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3월을 보내며 4월을 기대하며
[덕암칼럼] 3월을 보내며 4월을 기대하며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3.31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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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다사다난 했던 3월의 마지막 날, 돌아보면 개인적으로 잔인한 달이었지만 사회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탈도 많고 말도 많았던 달이었다.

국민들은 난방비 폭탄에 망연자실한 가운데 정치권은 서로 전 정부와 현 정부를 탓하며 누구 하나 국회의원 세비를 반납하거나 구체적인 설명을 하는 부서가 없었다. 있다하더라도 믿어줄 여지도 없이 남탓 하는 모습에 실망뿐이었다.

3월 한 달 내내 뉴스에는 민생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방탄 국회와 검찰 공화국이라는 치열한 공방이 전부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으로 나뉜 지지자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을 차지한 채 연일 집회 시위를 했고 나라 살림은 안팎으로 피폐하기 짝이 없었다.

대통령이 해외 순방이라도 가면 사사건건 트집을 잡았고 야당은 걸핏하면 국민들을 펌프질하여 장외투쟁을 일삼았다. 서로 남탓을 하며 1년 남은 총선의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 하마평부터 공천장의 줄서기에 여념이 없는 실정이다.

서울 여의도 국회를 출입하면서 보고 듣게 된 많은 에피소드를 열거하자면 지면이 모자란다. 다만 국민이 어렵든 말든 국회는 봄날 벚꽃이 만발한 채 언제 무슨 일 있었냐는 듯 평화롭기만 하다.

윤중로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은 10년 전에도, 50년 전에도 같은 시기 같은 꽃을 피웠지만 사람만 달라졌다. ‘권불십년’이라 했던가. 그 잘 나가던 정치인들도 하나 둘 열흘도 못 가는 꽃잎 떨어지듯 재야 인사가 되거나 때로는 운명을 달리했다.

한때 떵떵거리며 천하를 호령하던 정치인들도 국회의사당을 벗어나면 평범한 야인이 되어 화려한 과거를 회상하는 노인으로 전락했다. 어차피 늙으면 마땅히 돌아갈 곳도 군중들이 박수나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도 사라져 있을 때 잘 하지 침 튀기며 큰소리만 쳤지 양심이나 정치적 철학조차 제대로 못 내세우고 거수기 역할에 그친 과거만 남을 일이다.

필자 또한 3월 한 달 동안 약 6,000km를 주행하며 전국을 누볐다. 충북 청주시 은적산 정상에 올라 단군성전에 기도를 올렸고 전남 강진 청자축제에 참가하여 홍보 영상을 찍기도 했다. 대한생활체육회 골프대회에 참석하여 시상식과 축사도 했으며 한 달 동안 총 22건의 칼럼을 뉴스에 보도하기도 했다.

문화예술체육관광이 국가 재정 2%에 도달하도록 정부 관계자들과 행사도 가져봤고 넓은 마당에는 붉은 색 매화꽃이 봄의 전령사로 찾아와 동장군의 퇴각도 보았다. 한 달 동안 쓴 일기장을 보며 시간의 속도를 체크해 볼 수 있었고 4월에 벌어질 각종 행사와 일정을 기대하며 2023년 3월의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4월에는 독자들에게 어떤 뉴스와 알권리 충족에 일조할 수 있을까 궁리한다. 해마다 4월이면 봄꽃이 화려하여 나무심기에도 부족함 없는 날씨다. 다만 아쉬운 것은 4·16 세월호 참사가 9주기를 맞이한다.

경기도 안산 70만 인구가 거주하는 도심 한복판에 건립중인 416 생명안전공원에 세월호 희생자들의 유골이 대량 안치되는 거사가 본격적인 삽을 뜰 예정이다. 시민들이 모르는 납골당, 명칭만 허울좋은 416 생명안전공원의 지하에는 수백기의 유골이 안치되어 50년, 100년이 가도 감히 누구 하나 옮기거나 멸실될 수 없는 추모의 성지가 될 것이다.

