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용두사미 정책 시작을 말든가
[덕암칼럼] 용두사미 정책 시작을 말든가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4.06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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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2004년 정치에 입문하여 2008년 국회에 입성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전형적인 제주 출신의 인재로서 대권 도전장까지 내밀었던 인물이다.

제37대, 제38대 제주특별자치도 도지사로서 상당히 유능하고 가능성이 컸던 후보였지만 경선에서 물러나 현 윤석열 정부의 일꾼으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까지 맡아오다 장관으로 임명된 바 있다.

나름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으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사실 노조에 대한 개선 문제는 노조의 인원수가 선거때 표로 직결되는 만큼 판도라 상자를 여는 강심장이 아니면 어려운 숙제다.

오랜 기간 건설업계와 불편한 동거를 해 오던 건설노조는 예상대로 어느 한편에는 박수 받았지만 반대편에서 볼 때 총선때 두고 보자는 숙제를 남기기도 했다. 그러함에도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노조에 대한 불법적 행태에 대해 칼을 빼 들었다.

건설업계에서는 오랜 기간 속앓이를 해오다 가려운 곳을 긁어주었으니 속이 시원할 것 같고 국민들은 속칭 건설업 폭력배로 지칭되어온 건폭을 손(?)봤으니 박수칠만한 일을 한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일장 일단은 있는 것이고 잘한 건 잘했고 못한 것만 못했다고 평가하는 것이 언론의 입장이다.

젊은 사람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게 만드는 약탈행위라며 강성노조의 불법적이고 불투명한 행태에 분노한 대통령까지 노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노동개혁의 3대 핵심 과제로 산업현장에서의 노사법치 확립, 노동 수요에 따른 유연성 확대, 노동시장의 공정성 확보를 강조했다.

노조 회계 투명성과 관련해서 조금하다 마는 것이 아니라 임기내내 끝까지 해야 한다고 의지를 밝혔다. 이 같은 개혁의지의 배경에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양대 노총이 최근 5년간 정부와 광역자치단체로부터 1,500억 원 이상의 지원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있었다.

고용노동부와 전국 17개 광역자치 단체가 노조에게 지급한 지원액은 총 1,520억 5천만 원이었는데 광역자치단체가 1,343억 4천만원 고용노동부가 177억 1천 만원을 지원했다. 이에 대한 지출 조사를 거부한 것이다.

여권에서는 노조 스스로 세금 약탈 단체임을 자임했다고 비판했다. 회계도 문제지만 오랜 기간 관행처럼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월례비를 받아 챙기는가 하면 다양한 수법으로 건설현장을 길들여 왔다는 것이다.

사태가 노조의 불리한 환경으로 이어지자 건설현장과의 내홍이 짙어갔다. 익명을 요구하는 제보에 따르면 오히려 건설현장이 주문하여 공기 단축을 위한 작업과 위험하고 하지 말아야 할 작업을 하는 대가로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법대로 하자. 누가 죽나 해 보자는 것이다. 모든 것을 법대로, 큰소리치고 개혁을 할 수는 있지만 그들만의 세계는 아무도 침범하지 못하는 것이다. 법대로 안전하게 천천히 아주 안전하게 일한다면 과연 건설현장의 공정이 제대로 진행될까.

필자는 과거 건설현장의 밑바닥부터 다양한 분야에서 직접 일을 해본 장본인으로서 법대로 하면 제대로 올라갈 건물 별로 없다고 본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이론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손댄 것이다.

잘못 했다는 것이 아니라 해당 분야의 경험자들과 신중히 살핀후 현실에 맞는 칼을 써야 했던 것이다. 5년 정권이 수십 년 똘똘 뭉친 조직을 과연 손볼 수 있을까. 소나기도 피해가는 법이다.

잠시 수그렸다가 총선때 표로 겁박하면 슬며시 꼬리 내릴 일이라면 처음부터 벌이지 말았어야 한다. 어설프게 정부 정책 믿고 노조에게 밉보인 건설현장만 난처한 것이다. 해법을 찾으려면 노사가 머리를 맞대야 하지만 정부가 노조 때리기로 일관하며 대화는 꼬이고 있다.

또 다른 장관이 있는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다. 대정부 질문에서 빛나는 답변으로 야당 국회의원들의 집중 공격을 종횡무진 감당해낸 인물이다. 2000년부터 약 20년간 검찰청 요직에서 근무한 경험으로 2022년 법무부장관까지 임명됐다.

일반 국민들의 일상생활보다는 법률적 잣대로 세상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으니 나름 이해는 하지만 자칫 용두사미로 끝나게 되면 국민들은 불신의 선입견을 품게 될 것이고, 앞으로 남은 4년간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에 득이 될지 해가 될지 신중히 판단해야 할 일이다.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하려면 조용히 파악하여 실효성을 높이라는 것이다. 필자는 적어도 30가지 이상의 직종을 넘나들며 세상을 겪어본 장본인으로서 나라의 안정과 국민의 안녕을 위해 일국의 법무부장관에게 잘 해 보라는 조언과 신중 하라는 충고를 하는 것이다.

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칼을 빼든 부분은 불법체류 단속이다. 국내 불법 체류자는 지난 2017년 25만 1,041명에서 2022년 8월 기준 39만 8,461명으로 14만 7,420명이 늘어 58.7%가 증가했다.

사고를 치고 싶어서가 아니라 불법 체류자라는 약점이 항상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불법 체류자 증가로 인한 사회적 문제 예방을 위해 선제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막상 단속한다고 큰소리치니 모두 쥐구멍으로 숨어버렸다.

안 그래도 출입국 관리소의 적은 인원에 초를 지는 것이나 진배없었다. 먼저 법을 정비하여 인원을 충당한 다음 체계 있는 단속을 추진해야 했다. 주민들의 신고포상제나 고용주들의 자진 신고 등 현실성 있는 준비가 있어야 했다.

2022년 10월 11일부터 12월 10일까지 2개월간 불법체류 외국인 정부 합동단속에 나선 결과가 어땠을까. 주요 단속 분야는 택배나 배달대행처럼 국민의 일자리를 빼앗는 업종이나 유흥업소, 외국인 마약범죄 등 사회적 폐해가 큰 업종 등이었다.

한 장관은 국익에 도움이 되는 유연한 외국인 정책의 전제는 엄정한 체류 질서 확립이기에 엄정하고 일관성 있는 불법체류 단속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결과는 당연히 허탕친 빈 그물이었다.

미등록 외국인이 단속반을 피해 도망치다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단속 과정에서 적법절차 준수, 안전사고 예방, 외국인 인권보호에도 철저히 하겠다고 했다. 단속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면 토끼몰이 식으로 해도 될까 말까 한 판국에 온갖 법적 테두리를 지켜가며 하라는 것은 법무부 장관만 생색낼 일이지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언이다.

잡으러 간다고 소리치는데 가만히 있다가 잡힐 요량이었으면 처음부터 불법으로 버티지 않았을 것이다. 불법체류자들은 자신들이 각자 피해 갈 은신처나 방법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왜 실패했을까.

바로 책상머리에 앉아서 이론과 산술적 계산으로 현실을 대하기 때문이다. 군대 가서 내무반 생활을 해보면 안다. 그들만의 세계는 그들만의 방법으로 풀어야 한다. 그것을 간과하고 각자의 판단으로 덤비면 백 번 해봐야 백 번 실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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