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있을 때 아끼자
[덕암칼럼] 있을 때 아끼자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3.22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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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난방비 폭탄이 일반 국민들의 가계에 직격탄을 날리자 여야 정치인들은 서로 그 탓을 미루며 입에 침을 튀기고 있지만 누구 하나 전기세를 낮출 현실적인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탓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피부에 와닿는 설명이나 이해인 것이지 책임 공방에 어느 한쪽 손을 들어줄 정도로 너그럽진 못하다.

여당은 문재인 정부에서 10번의 인상안을 외면했다가 지금와서 터트린 것이라며 선심성 행정을 지적했고 야당은 윤석열 정부 들어 폭등하는 난방비를 현 정부 탓이라며 장외투쟁까지 벌였다.

당장 엄동설한에 춥기도 하지만 고지서에 적힌 숫자를 보면 낼 수도 안 낼 수도 없어서 떠는 것인데 정치인들의 행태는 강 건너 불구경이다. 국회를 출입하며 이곳저곳을 다니다보면 모두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곳임에도 곳곳에 켜진 가로등이나 굳이 안 켜도 될 곳까지 대낮처럼 훤하게 켜놓고 있다.

아낀다고 얼마나 줄어들까마는 그래도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전기는 그나마 덜 쓰면 다른 방법이 있지만 현대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요금 인상 복병은 물이다.

수돗물은 기본요금 자체가 워낙 저렴하니 전기요금처럼 화들짝 놀랄 정도는 아니지만 공공요금의 인상에 일조하는 것만은 틀림없다. 문제는 전기보다 물이다. 수도요금이 전기세만큼 올라간다면 피할 수 없는 불행이다.

화장실물부터 욕조사용 줄이기, 설거지 물 아껴 쓰기 등 별별 대안이 다 필요하다. 수도요금은 가정용에 이어 일반, 군부대, 제조업소 3개 업태의 일반용과 욕탕용 수도 요금으로 나뉠 수 있는데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전무하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물이 남아돌아 별 걱정 없을까. 그렇지 않다. 한국은 한 마디로 물 부족국가다. 국가 내 물의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심각하여 물 부족 문제를 경험하는 국가를 말하며 인구 증가, 산업화,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수요가 증가하고 지하수와 강물 등의 공급원이 감소하여 물 부족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필자가 약 한달 전 경북 안동댐과 충주댐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수문을 열어본지 얼마나 되었는지 묻지 않아도 짐작 갈 만큼 비가 오지 않았다. 아마 전국의 댐들이 유사할 것으로 예상되어 근무 중인 한국수자원공사 직원에게 국내 댐 저수량을 질문했다.

역시 결과는 참담했다. 물의 낙차로 인해 전기를 생산해 본지 오래되었다며 저수량의 부족으로 대부분의 댐들이 바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수도꼭지만 틀면 언제든지 콸콸 쏟아져 나오니 부족하다는 통계가 그리 와 닿지 않겠지만 한국은 물이 부족한 나라다.

겨울 가뭄이 극심하다는 것인데 과거같이 농업에 의존했더라면 지금쯤 가뭄과 질병이 극심하여 도처에 백성들의 신음이 들렸을 것이다. 간혹 텔레비전 구호 협찬 영상을 보면 아프리카 지역에서 흙탕물을 마시다 말라리아나 콜레라에 걸린 아이들을 도와달라며 지하수 관정을 파는 비용에 손을 내밀기도 한다.

물론 많은 봉사단체들이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은 대단하지만 일부 유령단체들이 이를 빌미 삼아 후원금을 걷는 것은 불신을 초래하는 동기다. 걷었다면 얼마가 걷혔는지 언제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는 없다.

타는 목마름으로 한 방울의 물을 기다리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악용당하는 것이다. 물의 소중함은 겪어 본 자들이 증언으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광산붕괴 사고로 매몰되어 여러 날을 버틴 사람들, 튀르키예 지진의 흙더미 속에서 기적적으로 생존한 사람들, 타는 목마름과 굶주림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건 생명수, 단 몇 방울의 물이었다.

오늘은 매년 3월 22일 물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제정한 ‘물의 날’이다. 유엔은 1993년부터 이 날을 기념하면서 매년 물과 관련된 새로운 주제를 제시하고 한국에서는 1990년부터 매년 7월 1일을 ‘물의 날’로 지켜오다가 1995년부터 유엔이 제정한 3월 22일을 물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대한민국에 넘쳐 나는 물은 처음부터 풍요롭지 않았다. 그리 멀지 않은 1980년 동네 우물이나 공동수도가 급수원의 대부분이었다. 똬리를 머리에 얹고 물동이 이고도 중심을 잡고 다니던 아낙네들, 마중물을 붓고 힘차게 펌프질해야 시원한 지하수를 요금 없이 마음껏 쓸 수 있었던 시절, 두레박으로 수 십 미터 아래 가물가물한 웅덩이에서 물을 퍼 올리던 장면이 불과 얼마 전이었다.

학교 운동장 한쪽에 설치된 수도에서는 한바탕 코피 터지게 싸우다가도 서로 웃으며 세수하던 날들, 그렇게 정이 들고 세월이 훌쩍 지나 현재 대한민국의 주춧돌이 된 과정에 생명수였다.

계곡마다 약수터나 옹달샘 물은 표주박만 있으면 먹는 물이 되었지만 언제부터 한국인들이 물을 사서 먹었을까. 그것도 정수·온수·냉수 온도 맞춰가며 마실 수 있으니 참으로 물에 대한 환경은 매우 좋아졌다.

한 여름 마당에 펌프질이나 시냇물에 멱 감으러 시퍼런 웅덩이에 몸을 던지던 과거는 이제 볼 수 없다. 물의 소중함은 불경에서도 볼 수 있다. 7가지 공덕 중 하나인 급수공덕이라 목마른 자에게 물주는 덕이다.

이런 한국에서 볼 때 지구촌의 물 환경은 참으로 열악하다. 지구의 오대양이 있어도 해수는 식수로 사용할 수 없기에 해수를 담수로 바꾸는 기술을 적용한 나라가 많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연합, 싱가포르, 호주 등이 있는데 특히 싱가포르는 해수를 정수기를 통해 생산한 후 정수된 물을 식수로 이용하는 수도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세계 인구의 약 20%가 정수처리 된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하며 약 26억 명은 하수처리 시설없이 물을 받아 사용하기에 버려지는 물이 30~40%에 달한다. 반면 한국은 삼면이 바다로 대부분의 식수를 지하수와 강물로 공급하고 있다.

이는 비교적 안정적인 공급원으로 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강 등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강들에서 수돗물을 생산하고 있으니 축복받은 땅이라고 여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래도 무한한 것은 없다.

한국이 지리적으로 물이 넉넉하다고는 하지만 정수과정도 많은 비용과 에너지가 들어가야 한다. 결론적으로 있을 때 아끼는 것이 고마움에 대한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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