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좋은 꿈 꾸세요
[덕암칼럼] 좋은 꿈 꾸세요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3.13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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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사람은 하루 평균 8시간을 잔다. 물론 때에 따라 밤을 새는 사람도 있고 몇 시간 못 자는 사람과 10시간을 자도 잠이 부족하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평균 수명의 연장으로 90살이 평균 수명이라고 할 때 30년은 자는 시간이라는 산술적 통계에서 벗어날 사람은 없다.

그러다 보니 잠자리가 편하고 충분한 숙면을 하는 것이 건강의 첫째 조건이자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잠을 잘 자기 위해서는 다양한 조건들이 따라붙는다. 가령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이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번민과 갈등의 정점에서 잠 못 이루는 경우도 있고 병적으로 잠을 잘 수 없는 질환자도 있지만 무엇보다 오지 않는 잠을 청하기도 어려운 일이고 오는 잠을 쫓아내는 일도 어려운 일이다.

대표적인 예로 피곤한 나그네에게 길은 멀고 잠 못 드는 이에게 밤은 길다는 말도 있고 졸음운전으로 한순간 황천길로 떠나는 경우도 많다. 사실 운전 중 졸음은 어느 한순간 깜빡하는 사이 1초에 수 십 미터를 눈감고 달리는 것과 같으니 음주운전보다 몇 배는 더 위험한 경우다.

졸음운전은 과속사고에 비해 2.5배나 높은 치사율을 나타내고 한 해 평균 90명 이상이 사망하는 통계를 나타내고 있다. 졸음운전은 당사자도 문제지만 아무 죄 없는 피해 차량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오죽하면 고속도로 곳곳에 졸음쉼터가 더 촘촘히 설치되었을까. 언젠가 자율주행 상용화 시대가 오면 모두 옛말이 되겠지만 지금은 잠과의 싸움에서 객기 부리지 말고 조용히 쉬는 것이 최선이다.

이제 봄이 되니 나른한 오후면 춘곤증도 심해질 것이고 더더욱 조심해야 할 일이다. 토끼와 거북이 경주에서 거북이가 이긴 것도 토끼가 잠든 틈을 타 부지런히 달린 거북이가 이긴 것이니 토끼 입장에서는 잠이 화근이다.

오는 3월 17일은 ‘세계 수면의 날’이다. 과거에는 온돌 바닥에 이불만 있으면 하루 종일 힘든 노동에 파김치가 되어도 잠들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푹신한 침대에서 조금만 춥거나 더워도 잠을 못 잔다.

불면증, 수면무호흡증, 수면행동장애 등 질환도 있고 한겨울의 한기도 한여름의 열대야나 모기떼가 없어도 쉽게 잠들지 못하는 것은 정신적 고민이 많은 탓이 크다. 독자들은 하루에 몇 시간이나 주무실까.

주무시는 동안 어떤 꿈을 꾸며 잠에서 깨어났을 때 끔찍한 악몽인지, 미리 알려주는 선몽, 현실과 착각할 정도로 생생한 현몽, 아니면 임신을 미리 알려주는 태몽이라도 꾸었는지, 꿈자리에 따라 로또 복권도 사고 하루의 출발에 두려움과 조심성을 미리 경고 받는 경우는 없었을까.

잠드는 동안 엎어지고 돌아눕고 밤새 침대를 종횡무진 다니지는 않았는지 반듯하게 누워 손을 가슴에 얹고 착하게(?) 잠들었는지 잠든 당사자는 알 수 없는 시간이다. 각자의 주거환경, 신체조건, 기타 상황에 따라 삶과피할 수 없는 과정이기에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오늘은 잠에 대해 함께 공감대를 형성해 보자. 오는 3월 17일은 수면 연구학회와 대한신경과학회가 공동 주관으로 ‘2023년 세계 수면의 날'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세계수면학회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춘분 직전 주의 금요일을 ‘세계 수면의 날’로 정한 날이 올해는 3월 17일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우 하루 4시간 가량을 자는데 마의 시간대인 오후 2시부터 3시 사이 낮잠을 30분 정도 자야 남은 시간을 다시 진지하게 보낼 수 있는 정신적 활력을 얻는 편이다. 이때 잠드는 시간을 일명 꿀잠이라고 하는데 깨어 있는 동안 간절히 바랐던 일들이 잠든 동안 꿈에서도 진행되니 꿈꾸느라 잠 못 이룬다는 아이러니가 현실이다.

저녁마다 적는 일기의 출발은 기상 시간이고 마지막은 잠든 시간을 기록하면서 하루 평균 취침 시간을 살펴보니 일반 사람들보다 약 4시간씩 덜자고 모은 시간이 10년을 훌쩍 넘겼다. 스스로를 들볶으며 모은 시간이지만 돌아보면 분 단위로 계획을 짜고 추진해 온 날들이 그리 쉽지는 않았다.

잠이란 밤에 쉬라고 태양마저 숨는 것이고 낮에 일하라고 달마저 피하는 것이다. 자연의 이치에 따르지 못하고 밤에 일하는 사람들의 피부를 보면 허옇게 떠서 창백한 색깔이 많아 결코 쉬운 직업이 아니다.

햇빛을 보지 못 하고 일하는 만큼 고소득이 있어야 하는데 수 많은 야간 직종이 모두 그렇지는 않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어쨌든 잠 못 자는 사람들이 흔히 잠들기 위해서 술을 마시는 경우가 흔하지만 음주는 깊은 잠을 방해하는 대표적 요인이다.

수면 중에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뇌가 산소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기 때문이고 과도한 운동도 교감신경이 활성화돼서 몸이 흥분한 상태가 돼 더 잠들기 어려워진다. 자세 또한 위를 보고 정자세로 자면 중력에 의해 혀 등이 아래로 떨어지므로 숨 쉬는 공간이 좁아져 수면무호흡증이 생길 수 있다.

위도 몸 왼쪽에 있기에 왼쪽으로 돌아누워 자면 위가 몸 아래로 내려간다. 중력에 의해 위산이 아래쪽에 머무르게 돼 위식도 역류질환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 반면 오른쪽으로 누워 자면 위가 올라가기에 위산이 역류할 수 있다.

수면 부족이 장기간 쌓이면 피로가 누적되고, 결국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사람이 태어나면 하루 종일 자고 나이가 들수록 잠을 못 자고 불면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불면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09년 30.5만 명에서 2014년 48.7만 명으로 약 18만 명이 늘어났고 2016년부터 연평균 7.9%씩 증가해 2020년에는 약 67만 명으로 늘어났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불면증 등을 호소하는 사람이 급증하여 2023년에는 7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깨어있는 상태 즉, 각성 상태에서 수면 상태로 전환을 촉진하는 수면 호르몬 멜라토닌은 빛에 매우 민감하다. 잠들기 2시간 전부터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 사용을 중단하는 것이 좋다. 설문조사 결과 우리나라 응답자의 43%가 일에 대한 걱정이 수면을 방해한다고 답해 조사 대상 10개국 중 가장 높았다.

먹고 사는 걱정은 깨어있을 때만 하고 잠이라도 편히 자는 것이 어떨까.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간혹 아침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절박한 날, 걱정은 걱정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진실도 전하고자 한다. 자고로 잠이란 언제 어디서 누구와 자는가도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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