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사회정의의 날 한국사회는 
[덕암칼럼] 사회정의의 날 한국사회는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2.20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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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옳고 그른 것과 이기고 지는 것의 차이는 전혀 다른 별개 문제지만 현실적으로 후자는 전자를 누르고 우위에 선다. 힘없는 정의는 무능이고 정의 없는 힘은 폭력이라 했던가. 현재 한국사회의 돌아가는 판이 옳고 그름보다 일단 이기고 보자는 아사리 판이다.

이쯤에서 먼저 아사리 판이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자. 질서가 없고 제 주장만 난무하는 어지러운 상태를 가리키는 말인데 저속적인 말로 개판이라고도 한다. 정황상 행동이나 말이 사리에 어긋나 온당치 못하거나 무질서하고 난잡한 것을 이르는데 사전에도 없지만 일상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단어다.

학승과 사무를 맡은 승려 이판사판이 막다른 데 이르러 어찌할 수 없게 된 지경을 말하거나 덕이 높은 스승 아사리가 많으면 다양하고 깊은 의견들이 개진되고 토론하는 시간도 길어 소란스럽고 무질서해 보인데서 질서 없이 어지러운 현장을 아사리 판이라고도 한다.

전자든 후자든 정치권에서 비롯된 이전투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잘못했다는 사람이 없다. 양대 정당이 서로 상대방의 잘못만 거론하며 당사자는 하나도 잘못한 게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 궁지에 몰린 국민들은 누구의 잘못인가.

밥 한끼 사 먹을 돈이 없어 컵라면으로 때우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한끼 식사에 수 십 만원의 밥값을 줘도 예약이 몇 달씩 밀릴만큼 고가의 뷔페들이 성업 중인 극심한 빈부격차는 어찌 해소할 것인가.

어렵게 성공한 대한민국의 현주소는 성실한 노력과 어느 정도의 상식이 바로서는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한탕주의가 만연하고 누구 하나 땀 흘려 일하지 않으려 하니 당장은 어찌저찌 살지라도 앞으로 어쩔 것인가.

정치권부터 시작해 국방, 외교, 교육, 경제 등 도미노처럼 이어지는 윤리의 붕괴와 상식의 추월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쯤 되면 국가 예산은 먼저 빼먹는 자가 임자고 성실하게 일하는 자가 바보 되는 세상이 된다.

굳이 개판, 난장판이고 해도 별로 어색치 않은 상황이다. 개판은 개가 날뛰어 무질서한 현장을 뜻하고 난장판은 선비들이 무질서하게 들끓고 떠드는 현장을 뜻한다.

서론은 이쯤하고 오늘은 국제사회가 정한 ‘세계 사회 정의의 날’이다. 사회 구조에서 비롯되는 관례가 빈곤 퇴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관심을 갖기 위해 제정되었는데, 사회정의에 대한 각국 정부와 대중의 관심을 촉구하여, 사회·경제적 불평등, 빈곤, 실업을 퇴치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정한 매년 2월 20일이다.

2007년 11월 26일의 유엔 총회에서 정한지 올해로 16년째다. 오늘 만큼이라도 기울어진 한국사회를 바로잡기 위해 내 탓이라고 말하는 정치인이 나서길 바란다. 이런 바람조차 욕심일까.

튀르키예 지진이나 앞서 이태원참사, 그 이전에 하루에도 수 십 명씩 극단적 선택을 한 국민 중 구호의 사각지대에서 버티고 있는 국민들에게 국회의원 월급이라도 자진 기부하며 고통분담의 의지를 표명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을까.

사람처럼 환경에 잘 적응하는 동물도 없다. 처음에는 초심을 잃지 않겠다며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반복한다. 막상 당선이 되면 4년 동안 마이동풍이나 우이독경의 세월을 보내고 임기 끝날 무렵 공천 대열에 줄서기 급급한 게 현실이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많은 국민들이 그런 인식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딱히 누구라고 말하지 않아도 성남 대장동 사건의 주범이 누구인지 성토하는 자 또한 이래저래 얽혀 있으며 연일 국민들 눈치 봐가며 막강한 수사력이 투입되어도 뭐하나 똑 부러지게 시원한 답을 얻을 수 없이 시간만 흐르고 있다.

결국에는 누가 진범인지 구분조차 할 수 없다 보니 언론보도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국민들은 ‘가가가다’라는 체념 상태로 접어드는 것이다. 피폐한 민생경제는 침이 마르도록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지만 말 뿐이며 여당은 전당대회로 뜨겁게 달구고 조용히 내부적으로 협의를 봐도 시원찮을 일들이 대통령실과 마찰 소음으로 전국민이 다 아는 일이 됐다.

야당도 때를 놓칠세라 연일 행안부 장관 해임안을 가결시켜 놓고 다음 누구 차례가 될지 암묵적 손보기에 나서는 형국이다. 다시 말해 국민은 안중에도 없으면서 연신 국민을 위한다며 총선을 향한 미사여구를 남발한다.

이쯤 되면 말 없이 지켜보는 절대 다수의 국민들도 옥석을 구분하게 된다. 일부 부화뇌동 하는 계층간의 대립만이 서울 광화문광장을 채울 뿐이지 정작 알만한 국민들은 굳이 어느 한쪽을 편들며 나서지 않는다.

침묵하는 절대 다수의 국민들 눈치라도 봐야 하는 게 임기 1년 남짓 남은 입법기관의 구성원 선출, 총선이다. 이 와중에 행정안전부가 특별감찰로 지자체 공직기강 단속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상탁수하부정’이라 했다.

중앙정부가 국민들 신뢰를 받지 못하면서 지방자치단체를 단속한다면 수 십년 나름대로 노하우를 축적한 토속세력의 벽을 넘을 수 있을까. 한마디로 턴다고 털릴 지자체가 얼마나 될까.

장관 직무정지 상태인 행정안전부가 불과 11일 동안 전국의 228개 지자체를 단속한다면 벌벌 떠는 지자체가 있을까. 행안부는 어수선한 분위기에 편승한 복무위반 행위, 공직자 품위훼손 및 소극행정,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사회적 물의 야기, 비상 대비태세 위반 등 공직자들의 일탈행위를 집중 감찰할 계획이라고 했다.

기강확립의 동기를 스스로 어수선한 분위기라고 자인한 셈이다. 숙제가 있다. 국제투명성기구가 지난 1월 31일 발표한 2022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100점 만점에 63점으로 지난해보다 1점이 상승했으며 국가 순위는 전체 180개 조사대상국 가운데 31위를 차지하여 한 계단 상승한 것으로 발표됐다.

OECD 가입 38개국 중에서는 22위로 지난해와 같은 순위고 2017년부터 지난 6년 동안 부패인식지수는 9점 상승했고 순위는 20계단 상승했다. 시기적으로 문재인 前 대통령 재임기간이었다. 이제 공은 윤석열 정부로 넘어갔다.

2022년 부패지수가 2023년 발표된 것인데 2024년부터 남은 임기 4년 동안 국가 청렴도나 부패지수가 향상되길 바란다. 성적이란 하루 아침에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라 평소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에게 매겨지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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