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덕암칼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3.08 0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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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정치란 필요한 만큼 세금을 걷어 적시적소에 쓰는 일이다. 하지만 작금의 정부 예산편성이나 국회에서 통과된 분야별 내용을 보면 돈이 없는 게 아니라 세금 도둑이 많은 것이라는 모 정치인의 말이 헛소리는 아닌 듯 싶다.

실패한 국책사업에 대해 열거하자면 책 한 권을 다 써도 모자랄 만큼 방대하지만, 지난 2월 23일 언론을 통해 보도된 저출산 예산의 문제점을 보면 아연실색할 일이다. 이 또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인데 외신도 놀랐다는 저출산 예산을 모아보면 대체 그 많은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주요 골자는 2022년 한국의 출산율이 0.78명을 기록했다는 내용인데, 이미 한국의 저출산은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예산을 투자했다면 성과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저출산의 실제 원인은 직장, 물가 상승, 생활비나 기타 교육비에 대한 부담인데 엉뚱한 곳에 돈을 쏟아붓고 책임질 사람이 없는 실정이다.

2023년 현재 국내 출산율은 7년 연속 감소하며 난 사람보다 가는 사람이 많은 인구 자연감소 추세도 3년 연속 이어지고 있다. 산술적으로 노인이 많아지고 노인을 부양할 젊은층이 줄어들면 지금도 노인 기피 현상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데 10년 뒤나 20년 뒤에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정부가 지난 2006년부터 16년간 저출산 대응에 투입한 비용은 280조원에 달한다. 이쯤 되면 돈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란 게 증명되지 않았을까. 정확히 말하자면 헛돈을 썼다는 것인데 효과가 없는 줄 알면서 낭비했음에도 책임질 사람이 없다.

지난 2020년 저출산 관련 예산은 40조2,000억 원으로 행복주택·전세임대주택 공급 등 청년·신혼부부 주거 지원에 18조원, 국·공립유치원 확충, 아동·가정양육수당 지급 등 돌봄 지원에 13조2,000억 원을 편성했다.

아이 돌보는데 이처럼 막대한 돈이 투입되었음에도 출산율이 올라갔던가. 저출산은 초등학교 입학생들의 공백으로 이어지고 학교가 문을 닫으면 도미노 현상으로 결국에는 국민연금도 2055년이면 고갈될 수 있다는 예측이 틀리진 않을 것이다.

지금의 출산율을 계산해보면 생산연령인구 100명의 노년부양비는 2022년 24.6명이었으나 2070년 100.6명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생산연령인구 1명이 노인 1명 이상을 부양하게 된다는 산술적 계산이 나온다.

내 부모도 나몰라라 하는 세상에 이런 날이 온다면 어떻게 될까. 그냥 각자가 알아서 사는 것이 당연한 미래인데 그나마 살도록 그냥 두면 다행이고 짐짝이나 애물단지 취급을 받으며 천대하는 미래가 온다면 그때 가서 어른이랍시고 말해 본들 말하는 자체가 노망으로 취급받게 될 것이다.

임신·출산·육아 보조금에 초점을 맞춘 예산편성은 실패했다.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이었으며 그에 대한 현실적 대안을 찾지 못한 것은 안일한 행정기관의 고무줄 잣대와 정치권의 표심 확보에 코드를 맞췄기 때문이다.

일단 일을 안 한다. 할 수 있는 사람조차 놀고 먹으려는 습관에 다시 현장으로 나가기 어려워한다. 이렇게 되다보니 생산연령인구 중 근로자 비율이 지난 2022년 71%에서 50년 뒤인 2070년이면 46%로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 80년 뒤에는 지금의 절반으로 반토막 날 수밖에 없다. 결혼과 출생기피의 근본적인 원인은 따로 있는데 엉뚱한 곳에 돈을 퍼붓고 있다. 예산을 편성하는 사람의 개인 돈이라도 이랬을까.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우자 당선이후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출산 보이콧 운동이 확산한 바 있었다. 이른바 저출산이 아니라 무출산으로 대를 끊어 놓겠다며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20대까지 남녀로 분리해 표를 얻으려는 선거 전략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당선만 된다면 무슨 전략이든 가리지 않고 대립분위기를 조성했다. 여성계에서는 윤석열 당선인의 주요 공약인 여가부 폐지, 성범죄 무고죄 강화에 반발하며 20대 여성 58.0%, 30대 여성 49.7%가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다.

어쩌다 출산이 정치와 뒤엉켜 표심의 방향을 좌우하는 담보물이 되었을까. 한때 남자는 군대, 여자는 출산이 한번은 겪고 가야할 산이었다. 그렇다. 군인에게 급여인상으로 환심을 사고 한번 지급하기 시작한 돈을 다시 회수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계급별로 하사관이나 장교들도 생뚱맞은 반응이다. 필자 또한 1985년 입대 당시 이등병의 급여는 2,500원, 병장 이라해도 4,400원이 고작이었다. 그래도 신성한 국방의 의무에 대해 3년간 복무하며 자부심이 있었고 예비군복 입는 해방감에 마냥 행복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왜 소중한 젊음을 희생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출산 또한 마찬가지다. 여자가 아이를 못 낳으면 소박을 맞거나 칠거지악의 하나였던 조선시대에도 오히려 여성의 권리는 더 정확히 존중받았었다.

여권 신장이 외면적으로 개선된 것 같으나 내면적으로 더 열악해졌다. 출산이 더 많은 대우를 바라는 협박용 담보물로 전락했다. 어쩌다 나라 지키는 것이 억울하고 아이 낳는 것이 유세 부리는 세상이 되었을까.

한 나라의 운명이 어디로 가든 몇몇 위정자들의 배를 채우려다 이 꼴이 난 것이다. 국민들을 연령별, 지역별, 성별, 별별 갈래로 갈기갈기 찢어놓고 온갖 달콤한 미끼만 던져준 과정이 불러온 참사다. 동해안에서 활어를 싣고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운반하는 활어차가 있다.

광어 100마리에 작은 상어 1마리를 넣어놓으면 5마리는 상어 먹이가 되고 5마리는 폐사해서 90마리가 남지만 활어만 싣고 오면 차멀미에 항생제 성분에 취해 20마리 이상이 죽고 나머지도 며칠간은 영 시원찮다.

전쟁이든 내란이든 질병이든 상어 역할을 하는 일이 생긴다면 수 백 만명이 사망하겠지만 지금처럼 가만 두면 5,000만 대한민국은 씨가 말라 종족보존의 가능성이 사라지게 된다. 얼마든지 복지는 융성하고 삶의 질은 높아질 수 있으며 자손은 만대로 번성할 수 있음에도 위정자들의 욕심으로 인해 자승자박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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