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신뢰는 모든 것의 기본이다
[덕암칼럼] 신뢰는 모든 것의 기본이다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3.02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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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세상이 빠르게 변해 간다. 불과 20년 전과 지금과 향후 20년 후를 예측해 보면 미래에 대한 대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먼저 2000년 당시만 해도 양복 기술자, 구두를 만드는 제화 기술자, 서적 판매량의 급감소 정도로 그쳤다.

치수마다 생산되는 기성복의 기계식 디자인과 생산물량을 일반 양복기술자들이 감당할 리 없었다. 가격도 그러하거니와 브랜드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 유행에 따라 걸맞게 디자인, 색상은 개인사업자인 양복점 입장에서 어느 면으로 보나 경쟁력이 없었고 결국 사양 사업이 되어 몰락하고 말았다.

이는 구두 또한 마찬가지고 세공, 귀금속, 기타 액세서리 시장이나 철물점, 주방용품 또한 유사한 과정에서 무한경쟁시장으로 내쫓겼다. 당연히 대량 생산라인을 이겨내지 못하고 다른 일을 찾아야 했다.

이를 극복하려면 중·장기적인 대안을 마련하여 해당 분야만의 독창적인 기술과 고객확보에 대한 자료를 축적했어야 하는데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다 보니 이런 혜안까지는 없었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끝없는 밥그릇이 될줄 알았기 때문이다.

과거가 이랬다면 현재는 어떨까. 현재 벌어지고 있는 업종 중 대표적인 직종으로 변호사를 손꼽을 수 있다. 사법고시 패스나 로스쿨을 졸업해 변호사를 개업한 사람들 중 판사나 검사로 근무하다 개업한 변호사는 전문직으로서 모든 사람들에게 성공한 부러움의 대상이자 함부로 대하기 어려운 상류층이었다.

업무적으로 늘상 의뢰인의 송사를 대변해 주는 역할을 하면서 변호사는 일이지만 의뢰인은 평생 한번 있을까말까 하는 중대사였다.

법률적 대항에 익숙하지 않다보니 변호사를 찾게 되는데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가 재판 당일 날 출석도 하지 않거나 사무장에게 준비서면을 맡기는 일이 비일비재 하면서 조금씩 신뢰가 추락하기 시작했고 세월이 지날수록 그런 현상은 증가했는데 문제는 인터넷의 발달로 어지간한 답변서는 고소인이나 피고소인이 직접 작성하는 예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는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의 질적 하락이 가져온 인과응보의 결과이며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의뢰인에 대한 적극적인 변론준비가 빈틈 없었더라면 감히 답변서 쓸 엄두도 못 낼 시장이었다. 다음은 언론이다.

필자 또한 언론에 종사하지만 언론에 대한 국민적 공분과 가치하락 또한 어제 오늘 갑자기 발생한 현상이 아니다. 오보에도 인정할 줄 모르고 직분에 따라 권리를 권력으로 착각한 오랜 시간들이 가져온 병폐의 결과였다.

공공기관이 존재하는 한 절대 갑이었던 언론은 이제 SNS에 밀려 설자리가 좁아졌다. 그나마 인터넷은 다양성과 속도라도 있지만 지면은 유료독자 확보에 실패했다. 진작 정기독자를 확보했어야 살아남는 것이고 지면에는 가치와 고증을 거친 다양한 내용들로 볼거리가 있어야 했다.

이 밖에 많은 연구를 거친 국내 연구진들이 개발한 석유첨가제는 물론 중소기업의 아이디어가 창출해낸 획기적인 일들은 거대 기업이나 정유업계의 집단 소송으로 하나둘씩 해외로 빠져나간 일이 허다했다.

이 모두가 각자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공익을 외면한 처사였다. 특히 음식을 만드는 조리사의 경우 업체 주인보다 더 우월한 위치에서 여차하면 생떼 부리는 것으로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일이 많았다.

사람이 먹는 음식이니 만큼 자부심은 당연하겠지만 요리사 각자의 조리법을 향상시키는 노력과 주방에 대한 책임감, 그리고 업주와의 원만한 인간관계가 유지됐다면 완제품식 식자재가 아무리 넘쳐나도 지금처럼 대량 실직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20년 전과 지금의 직업에 대한 현주소를 몇 가지 직종을 통해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20년 후 사라질 많은 직종 중 몇 가지를 소개하며 이들에 대한 대안도 들여다본다. 먼저 사양직종으로는 의사, 판사, 검사, 은행원, 법무사, 세무사 등 전문직이다.

지금까지는 사회지도층으로 군림(?)할 수 있었지만 이 또한 인터넷의 발달과 각자의 분야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지할 수 없는 직업으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언론이 특정인을 마녀사냥 했다고 여겨지는 윤미향 의원 사건을 판사가 거진 무죄로 판결하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전반의 언론보도에는 마녀였던 윤 의원이 후반 판결로 인해 억울한 봉사자의 모습으로 달라졌다는 것이다. 동시에 벌어진 곽상도 의원 아들의 50억 퇴직금 무죄사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수사 여부 등 모든 것이 인맥과 권력이 뒤섞여 대체 진실이 무엇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시기에 봉착했다.

이럴수록 법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는 것이다. 동시에 판사가 인공지능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바람이 생기는 것이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면서 그렇지 못할 때는 기계에게 법률적 지식을 맡기고 해당되는 형량을 받는 것이 더 공평하다는 여론이다.

이런 여론형성의 이유에는 불신을 초래했기 때문인데 밥그릇을 지키려면 먼저 믿음을 얻어야 한다. 물론 검사의 기능과 역할도 마찬가지이며 의사나 약사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DNA가 모두 다른데 의료진은 검진결과에 따라 동일한 처치 법으로 수술이나 시술 또는 처방전을 발급하고 약사는 처방전대로 약을 공급하게 된다.

의사가 환자에게 차별화된 예방법이나 진료법을 친절하게 안내하고 환자를 가족처럼 대하는 정성과 함께 완치를 목적으로 노력하는 노하우를 쌓는다면 문제는 달라졌겠지만 지금처럼 매뉴얼대로 하는 수준이라면 머지않아 환자 스스로가 소송에 필요한 준비서면을 작성하듯 필요한 치료법을 기계가 대신 해주는 시대가 찾아올 것이다.

그런 시대가 온다면 지금의 의대생이나 약대생 또는 법학과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도들의 미래 희망은 점차 먼 나라 얘기가 되는 것이다. 마치 양복기술자들의 직업이 영원할 것처럼 여겼듯 궁극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않은 대가는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치르게 될 것이다.

마냥 편리함만 추구하는 시대에 우리가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 편리함의 반대급부는 자립형 생활패턴이다. 배달업체가 음식을 갖다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불과 20년 전만해도 라면이라도 끓여먹을 줄 알았는데 봉지 뜯는 요령만 알뿐 더 이상 아무것도 할줄 모르는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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