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사라져야 할 잔인한 범죄
[덕암칼럼] 사라져야 할 잔인한 범죄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3.07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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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사람 사는 사회에는 셀 수 없이 다양한 것들이 있지만 발전시켜야 할 것과 사라져야 할 것이 있다. 오늘은 불신의 불씨가 되는 신용사회의 독버섯 ‘보이스피싱’에 대해 함께 공감대를 형성해 보기로 한다.

일단 보이스피싱이라는 단어부터가 잘못 설정됐다. 전화를 이용해 개인정보를 알아낸 뒤 이를 범죄에 이용하는 전화금융사기 수법으로 음성통화 즉, 보이스라는 말과 피싱이란 용어는 낚시를 뜻하는데 전기통신 수단 등을 통해 개인정보를 낚아 올린다는 뜻으로 합성된 신조어다.

불특정 다수의 범행 대상자에게 전화를 걸어 금융감독원이나 수사기관을 사칭해 허위 사실을 말하면서 협박해 불안감을 조성하는 방법으로 송금을 요구하거나 특정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사기 수법을 말한다.

전화로 사기를 치는 범죄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수법을 보면 가족 납치 위장형, 계좌가 도용되었다고 속여 사기범들의 계좌로 돈을 이체시키는 계좌 도용형, 싼 이자로 대출이 가능하다는 핑계로 수수료를 먼저 보내라는 대출 빙자형, 가족이 교통사고를 냈다는 핑계로 합의금을 요구하는 합의금 요구형 등 다양한 수법들이 등장하는데 이 정도는 구시대적 유형이고 점차 지능적이고 고도의 수법이 병행되는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 밖에 공공기관을 사칭한 유형이나 아무리 걸리지 않으려고 해도 걸릴 수밖에 없는 교묘한 방법이 동원된다. 요즘은 한술 더 떠 메신저를 이용하거나 아이디를 도용하여 로그인한 뒤 계좌를 털어가는 등 제아무리 걸려들지 않으려고 해도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일단 걸려들어 송금하거나 비밀번호를 가르쳐준 다음 당한 뒤에는 속수무책이다. 약 15년 전까지만 해도 전화사기단의 경우 콜센터를 중국에 두고 송금만 국내에서 했는데 대부분 대포통장을 개설하는 역할 분담 형태였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조직적이고 지능적인 전화사기단의 운영형태는 이제 일종의 직업으로 자리 잡았다. 피해 금액도 갈수록 증가했지만, 무엇보다 수사 인력은 한정되어 있고 사기 치는 범죄자들은 늘어나니 피해자들에 대한 대안은 없이 당한 자만 바보 되는 셈이다.

물론 경찰이 나름 애써서 검거했지만 어디 열 순경이 도둑 하나를 못 잡는다는 속담이 괜히 나온 것일까. 작정하고 사기 치는 자들을 무슨 수로 다 검거할 수 있을까. 특히 요즘처럼 자동응답 시스템을 이용한 사기 전화는 상대의 서투름이나 억양을 가려낼 수 없어서 더욱 피해가 증가한다.

시대가 변할수록 온갖 방법의 사기 수법들이 동원되는데 그 어떤 경우라도 무응답으로 일관하거나 일단 끊어버리고 정황을 파악한 다음 신중히 재확인하는 노력 정도는 뒤따라야 한다. 간혹 전화사기다 싶으면 농담이나 욕설로 대응할 수도 있는데 이 또한 금물이다.

괜히 건드려 놨다가 감당 못할 곤욕을 치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상대는 이쪽의 전화번호를 통해 직업, 학교, 단체의 소속 등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데 이쪽에서는 상대방을 전혀 알 수 없는 상태니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다.

음식점의 경우 허위 배달을 시켜서 피해를 주거나 제조업체나 유통의 경우 허위로 대량 주문해서 피해를 주기도 했다. 이렇게 발생한 피해가 지난 5년간 약 1조6,645억을 넘었다. 대부분 메신저 피싱 피해가 95%에 이르는데 다시 돈을 찾아주었다는 희소식은 전무한 실정이다.

오죽하면 국회의원이 이런 현상에 대해 금융당국의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을까. 특히 생필품을 넘어 신체의 일부분이나 다름없는 휴대전화를 이용한 범죄라는 점에서 달리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다.

이미 휴대전화는 우리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이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휴대전화를 안 쓸 수도 없고 쓰자니 여차하면 사기범들에게 당하기 일쑤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작년까지 5년간 피해 건수는 총 22만7,126건에 이른다.

이를 1년 단위로 나누면 45,425건이고 더 세분하면 하루 124건의 피해자가 발생했다는 산술적 계산이 나온다. 이들 피해 유형 중 절반 이상이 대출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이 메신저 피싱인데 카카오톡을 통한 메신저 피싱 피해가 가장 컸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실질적인 피해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돈을 취급하는 금융기관부터 별다른 방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저 이자놀이에 급급할뿐 정작 고객의 피해에 대해서는 강 건너 불구경이다.

각자 알아서 할 것이지 그것까지 관리할 수는 없는 것이라는 게 금융기관의 지금까지 자세였다. 그나마 해를 거듭할수록 관련 예방법이 많이 안내됐지만 워낙 교묘한 수법이다 보니 달리 방법이 없는 것이다.

최근 방역지원금 받으라며 안내를 받았다가 돈 받을 계좌를 알려달라는 말에 서서히 답하다 보면 순식간에 잔고가 다 털리는 수법까지 등장했다. 안 그래도 어려운 와중에 코로나 관련 지원금이라니 귀가 솔깃할 것이고 안내 음성이나 내용에 속을 수밖에 없는 시나리오를 사전에 준비했으니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듯 피해를 겪게 되면 속은 데 대한 분노도 있지만 어려우니 대출을 받으려고 애쓰는 것이고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사람이라면 그 또한 어려운 계층인데 설상가상인 것이다. 설마 하던 사람들이 이 같은 피해를 겪고 나면 그 후유증은 피해 당한 금액 그 이상이다.

상실감과 현 사회에 대한 불신의 동기가 되는 것이며 돈보다 더 귀한 인간관계의 신뢰를 상실한다는 것이다. 한번 무너지면 좀처럼 복구하기 힘든 사회적 불신, 사법기관은 국민세금으로 급여를 받는 기관이다.

밥값을 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어느 때 보다 아쉬운 시점이다.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주지는 못할망정 보따리까지 챙겨가는 건 아예 삶을 포기하라는 것과 같다. 왜냐하면 돈이 많은 사람은 당할 확률이 더 낮고 없는 사람이 마지막 대출이라도 받아 살아보려고 애쓰는 과정이었기에 더욱 잔인한 범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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