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상은 공정해야 제 가치가 선다
[덕암칼럼] 상은 공정해야 제 가치가 선다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3.1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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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독자 여러분은 지금까지 상을 얼마나 받아 보았을까.

초등학교 개근상, 성적이 우수해서 받은 우수상, 아니면 조금 자라서 중학교 다닐 때 봉사활동을 많이 했다고 자원봉사상, 고등학교 진학해서 받은 각종 경진대회 수상, 대학 진학해서 연구 실적의 성공 사례로 받은 정부지원금, 더 나아가 남자들의 경우 군복무 중 받은 사격 우수상, 특별 휴가 뿐일까.

어떤 여성은 전국노래자랑부터 미스트롯 데뷔해서 출세 가도를 달리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상은 모든 이들을 기쁘게 하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열쇠 역할을 한다. 스포츠에는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거는 영광도 있고 미술이나 음악에서는 영광의 대상을 받음으로써 해당 분야에서 명예와 가치를 동시에 인정받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한때 금품으로 얼룩진 대한민국 미술대전은 무너진 명예와 신뢰를 회복하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노력과 예산이 투입되기도 했다. 상은 받을 만한 공적이 있어야 하는데 형식적인 절차로 가능했는지 정당한 과정이 있었는지는 받는 당사자가 알 것이다.

공적조서로 평가하는 각종 시상식에 언론사는 물론 정체불명의 단체들이 화려한 수식어를 앞세운 상장 장사는 일부 정치인들이 들러리를 서면서 치적을 홍보하는 명분으로 삼는다. 실제로 한 것도 없으면서 대한민국이란 화려한 명칭으로 특정인을 올려 세우면 정작 해당 분야에 소속된 전문가들이 볼 때 무엇이라 할 것인가.

그런 상의 남발로 인해 뒷거래는 없었을까. 물론 합법적인 행정광고비 지급은 당연하고 그 돈은 소중한 혈세로 낭비되는 것일진대 법적으로는 아무런 하자 없으니 누가 감히 성토할까. 지역이나 지방언론에는 해당 단체장이 어느 날 갑자기 탁월한 행정가로 둔갑하여 신문 지면을 도배하니 참으로 가관일 수밖에 없다.

뻔한 내막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지만 일부 과잉 충성파들은 골목마다 현수막까지 내걸며  “000시장님 000상의 수상을 축하합니다.” ‘아무개 일동’이라는 단체명까지 내건다. 하지만 해당 단체장이 뇌물로 구속되거나 법정 소송에 휘말리면 가장 먼저 성토의 침을 튀기며 성명서를 발표한다.

여기까지는 그럴만한 일상의 일이지만 좀 더 진도를 나가자면 대통령상이라도 받은 경우다. 한때 박근혜 前 대통령의 상을 받고 좋다고 기뻐하던 지인이 거실 한 복판에 액자를 걸던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어느 날 박 前 대통령이 구속되자 슬그머니 서랍에 넣는 것을 보면서 대통령 직의 인정을 받은 것인지 대통령 직을 수행하는 당사자의 인정을 받은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뿐만아니라 이명박 前 대통령도, 이후 문재인 前 대통령도 숱하게 뿌린 상장을 보면서 과연 상의 가치가 정립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 이유는 동네 호프집 사장도, 식당 주인이나 카센터 업주까지도 이러저러한 명분만 세우면 받을 수 있는 상이기 때문이다. 장관상은 기본이고 국회의원상, 시장·군수상 등 학교 재학시절 교장상은 상도 아닌 상의 남발이 상의 가치를 평가 절하하는 모습이 만연했다.

상과 벌은 동전의 양면이다. 대한민국 훈장은 무궁화대훈장을 정점으로 건국훈장, 국민훈장, 무공훈장, 근정훈장, 보국훈장, 수교훈장, 산업훈장, 새마을훈장, 문화훈장, 체육훈장, 과학기술훈장 등 총 12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어떤 분야든 상을 받은 사람과 이를 지켜보는 사람의 입장 차이는 있겠지만 수상의 가치는 당사자와 관련 있는 사람들만 아는 것이다. 제대로 주어졌는지……. 심사가 공정하고 객관성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면 그 상은 가치가 높아질 것이고 반대라면 얼마 못 가 비웃음을 살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러저러한 명분으로 약 200장에 가까운 상장과 감사장, 감사패를 수여받아 진열해 두었는데 한편으론 유치함의 극치를 달리지만 이 또한 삶의 소품이고 연극의 한 대목 아니던가.

낡은 앨범의 사진처럼 간혹 돌아보면 잠시나마 열정을 다했던 발자취가 남아 있다. 자고로 상이란 크든작든 결과에 대한 치적이며 이를 증명하는 증서가 되는 것인 만큼 싫어할 사람은 없다.

따라서 받는 사람이 있다면 누군가는 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간혹 이런 룰을 벗어나는 경우가 있으니 1개당 6,800만원을 들여 2개를 제작한 무궁화 대훈장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논란의 대상은 문재인 前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부부를 대상으로 주어진 것인데 자신에게 자신 명의로 시상하는 셀프 수상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렇듯 상은 삶의 흔적이자 성과물이기도 한데 최근 상을 거부한 사례가 잇따르면서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일명 공직사회에서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훈장에 대해 수상을 거부한 것이다.

정부는 공직에 근무하다 퇴직하는 근무기간 33년~40년 이상에 해당하는 교육공무원을 4개 등급으로 나눠 옥조근정훈장, 녹조근정훈장, 홍조근정훈장, 황조근정훈장을 수여해왔다. 올해 수여될 근정훈장엔 대통령 윤석열이란 수여자 이름 밑에 국무총리 한덕수,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이란 이름이 적혀있다.

이 같은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올해 2월말 퇴직 예정인 한 공립중학교 교장이 윤석열 대통령 이름이 박힌 녹조근정훈장 증서 수령을 거부하면서 그 이유에 대해 사사건건 적반하장의 모습을 보이는 대통령의 이름이 적힌 훈장증을 받는 상황이 부끄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말로는 공정과 상식을 내세우면서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정부, 약자와 소외된 이들을 보듬지 못 하고 무한 경쟁교육을 추구하는 지금의 정부에서 주는 훈장을 단호히 거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지금 교육상황과 나라 돌아가는 상황에 화도 나고 부끄러워서 훈장을 포기한 것이라며 교직 말년에 학생인권과 민주시민교육을 위해 남은 힘을 썼는데 이런 것을 호시탐탐 후퇴시키는 정부가 주는 훈장을 받는 것은 나 자신한테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교장, 교감, 교사뿐만 아니라 교육장까지 훈장을 거부하는 상황에 국민들은 어떤 판단을 할까. 각자의 몫이지만 아닌 것은 아니라 말하는 용기는 참으로 본받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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