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리뷰] 「빨간 풍선」이 보여준 불륜 서사의 황당 결말
[경인리뷰] 「빨간 풍선」이 보여준 불륜 서사의 황당 결말
  • 박미경 기자 miorange55@naver.com
  • 승인 2023.03.1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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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미경기자 

사랑은 모든 노래말,시,소설,희곡,영화를 막론하고 주요 테마가 되어왔다. 하지만 불륜은 말 그대로 윤리에 어긋나는 일이기 때문인지 조심스럽게 다루어진다.

언뜻 떠오르는 세계 명작 중 불륜을 다룬 작품으로 안나카레리나, 보바리부인, 차탈레 부인의 사랑 정도가 있다. 이후 대중소설로 메디슨카운티의 다리가 있었고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크린트 이스트우드와 메릴 스트립이 주연한 동명의 영화는 이후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은 영향을 주었다.

요즘 TV 조선에서 하는 드라마 빨간 풍선이 끝났다. 처음에는 그렇고 그런 유치한 불륜 드라마로 보여서 별 흥미가 없었다. 그런데 총 20회 중 14 회를 진행하면서 드라마의 몰입도가 커져갔다. 찰진 대사와 감정선을 자극하는 OST도 한 몫했다. 특히 한승기의 연인을 편곡한 알리의 연인과 새롭게 부각된 김목경의 부르지 마는 큰 수확이었다.

작가를 찾아보니 문영남이었다. 문영남 작가라면 그 유명한 최진실의 마지막 드라마 출연작이자 빛나는 명작인 장밋빛인생의 작가다. 14화에서는 얼키고 설킨 불륜들이 들키고 수습하는 과정이 전개되었다. 총 세 커플의 사랑이 등장하는데 이 중 한 커플은 과거의 첫사랑, 한 커플은 짝사랑이 불륜으로 발전된 단계, 그리고 한 커플은 나이 차이가 나지만 처음 사랑을 느끼는 커플이다.

딴에는 불륜을 미화했다는 세간의 평의 받기도 한다. 14화에서 고금아(김혜선 분)가 거울을 보며 자신은 나이에서 밀려 이미 게임이 끝났다고 자책하는 모습은 시청자의 마음을 울렸다. 작가의 전작에서 장미빛 인생의 최진실이 남편의 외도를 알고 못 놀아본 자신이 서러워 혼자 나이트에 가서 춤을 추던 처절한 모습이 떠올랐다.

사실 결혼이라는 제도가 나이가 차서 또는 적당히 조건을 맞추어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나중에 진짜 마음 떨리는 사랑을 만났을 때 어떤 결정을 할 수 있을 지는 아무도 장담을 못할 수 있기에 문제적 드라마인 건 맞다. 결말이 어떻게 날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마지막회가 막을 내렸다. 결국은 불륜녀의 승리라는 석연치 않은 결말이었다.

이 복잡한 불륜관계에서 가장 지고지순하기로는 고금아,조대근 커플이 탑이었다. 부모의 반대로 야반도주 계획 직전 사랑이 무산되고 서로 그리워하면서 평생을 보낸 두 사람. 스물 두살 차이로 순정을 주며 서로 사랑하는 은산,남철 커플. 이 두 커플이 진정성에서 더 우선하는 게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밀하게 계획된 듯한 은강의 계획이 성사된 듯한 이 찝찝한 결말은 무엇인가? 은강은 어렵게 자랐고 친구의 남편을 남몰래 사랑하면서 깨어진 남자의 결혼식장에 가서 깽판을 치는 등 과히 긍정적인 인물은 아니었다. 게다가 은산의 남편 고차원은 아내와 결혼할 때도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선택한 사람이다. 사랑은 움직이는 게 맞다가 극의 주제라면 더 황당하다.

문영남 작가는 휴먼드라마 바람은 불어도를 집필한 분이다. 막장 드라마의 최고봉으로 김순옥 작가의 팬트하우스의 결말이 전혀 개연성없이 허무맹랑하게 끝났듯이 14화까지 흥미롭게 전개되어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던 극이 결국 맥 빠진 풍선처럼 되어 아쉬움을 감추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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