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국민이 뭘 알겠는가마는
[덕암칼럼] 국민이 뭘 알겠는가마는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3.09 08:3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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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먹고살기 바쁜 국민들이 무엇을 알까. 온갖 욕설과 비방과 저질 단어들은 국민이 알고 싶어 아는 게 아니라 정치권에서 서로 이전투구처럼 하며 뱉은 말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것이지 우매하고 순박한 국민들은 상상도 못 하는 말들이다.

먼저 1년 전 오늘은 윤석열 후보가 대한민국의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날이다. 14명이 입후보하고 2명은 중도 사퇴하였으며 필자 또한 도전하였으나 본 후보 등록의 준비 부족으로 중앙선관위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사전선거 투표율이 36.93%에 육박했고 최종 투표율은 77.1%를 기록했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각각 47.83%와 48.56%의 득표율을 기록, 0.73%p라는 근소한 차이로 극명하게 다른 결과를 낳았다.

이후 윤석열 당선자는 2022년 5월 10일부터 2027년 5월 9일까지 5년 동안 대한민국 대통령을 수행하게 되었고 이재명 후보는 국회에 입성하면서 야당의 총수로 등극했다. 당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사전선거 투표를 하루 앞둔 시점에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의 단일화로 사퇴하면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자처했던 바 있다.

그리고 1년후 국민의힘 당 대표 전당대회에서 다시 날선 힘겨루기를 하게 될 줄을 누가 알았으랴. 당선자와 낙선자의 극명한 차이는 갈수록 간극이 크게 벌어졌다. 야당 총수가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대놓고 막말을 하는 사이로 전락했다.

한쪽에서는 야당탄압, 검찰공화국 이라 하고 한쪽에서는 방탄국회를 비하하는 발언이 도를 넘었다. 여기서 도라는 것은 정도를 의미하는데 명색이 국민들의 선택을 받은 국회의원이고 대통령이면 그래도 한 나라의 지도자들 아닌가.

격에 맞는 수준과 어느 정도 정제된 단어들이 등장해야 함에도 동네 불량배들이나 뱉을 만한 단어들이 여과 없이 등장했다. 야당이면 견제의 책무가 있고 여당이면 야당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데 한 나라의 정승인데 머슴과 동급의 언어수준이라면 국민들이 무엇을 보고 배우며 존경할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수사권을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냐, 국가권력을 가지고 장난하면 그게 깡패지 대통령이겠냐”며 사법부와 대통령을 싸잡아 깡패라고 비난했다. 어찌 야당 총수가 현직 대통령을 보고 깡패라고 칭하고 국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탄핵이니 구속이니 입에 담지 못할 망언들을 너무나 태연하게 쏟아내고 있다.

검찰은 이재명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이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한쪽은 십 원 한 장 받은 게 없다며 모든 진술은 검찰의 조작과 창작의 재료가 될 것이고 검찰에 조종되는 궁박한 이들의 바뀐 진술 외에 그럴싸한 대장동 배임 증거는 나오지 않고 있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또 한쪽은 배임, 구 부패방지법 위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등 구속에 문제없을 만큼 증거가 차고도 넘친다고 했다. 물론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이다. 어느 쪽이든 뱉은 말에 책임져야할 것이고 슬그머니 접기에는 너무 늦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월 23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을 강도나 깡패, 오랑캐에 빗대며 수사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고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려는 생각은 없느냐는 기자 질문에 대해서는 모두가 규칙을 지키고 예측이 가능한 사회에는 담장을 없애고 대문도 열어놓고 사는 게 맞지만 그게 아니라면 강도와 깡패들이 날뛰는 무법천지가 되면 당연히 담장이 있어야 되고 대문도 닫아야 한다고 답했다.

풀어서 해석하자면 당사자의 범죄 혐의에 대한 정당한 해명보다는 검찰의 수사를 무법천지로 전제한 답변이다. 이에 대해 여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입장은 단호했다.

여당의 유력한 인사는 이재명 대표가 형과 형수에게 패륜적인 쌍욕을 쏟아내던 맨 얼굴이 그대로 드러났다며 당 대표직 뒤에 숨어서 감옥행을 피하겠다고 몸부림치다가 막다른 골목에 몰리자 인성의 바닥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기자간담회를 비판하며 그런 소리는 판사 앞에 가서 하면 된다고 말했다. 다 조작이고 증거 하나도 없다면 대한민국 판사 누구라도 100% 영장을 발부하지 않을 것이니 죄가 없다면 겁먹을 일도 없을 것이라고 염려 아닌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죄에 대한 여지를 묻는데 다른 답변으로 일관하는 것을 동문서답 또는 말 돌리기라고 한다. 핵심을 벗어난 답변도 여기에 해당되며 비슷한 것 같은데 본질과 섞어서 말의 방향을 돌리는 것 또한 고도의 말장난이다.

죄를 물으면 “맞다, 아니다”라고 하면 될 것을 왜 나만 갖고 그러나. 김건희 여사의 주식문제나 여죄수사는 왜 안 하는가 등 화제를 돌리는 것도 문제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50억 클럽에 대한 수사를 병행하라는 목소리도 높이고 있다.

이제는 여야를 넘어 어느 쪽에 문제가 있는지조차 구분이 안 갈만큼 정치권의 썩은 냄새가 서울 여의도를 가득 메운다. 국회를 출입하다 보면 겉으로는 멀쩡한 사람들이 정쟁만 벌이면 미친 듯 이성을 잃고 오로지 당의 결정에 거수기 역할을 망설이지 않는다.

얼마 남지 않은 총선의 공천 때문일까. 아니면 국민들을 아직도 무시하는 처사일까. 국회의사당 계단에 단체로 줄을 서서 피켓을 드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모두가 같은 마음일까. 서고 싶어서 서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자신을 선출해준 지역구 유권자들이 방송을 통해 보고 있을텐데 과연 위풍당당하고 총선에서도 자신의 뜻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권력이 무너지면 가장 가까운 측근들이 가장 빨리 소식을 알게 되고 가장 먼저 뒤통수를 친다.

지금까지 이명박·박근혜 前 대통령이 구속이나 탄핵에도 친박·친이가 그랬고 아마 앞으로도 그러지 말란 법은 없다. 왜냐면 일단 살고 봐야 하고 산자가 승자이기에 총선 레이스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한쪽이든 자신은 잘못한 게 하나도 없고 상대 당은 천하에 더 없이 나쁜 정치인들이라고 한다. 서로 마주보고 침을 뱉으면 그 꼴을 보고 있는 국민들이 둘 다 침범벅이 된 모습을 뭐라 판단해야 할까. 이미 서로가 뱉은 막말이 너무나 많다.

글로 옮기기조차 민망하다. 빈말이라도 자당의 허물과 상대 당의 주장을 인정해 준다면 설령 그것이 짜고 치는 판이라 하더라도 지켜보는 국민들이 성숙한 한국정치의 단면으로 봐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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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인 2023-03-09 13:44:26
늘 좋은말씀.
가슴으로 잘읽고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