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하늘의 뜻을 사람이 어찌 알까마는
[덕암칼럼] 하늘의 뜻을 사람이 어찌 알까마는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3.23 0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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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필자가 간혹 명상에 빠질 때 떠오르는 단어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이었다. 여러 가지 해석이 많지만, 하늘 위와 하늘 아래에 오직 나만이 존귀할 뿐이라는 점은 동일하다.

자신이 있어야 가족과 이웃이 있고 국가가 있으며 세계가 있고 우주가 있는 것이지 자신이 없으면 그 모든 것은 기존처럼 존재할 뿐 자신의 존재는 한낱 먼지처럼 있으나마나 아무 일 없이 지구는 굴러가는 것이다.

오늘은 사람이 하늘의 뜻을 절대 알 수 없는 천상천하기상 불변, 하늘 아래 땅위에 일어나는 기후를 어찌 사람이 맞출까 하는 의미에서 한마디 한다. 먼저 오늘은 세계기상기구가 1950년 3월 23일 세계기상기구 헌장이 발효된 것을 기념하여 1961년부터 정한 ‘제63회 기상의 날’이다.

한국에서 기상하면 기상청이 있다. 기상청은 필자가 대단한 고급 정보라인을 가동하지 않고 홈페이지만 찾아봐도 금방 자세한 날씨 정보를 알 수 있다. 대표전화는 전국 국번 없이 131인데 112나 119와는 달리 유료로 이용할 수 있다.

기상청은 환경부 소속으로 있는 중앙행정기관이며 소속 직원은 국가공무원으로서 국가공무원법의 적용을 받는데 조직은 5국 28과 5팀에 정원은 1,351명이다. 예산은 2022년 4,537억 원에서 4,697억 원으로 전년대비 3.5% 증액됐으며 이 같은 예산 증액은 다양한 이유로 해마다 유사한 폭의 정기적인 상승세를 보인다.

기상청의 홈페이지 첫 화면에 나오는 슬로건은 국민의 신뢰회복을 위한 기본역량 집중 및 소통강화를 목표로 ‘하늘을 친구처럼 국민을 하늘처럼’으로 자연의 하늘을 적절히 홍보 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물론 하늘에서 내리는 비와 바람, 온도를 측정하는 기관이니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변덕스러운 날씨를 파악하고 대기를 관측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특히 변덕을 부리는 날씨나 지리적으로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 비중을 맞추는 일은 실로 상당한 난이도를 안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럼 기상대는 언제부터 생겼을까. 우리나라는 1948년 국립중앙관상대가 발족한 이래 1956년 전쟁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세계기상기구 WMO에 68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하여 1990년부터 일기 예보제를 시작했다.

이후 2017년 기상항공기, 2018년 천리안위성 2A호 발사, 2021년 국가 기상 슈퍼컴퓨터 5호기 도입 등 막대한 정부 예산도 투입됐다. 이후 2022년 기상청본부가 대전으로 이전하면서 기존의 서울시 동작구 청사는 본사의 역할을 대전으로 넘겼다.

이쯤이면 일반 국민들도 잘 모르는 기상청 소개에 일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오늘 기상의 날에 칭찬만을 할 수 없는 것이 주어진 기능에 따른 역할의 부족이다.

예보가 제대로 맞는다면 예산이야 당연히 천문학적으로 편성할 수 있고 기상청에 대한 신뢰도 높아질 것이며 많은 사람들이 기상예보에 의존하여 소정의 계획을 짤 수도 있겠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 보니 비난이 빗발치는 것이다.

기상청이 국정감사 과정에 드러난 민낯은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가장 중요한 비 예보의 정확도가 3년 연속 낮아진 것으로 밝혀졌다. 예산은 늘고 오보도 같이 늘었다.

전세계 슈퍼컴퓨터 성능 순위 사이트 ‘TOP500’에 따르면 한국기상청의 슈퍼컴퓨터 5호기 ‘구루’와 ‘마루’는 전세계 슈퍼컴퓨터 중 31위와 32위를 차지했으며 기상청 보유 슈퍼컴퓨터 중에서는 2022년 6월 기준으로 수치예보 모델을 구동하는 슈퍼컴퓨터의 성능은 대한민국 기상청이 세계 1위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기상청은 2019년 ㈜KT와 협력업체 W사의 심각한 정보보호 위규 사안을 적발했다. 유출된 자료는 사업수행자료 및 기상청 담당 직원, 기존사업자, ㈜KT 관계 직원 등 총 40명의 이름과 휴대폰번호 등의 개인정보다.

기상청 정보보안업무 규정에 따라 퇴직자 및 직위 해제자의 내부망 접속 권한은 신속하게 회수되어야 함에도 관리가 소홀했다. 최근 5년간 기상청에 대한 사이버 위협은 4배 가량 증가하여 더욱 철저한 보안 태세가 요구되고 있다.

기상청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기상산업기술원 외 다른 연구기관을 통한 연구개발은 전혀 없었다. 국립기상과학원의 최근 3년간 연구개발 예산은 2019년 213억 6,500만원에서 2021년 363억 4,500만원을 집행했는데 이렇다 할 성과가 부족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은 바 있다.

예산 대비 국립기상박물관의 운영도 문제였다. 서울 기상관측소를 복원해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기상역사 박물관으로 총 사업비 74억 원을 들여 2020년 10월 개관했지만 이후 유물 구입은 단 한 건도 없었으며 기획 전시도 두 건에 불과했다.

재난 대응 기상관측차량도 1년 365일 중 연평균 282일은 주차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재난예방보다 홍보와 전시용 행사에만 출동하면서 들어간 돈만 6억 8천만 원이다. 처음 도입할 때 기상청이 내세웠던 도입 목적과 완전히 다른 운영 방식이라 문제점으로 손꼽히지만 여전히 대안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수도권청 관할 차량의 경우 2년간 단 3일에 불과해 운휴 동안 운전기사는 뭘 했는지도 의문이다. 2021년 9월 강력한 규모의 태풍 ‘찬투’가 제주도와 남부 지역에 상륙 당시에도 수도권청과 대전청 소속의 기상관측 차량은 운영 기록은 주차 중이었다.

실정이 이러함에도 2022년 연말까지 강원청과 대구청에 각각 1대씩 2대의 기상관측 차량을 추가로 도입했고 2023년에는 제주청, 전주청, 청주청 3곳에 총 3대의 차량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하늘의 뜻을 사람이 읽는다.

얼마나 명분이 좋을까. 이런 명분에도 적절히 어느 정도만 노력하면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다. 어차피 예산은 매년 세금 거둬 다 써야 한다. 그래야 다음해에도 받을 수 있고 어찌하든 이리저리 편성될진대 감사원이나 언론이나 감시기능이 미약하니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에서나마 난리를 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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