이제 경기도 안산은 세월호 특별법의 어두운 그림자에 영구히 갇히는 죽음의 도시로 각인 될 것이며, 필자는 그러한 진실을 알리기 위해 157차례나 안산시청 앞에서 집회를 주도한 바 있으며 희생자들이 더 이상 정치적 병풍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논리로 두 번 희생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정성을 다할 것이다.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 주인도 모르는 공동 납골당이 들어설 수 있을까. 필자는 세월호 참사 당시 전남 진도 팽목항을 오가며 숱하게 울어도 보았고 사고 현장을 방문하여 흰 국화도 바다에 던진 바 있다.

반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도 모르게 했다가 뒷감당을 어찌할 것인지를 걱정한 것이다. 주인인 안산시민의 동의를 얻어서 추진해야 훗날 후손들이 도심 한가운데 무슨 납골당이냐고 따졌을 때 당시 주인들이 동의한 것이라고 말이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몇몇 정치인들이 밀어붙인 안산 납골당, 특정인은 공천을 받기 위해, 개인의 영달을 위해, 시민들에게 물어보고 하겠다고 말하고 묻지 않았으며, 여야 정치인들은 세월호를 거론했다가 낙선할까봐 감히 입도 뻥긋 못하는 세월이 9년이었다.

세월호는 서울 광화문 촛불을 켜면서 문재인 정부의 정권창출에 심지가 되었으며 국회의 다수당은 더불어민주당 이었으니 일사천리로 진행된 안산의 세월호 납골당은 감히 누구 하나 막을 길 없었다. 화랑유원지 한복판에 설치되는 세월호 납골당, 화랑지킴이라는 시민단체를 결성하여 온몸으로 막은 대가는 참혹했다.

윤화섭 前 안산시장은 필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가 새로이 당선된 이민근 안산시장이 고소를 취하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고 윤화섭 前 안산시장의 측근이 대낮에 술판을 벌였다고 기사를 썼다가 형사 고소를 당하는 등 극심한 정신적·법률적 고통만 가중되었을 뿐 상처뿐인 전쟁이었다.

경찰은 차고도 넘치는 증거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으나 검찰이 지속적인 재수사에 이어 확인 한번없이 벌금 500만원의 약식기소를 내렸고 판사는 이를 수용하여 항소에 이르게 했다.

당시 사건을 조사한 안산단원경찰서는 모든 사실을 밝혀내어 안산시청 감사실에 해당 측근의 향응 접대가 밝혀져 이에 대한 처분까지 통보했으나 감사실에서는 이에 대한 처리를 은폐했다가 뒤늦게야 수원지방법원에 의뢰서를 보냈다.

하지만 수일 전 필자가 정보 공개 신청을 했지만 돌아온 것은 해당 문서가 없다는 답변뿐이다. 항소의 당사자는 해외로 가버리고 재판은 1년 뒤로 미뤄졌다. 누구를 위한 직필이었고 누구를 위한 노력이었으며 희생이었을까.

이제 1년뒤 4월이면 안산은 세월호 추모의 성지가 된다. 고양시 벽제 화장터처럼 죽음의 도시로 각인될 것이며 훗날 후손들이 물어보면 나름 최선을 다해 장소 이전에 대한 재검토를 의뢰했으며 그 과정에 충분한 대가를 치렀다고 말할 여지는 남았다.

적어도 4월은 그런 달이었다. 개인의 사리사욕으로 70만 도시의 미래를 말아먹은 대역 죄인은 노인이 되었을 때 후손들이 엄벌할 것이다. 같은 일은 또 있었다. 2010년 10월부터 안산시 상록구 양상동 추모공원의 투명한 건립과정을 주장했다가 당시 시장으로부터 4년간 혹독한 대가를 치른 바 있다.

대체 권력만 잡으면 정신을 못 차린다. 직필은 사람의 박해를 받고 곡필은 하늘의 천벌을 받는다는 말이 거짓말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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