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금덕 할머니 등 관련단체들, 긴급시국선언 발표하고 기자간담회 열어
양금덕 할머니 등 관련단체들, 긴급시국선언 발표하고 기자간담회 열어
  • 이익돈 기자 mickeylee@naver.com
  • 승인 2023.03.08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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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금덕 할머니, "동냥처럼 주는 돈은 받지 않겠다", "95살 먹었어도 억울해서 못 죽겠다."고 말해
- 피해자 대리인단, 정부 방안에 대해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는 한 실행이 불가능하다는 입장
7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굴욕적인 강제동원 정부해법 강행 규탄! 일본의 사죄배상 촉구! 긴급 시국선언'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뉴스핌)
7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굴욕적인 강제동원 정부해법 강행 규탄! 일본의 사죄배상 촉구! 긴급 시국선언'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뉴스핌)

[경인매일=이익돈기자] 일제 강제동원 생존 피해자 양금덕, 김성주 할머니와 관련 단체들이 지난 6일 발표된 정부의 제3자 변제 방안 철회를 촉구하며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7일 국회 본청 앞에서 정부의 방안을 규탄하는 긴급시국선언을 발표하고 국회의원회관 제 1 소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양금덕 할머니는 "동냥처럼 주는 돈은 받지 않겠다", "95살을 먹었어도 억울해서 못 죽겠다." 라며 95세의 노구를 이끌고 현장의 최전선에 다시 나섰다. 일본 기업은 참여 않고 일본의 반성과 사과 표명도 하나 없자, '윤석열 정부 강제동원 정부해법 강행 규탄 긴급 시국선언'에 광주에서 멀리 서울까지 휠체어에 의지한 채 직접 참석한 것이다.

양 할머니는 광주의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사무실에서 강제동원 문제 해결방안에 대한 정부의 발표를 생중계로 지켜본 뒤 "잘못한 사람은 따로 있고 사죄할 사람도 따로 있는데 그리 해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노인들이라고 해서 너무 얕보지 말라"며, "반드시 사죄를 먼저 한 다음에 다른 모든 일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최근 식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며 노환으로 한동안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던 아흔 다섯 노인에게 장거리 이동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양 할머니는 "내가 직접 나서서 싸워야 할 때"라면서, "지금 안 가면 정부가 또 나쁘게 정리될 것 같으니 내가 가야겠다"며 몸소 먼 길을 달려왔다고 한다.

주변에서 양 할머니를 보살펴 온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의 김정은 사무처장은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쉬시면 좋겠다"고 양 할머니를 만류했지만 "내가 괜찮다는 데, 왜 그리 말이 많냐"며, 양 할머니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양금덕) 할머니는 '내가 30년을 어떻게 버텨왔는데 이렇게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며, "연세가 있으셔서 예전 기억들을 많이 잊었는데도 어린 시절 강제 동원된 기억과 30년간 싸워 오신 기억들은 여전히 선명히 남아있는 듯하다" 고 김 처장은 전했다. 양 할머니는 일본의 사죄 한마디를 들으려고 지난 30년을 넘게 싸워왔다고 한다.

나주공립보통학교 6학년이던 1944년 양 할머니는 당시 일본인 교장의 반강제적 권유로 일본에 있는 미쓰비시중공업이 운영하는 나고야항공기제작소에 동원됐다. 매일 중노동에 시달려야 했지만 약속했던 임금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양금덕 할머니는 교장이 상급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꾐에 넘어가 미쓰비시중공업으로 가게 되었다고 말했다.

"배가 고파 일본 여자애들이 남긴 밥을 거기 두고가면 먹자 했더니, 그 애들이 그 밥을 바닥에 버리고 발로 짓이겨 밟고 갈 때 너무 서러웠다”고 한다.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해방된 후 고향으로 돌아온 양 할머니는 위안부로 오인한 사람들의 냉대에 시달리기도 했다. “쎄 빠지게 고생하고 왔더니 동네 어른들이 '몇 놈이나 상대했냐'고 할 때는 마음이 무너졌다"고 아픔을 토로했다.

1992년에 일본 정부와 전범 기업을 상대로 한 '천인소송' 에서부터 일본에서 진행된 3개 소송에 참여했고 3개 소송에서 패소한 양 할머니는 포기하지 않고 변호사와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아 다시 국내에서 소송을 제기해 2018년 우리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아낸 것이다. 그러자 일본 정부는 수출 규제 등 보복에 나섰고, 일본 기업들은 손해배상금을 아직도 지급하지 않았다.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은 총 15명인데 일본제철에서 일한 피해자, 히로시마 미쓰비시 중공업에서 일한 피해자, 나고야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자 등 3개 그룹이다. 소송에 참여한 피해자들은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다시 강제집행 절차에 들어갔다. 해당 일본 기업은 이 절차마저 부당하다며 재항고를 제기해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피해자 대리인단 측은 정부의 '제3자 변제' 방안에 대해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는 한 실행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리인단은 이번 정부 방안에 거부하는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 기업들의 국내 자산 강제집행 위한 추심 절차를 계속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대리인단 측은 만약 정부가 피해자 의사에 반해 법원에 돈을 맡기는 공탁 절차를 일방적으로 진행할 경우에도 무효화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7일 '굴욕적인 강제동원 정부해법 강행 규탄! 일본의 사죄배상 촉구! 긴급 시국선언' 규탄대회에 참가한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국언 대표는 "판결에 따른 정당한 배상금을 놔두고 애먼 한국의 기업들이 왜 난데없이 일본기업의 배상책임을 대신 떠 안아야 하느냐"며, "양 할머니를 포함한 일제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가해자인 일본 정부와 일본기업으로부터 사죄를 받고 정당한 배상을 받는 것 하나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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