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예측 가능한 미래 대안은 없을까 2
[덕암칼럼] 예측 가능한 미래 대안은 없을까 2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3.30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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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인간은 갓 태어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지금은 힘들게 수유하는 어머니를 찾아보기 힘들지만 간혹 분유 대신 모유로 정성껏 자식을 키우는 대단한 산모도 있으니 국가에서 상도 주고 격려금도 줘야 할 일이다.

어찌 사람이 소젖을 먹고 자라며 업고안고 어머니의 체온과 심장박동으로 재우던 자식을 한 걸음 두 걸음 걸음마를 배울 때면 보행기가 필요했고 더 크면 수백 만원짜리 유모차에 태우고 멀찌감치 끌고 다니는지 딱한 일이다.

뿐일까, 가나다라부터 말과 글을 가르치던 과거와는 달리 3살짜리 어린 아이 때부터 어린이집에 맡기고 조금 크면 아이 스스로가 부모로부터 떨어져 스마트폰에 모든 것을 집중한다. 독자들에게 공감을 강요하지 못하지만 적어도 필자의 생각은 그러하다는 뜻이다.

세월이 훌쩍 지나 노인이 되면 걷기 힘들어 어릴 때 타던 보행기가 다시 필요하고 살기 위해 폐지를 주우려면 유모차도 다시 필요하다. 물론 더 나이가 들면 태어났을 때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현재 정부가 하는 일 중에서 표를 얻으려고 안 해도 될 짓을 하는 것을 보면 마치 문어가 제 다리 잘라먹는 형국이다. 정책을 만드는 입안자나 법안으로 통과하여 실생활에 적용하는 자나 모두 늙을텐데 일단 곶감 빼먹듯 표를 얻자는 속셈치고는 상식을 초월한다는 생각이다.

대표적인 예로 고령자의 면허 반납에 대한 정책적 보완대책이 그러하다. 같은 교통사고라도 65세 이상의 교통사고율만 강조하며 노인운전의 위험성을 사회적 문제로 부각시킨다. 운전 능력이나 인지능력, 건강, 지병 등은 관계하지 않는다.

얼마 전 역주행 차량을 경찰이 검거했는데 치매나 음주 운전이 아니었음에도 노령이라는 이유만으로 사고경위를 인정해야 했다. 정부는 이같은 상황에 대해 서서히 생산성 없는 노인 처리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이 찬란한 문화유산을 지닌 한국답지 못하고 외국의 야만인 정책을 흉내 내서 적용하자는 것이다. 이런 정책을 만들고 얼마 못가 그 정책의 희생양이 되어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을 자처하고 나서는 것이다.

젊은 층의 표를 얻을 수 있다면 훗날 어찌되든 당장의 권력에 맛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 경찰청은 교통사고 감소 대책을 논의한 가운데 고령 운전자의 운전능력을 평가해 기준에 못 미칠 경우 야간운전과 고속도로 운전 금지, 최고속도 제한 등 운전 허용범위를 대폭 줄이는 조건부 면허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2024년부터 조건부 면허제 도입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마치고 빠르면 2025년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조건부 면허 방안으로는 집에서 반경 50~100㎞ 범위에서 주간에만 운전을 허용하는 방안이다.

그것도 첨단운전자 지원시스템을 설치한 차량에 한해 운전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출생률이 줄고 현대의학이 발달하면서 고령화 사회는 이미 예견된 재앙이다. 당연히 고령인구가 증가할 것이고 운전면허를 소지한 인구가 2017년 280만 명에서 4년 만에 402만 명으로 43%나 증가했다.

노인이 새롭게 태어난 게 아니라 안 죽고 버티는 가운데 늙어가는 노년층이 더해지니 전체 노령 인구가 늘어난 것이다. 이제 2025년이면 전체 고령인구의 절반가량인 498만 명이 운전면허 소지자가 된다.

경찰청은 당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는 고령인구 숫자를 전체 교통사고 숫자와 비교하며 마치 노년층이 교통사고의 주범인 것처럼 몰고 간다. 이대로라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전국을 누비며 활동해야 하는 필자 또한 6년 후에는 운전대를 놓아야 한다.

운전 경력이 풍부한 노년층 보다는 젊은 층이라도 초보운전이 더 위험하고 운전이 손에 익을 1~2년차들의 과감한 주행이 사고위험을 가중시킴에도 이러한 통계는 전무한 실정이다. 운전은 현대사회에서 사회활동을 하는 계층이라면 필수적인 조건이다.

이렇게 밀려난 노인들은 별다른 대안이 없다. 제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고 자율주행모드가 상용화되더라도 운전은 개인적 경험이나 체력, 건강상태에 따라 할 수 있고 없고가 정해져야지 연령이라는 일률적 잣대로 잰다면 이 얼마나 안일하고 획일적인 견해인가.

필자는 개인적으로 덤프트럭을 비롯해 버스, 불도저, 포크레인은 물론 땅에 굴러다니는 것은 모두 장난감 가지고 놀듯 할 수 있는데 인지 능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65세라는 연령 제한으로 집 주변에서 낮에만 차를 몰 수 있다는 법을 만든다는 것은 납득이 안 가는 일이다.

세월이 그러하니 그때까지만이라도 전국을 누벼볼 심산이다. 다음 노인의 그림자가 또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복지정책의 이면에 드리운 그림자가. 필자는 선거철이면 현수막들이 만장 깃발처럼 내 걸리고 그 가운데 힘겹게 손수레에 폐지를 싣고 천천히 끌고 가는 사진을 단골로 1면에 올린 적이 있었다.

한평생 어찌 살았건 고생이 많았던 세대의 주인공들이다. 하지만 지금은 폐지라도 주워야 산다. 하루 최소 8시간 이상 적극적으로 노동하는 폐지 수집 노인 수는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노인실태조사 자료를 근거로 하자면 2017년 당시만 해도 6만6천명이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지금은 훨씬 많아졌겠지만 폐지 가격을 ㎏당 약 60원으로 계산하면 한 달 내내 벌어야 2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정부가 정한 최저임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노동력을 유모차나 손수레를 이용해 벌고 있는 것이다.

폐지는 수집되어 고물상을 거치면 압축상을 거쳐 제지공장으로 가게 된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적은 수입의 폐지수집도 친환경 바람이 거세게 불면 줄어드는 포장지에 늘어나는 노년층의 증가와 맞물리면서 폐지 전쟁은 노인들 간에 하얀 머리채라도 잡아채야 먹고살 수 있는 시대가 된다.

경기침체는 생산 대비 소비의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국내 제지공장 폐지 재고량은 갈수록 늘어나고 국내 폐지의 활로가 됐던 동남아 수출 경쟁에서도 유럽이나 일본 등 다른 나라에 밀리고 있다.

근본적인 대책은 정부가 나서야 한다. 그것이야 말로 폐지를 주워 재활용함으로써 환경도 보존하고 더우나 추우나 그나마 주워 밥이라도 먹으려는 노년층에게 희망이 되는 일이다. 앞으로 10년 뒤에는 지금까지 30년 동안 벌어진 노인학대보다 더 삭막한 일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돈 안 되는 노인은 밥만 축내는 것으로 여겨질 것이고 풍부한 경륜과 삶의 철학까지 내공이 쌓인 연륜은 천문학적 가치가 있음에도 이를 간과한 것이 얼마나 큰 손실인지를 알게 될 날이 올 것이다. <예측 가능한 미래 대안은 없을까 3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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