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이 나라 어디로 가려고 하는가
[덕암칼럼] 이 나라 어디로 가려고 하는가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3.27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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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동전을 위에서 세워놓고 위에서 보면 1 자지만 눕혀놓고 보면 원형이다. 같은 물체라도 보는 견해에 따라 달라 보이는데 인간지사에 대한 의견이 모두 같다는 건 오히려 이상하거나 기계화된 무감정이라 할 것이다.

그만큼 같은 물체나 상황은 판단하기에 따라 다른 건 당연하지만 작금의 대한민국 이념전쟁은 일반적인 다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전혀 다르다. 온 나라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언론매체는 물론 정당인들, 정치인들, 심지어 평범한 일반인들까지 모두 이재명, 윤석열로 다른 여론이 들어설 자리도 없다. 지난 토요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윤석열 탄핵이라는 구호와 윤석열의 강제 동원 해법에 대한 분노가 표출되면서 수많은 인파로 가득 메웠다.

임금 빼고 다 오르는 노동 지옥이라며 극단적인 표현과 함께 한·미·일 군사 동맹 강화가 전쟁 위험을 부추긴다고 비판하며 광화문 주한미국대사관과 주한일본대사관 앞 등을 행진했다. 어디서 어떤 정보를 입수하여 주장하는지와 누가 어떤 방법으로 인원을 동원했는지 명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들 군중들의 주장은 정부의 국정 활동과 대치되는 주장임은 틀림없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대통령이 미국·일본 제국주의를 지원하려고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내팽개쳤다며, 미국이 동맹들과 경제적·안보적 관계를 강화해 중국을 포위하고 약화하려는 것에 동참해 이득을 얻으려는 것이라는 주장한다.

이는 동아시아와 한반도의 긴장감을 높이고 전쟁 위험을 키우는 일이라며 이에 반대하는 것을 윤석열 정부가 북한의 지령에 따른 것으로 몰고 가려 한다고 색깔론을 주장했다. 특히, 주 69시간 노동을 허용하는 방안에 대해 노동정책을 규탄하고 있다.

거리에는 “대통령은 칼퇴근, 노동자는 과로사”라는 구호가 적힌 현수막이 야당 국회의원 명의로 내걸렸다. 전국에서 160여 개 단체가 이날 참여했다. 박근혜 탄핵 때는 200여 개 단체에 약 20만 명이었고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는 정권 퇴진을 외친 바 있다.

물가폭등과 난방비 폭등, 전쟁의 기운의 모든 책임도 모두 윤석열 대통령으로 집결되고 있다. 세금 문제로는 법인세와 종부세 인하 등 부자들에게 60조 원에 이르는 세금을 감면시켰고 대책없는 쌀값에 대한 최소한의 대책인 양곡관리법에 대해서도 대책을 요구했다.

또한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과 참사 책임자를 즉각 처벌하라는 주장도 이어졌고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해 제주 6개 정당이 공동 대응에 나서는 등 서서히 집회 성격이 국정간섭 이상의 기류를 타고 있다.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마치고 귀가하던 조합원들과 행진 참가자들이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4차 범국민대회와 함께 거리를 행진했다. 이번 집회는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6·15남측위원회, 민주당·정의당·진보당 등이 주최했는데 이재명, 이정미, 윤희숙 등 각 당 대표들이 윤석열 규탄 발언을 하며 선동에 나섰다.

식탁에 이제 방사능에 오염된 일본 농수산물이 올라올지 모른다며 후쿠시마 핵발전소 오염수 문제를 방기하는 윤석열 대통령은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주장을 소리치자 많은 참석자들이 호응했다.

특히 이들은 책임자인 박진 외교부 장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차장의 파면을 촉구했다. 주장대로라면 정부 각료의 인사권까지 침해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이 누군가에게는 쾌재를 부를 일이다.

흔들리는 정부, 모여드는 군중, 전국민의 0.005%도 안 되는 군중들이 침묵하며 각자의 직분에서 묵묵히 일하는 나머지 국민들의 현실과 미래를 뒤흔드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마치 이들이 전국민 전체의 뜻인양 인식하고 있다.

국정 운영을 잘하고 못하고는 그동안 박정희 정권부터 최근 문재인 정부까지 모든 정권이 일장일단의 과정이 있었다. 임금 체불과 고용 불안이 일상인 이판사판 아수라장 건설 현장을 열심히 일한 만큼 제대로 보상받고 싶어서 많은 청년들이 건설노조에 들어왔다는 주장은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건설노조에 대한 강력한 진압이 부른 맞불놓기와 유사하다.

이들 외에도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일할수록 차별이 커지고 급식실에서 폐암으로 동료들이 죽어가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3월 31일 신학기 파업에 돌입한다는 주장은 학생들의 먹거리를 인질로 삼겠다는 협박이나 마찬가지다.

누구의 실책이고 누구의 주장이든 아이들 밥상이 유린당하고 있다. 주최측의 주장과 정부의 견해차가 점차 넓어진 가운데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집회는 4월 19일·5월 1일·5월 10일·5월 20일 민노총 대규모 집회가 줄줄이 신고된 상태이며 5월말 파업을 시작해 7월 첫째·둘째 주에는 총파업을 예고했다.

안 그래도 충분히 어려운 나라다. 4월 19일에는 서울 도심에서 ‘죽지 않고 일할 권리 쟁취’ 결의대회가 노동절인 5월 1일에는 서울 등 14개 시·도 주요 도심에서 총궐기대회가 열린다. 서울 5만명, 지방 15만 명 등 전국적으로 총 15만 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5월 10일에는 윤석열 심판 시국행동의 날 집회를 개최하고, 5월 20일에는 ‘윤석열 심판 범국민대회, 양대노총 결의대회’ 개최를 추진 중이다. 파업도 실시한다. 5월말에는 ‘윤석열 정부 노동개악안 폐기’를 촉구하는 파업을 벌인다.

민노총은 7월 첫째 주와 둘째 주에 총파업을 실시한다. 한국노총과 공동 행동도 준비하고 있다. 민노총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 장관을 근로시간 제도 개편 안이 과로사를 조장하며 이는 형법상 살인 예비·음모 혐의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민노총은 정부가 스스로 설정해놓은 과로사 인정기준을 넘은 연장근로를 조장하는 것은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반적인 주장을 취합해 보면 대규모 군중집회가 누가에게는 이롭다.

흔드는 만큼 어지러울 것이고 나라야 망하든 말든 국민이야 죽든 말든 권력만 잡으면 된다는 부류들이 존재하는 한 대한민국의 국정 운전대는 누가 잡아도 마찬가지다. 필자는 1년 반 전 2021년 가을날 대선출마를 표명하며 이런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이재명이든 윤석열이든 대통령에 당선되는 날부터 가시방석이 무엇인지 체험할 것이며 어느 한쪽을 채워줄 수 없는 구도에 접한 만큼 한여름 벗은 몸으로 마당 한가운데 누워 온갖 해충과 모기들한테 뜯길 자신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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