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국익 앞에 국경 없다
[덕암칼럼] 국익 앞에 국경 없다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4.03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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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아비 독수리가 먹이를 구하러 둥지를 떠나 알래스카 연어도 잡아오고 들판의 토끼나 너구리도 잡아와 아내와 자식들을 먹여 살렸다. 출산의 고통도 잠시 알에서 깨어난 새끼들은 연신 입을 벌리며 짹짹거리지만 어미가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때론 눈비도 맞아가며 세찬 겨울 폭설에 사방 어디에도 먹을 게 없다면 도심 한가운데 하수도 뚜껑이라도 열어 지렁이라도 잡아가야 식솔들을 먹여 살리는 게 아비 새의 운명이다. 때론 온몸에 상처를 입고도 둥지에서 기다릴 가족들을 생각하며 피범벅이 된 몸으로 먹이를 물고 올 때 왜 맛없는 지렁이를 먹으라 하는 것이며 양도 부족해 이걸 누구 입에 붙이냐고 핀잔한다.

제법 자란 새끼들은 성에 차지 않는다며 둥지를 박차고 나가려는 시도까지 한다. 뭐라 하든 온몸에 상처를 입고도 웃으며 미소를 보여주는 아비 새의 마음이 리더들의 운명이다. 덧붙여 말하자면 정의가 없는 힘은 폭력이고 힘없는 정의는 무능이라며 약자들의 비겁한 변명이 있었지만, 약육강식의 인간세계에서 힘은 돈이고 돈은 국가경영의 리더가 운영하기 나름이다.

언제부턴가 세계의 경찰이라 불리는 미국이 돈과 힘만 있어서도 안 된다고 판단해 자원봉사나 구호물품도 퍼주며 다국적군을 형성하여 지구촌 평화의 해결사 노릇을 하고 있다. 군대를 보낼 때도 명분이 있어야 하는 것이며 밑지는 장사는 안 하는 것이 사람의 당연한 인지상정이다.

당장에는 물적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결국에는 그 이상의 명분을 쌓아 더 많은 이득을 챙기는 과정으로 삼기 때문이다. 이는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을 비롯해 맥을 같이하는 모든 국가들, 사회주의, 공산주의의 선봉에선 러시아나 중국을 비롯한 국가들로 양분되어 어느 한쪽이든 얻을 게 있어야 동조한다는 뜻이다.

이미 6·25전쟁에 중공군이 괜히 참전한 게 아니라는 것은 증명된 바 있다.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게 국방인데 첨단 무기가 제3차대전의 꽃이라면 핵무기는 전쟁을 위한 것이 아니라 평화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한창 전쟁이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는 신생 독립국이 됐을 당시 옛 소련이 보유했던 핵무기를 고스란히 물려받아 176개의 핵미사일과 1천800여 기의 핵탄두를 보유했었지만 1994년 미국, 영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4개국이 체결한 부다페스트 협정에 따라 우크라이나는 모든 핵무기를 포기하기로 했고 그 대가로 안전보장을 약속받았다.

안전보장 약속은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를 전격적으로 침공해 병합하면서 휴지 조각이 됐고 철석같이 약속했던 러시아에게 지금 다부지게 당하고 있는 것인데 북한이 바보가 아닌 이상 핵 포기하란다고 할 것인가.

지금 한미합동훈련이 진행되면서 북한과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북한의 내부 결속력은 어느 때보다 강하게 결집하고 있다. 얼마 전 필자의 지인으로 강원도 선배인 분이 현재 남북 상황에 대해 최악의 시나리오를 AI에 집어넣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알아보았다며 내용을 알려왔다.

현재 북한이 시도때도 없이 미사일을 쏴대는 현실을 전제로 한국에 북한의 핵무기가 사용되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까. 군사ㆍ외교적으로 한국을 도와줄 가능성이 높은 나라를 순서별로 나열하자면 첫째가 미국이고 둘째가 일본이다.

일본은 군사력과 경제력이 강하며 대한민국의 안보 유지에 대한 공조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어 호주, 프랑스, 캐나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뉴질랜드 순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북한을 지원할 국가는 중국, 러시아, 이란, 시리아, 베네수엘라, 쿠바, 베트남, 라오스, 카자흐스탄, 몽골 순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일본은 한국의 적일까 아군일까. 물론 적도 아군도 아니다.

국익에 부합되면 국경은 형식적인 바리게이트에 불과하다. 앞서 전제한 남북한의 전쟁 가능성은 그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 이슈는 반일감정과 뒤섞여 기름에 불을 붙인 격이다.

들어보지도, 확인하지도, 국정운영에 대한 방향이나 다음 대안에 대한 국익보다는 적나라한 단어와 자극적인 가설까지 동원하여 야당의 질타 수준이 탄핵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당 나름 수습한다고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방일문제에 대해 친일파를 자처했다가 반어법이나 비유법을 쓴 것이라며 법적 대응까지 검토 중이다.

이 시점에 과거 일본과의 국교관계에 어떤 흔적이 있었는지 대통령의 발자취를 돌아보면 반일 감정을 자극해서 민심을 얻은 이승만 대통령은 독재적인 통치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친일파로 몰아 자신의 지지층을 확보했고 박정희 대통령도 일본과의 무역관계를 중단해 일본을 상대로 반일 감정을 고조시킨 바 있다.

이 밖에 노무현 대통령은 일본의 교과서 문제와 관련하여 반일 감정을 이용하여 지지를 확보했지만 일본과의 외교 관계는 중단됐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2018년 일본과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국내 지지를 높였으며 이러한 정치적 악용은 한일관계를 악화시키고 안보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지금까지 반일 감정을 활용(?)하여 표를 얻은 대통령은 있어도 부작용을 알면서도 한일관계 개선을 통한 국익을 도모한 대통령은 없었다. 물론 김대중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에서 일본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요구하면서도 한일관계 개선을 강조했었고 노태우 대통령도 한일기본조약을 체결하며 한일관계의 개선과 발전을 추진했다.

그 밖에 이해찬 외교통상부 장관 재임시절 일본과의 자유무역협정체결을 이끌어 냈고 이는 두 나라 상호간의 경제교류 활성화와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 지금은 사면된 이명박 대통령도 일본의 교과서 문제에 대한 비판과 동시에 한일 FTA 체결을 추진했다.

한일전 축구 경기 90분 동안 뜨거운 애국심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일본산 제품 구매에 아무 감각이 없다. 한쪽에서는 불매 운동이 일어나도 다른 한쪽에서는 소비자로서 구매의 자유를 한껏 누린다.

애국 열사들이 조국의 광복을 위해 목숨 바쳐 헌신할 때도 어느 한쪽은 매국행위나 위안부 모집에 앞장선 친일파들이 이득을 취한 양면성이 있었다. 밉게 보면 안 미운 게 없고 곱게 보면 안 고운 게 없다.

개인의 인기보다 국익을 위한 의지를 할 말 못할 말 모두 동원하여 장외 집회까지 하는 야당의 언행을 보며 과연 다음 총선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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