 습관은 고칠 수 없다. 따라서 대출과 카드의 현금서비스는 물론 캐피탈까지 손을 내밀다 변제 기간이 도래하면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이고 은행 문턱은 턱없이 높아지는 것이다.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이러한 환경에 허덕거리는데 정치권은 급등한 난방비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정부를 공격하고 반대로 여당은 난방비 상승은 문재인 정부 탓이라고 주장한다. 지금 누구 말이 맞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려운 경제에 단전·단수가 불가피한 상황을 말하는 것인데 양쪽 말이 다 맞다고 치자. 

윤석열 대통령 때문에 물라가 올랐고 前 정권인 문재인 정부 때 시장경제 논리의 당연한 인상폭을 포플리즘으로 연기했다가 이제 와서 모두 폭탄 맞은 것이라 치자. 

그러면 뭐가 달라지는가. 집안에 불이나 모두 타고 있는데 누가 불을 냈는지가 그리 중요한가. 가난은 나라도 못 구한다. 지금이라도 일손이 부족한 현장으로 놀고 버팀에 습관된 국민들을 내보내야 한다. 

불과 십 수 년 전만 해도 조선족이나 외국인 근로자들은 가난한 불법체류자로 동정이나 무시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인 못지않게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윤택함을 누리고 있다.

따뜻한 방안에서 이불속에 웅크리고 있던 한국인들 대신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건설현장과 농업, 어업에 종사하던 외국인들이 일선 현장 곳곳에서 기술적, 경제적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가난은 나라도 못 구한다. 안방의 이불을 걷어 제치고 게을러진 국민들을 현장으로 내보내는 것이 근본적인 대안이다. 이유인즉 여기서 더 게을러지면 그때는 갑이 되어버린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국인을 고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그들 사회에서 한국인은 상전이 아니라 일을 시켜도 잘 못하는 무능한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는 실정이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뺀 게 아니라 박힌 돌 스스로가 빠져 나온 것이니 누가 누굴 탓하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장갑을 끼고 작업복을 입고 현장을 나가면 일거리는 지천에 널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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