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눈먼 돈 먼저 가지면 임자?
[덕암칼럼] 눈먼 돈 먼저 가지면 임자?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4.11 0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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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필자가 오래 전 몇 차례에 걸쳐 공직자들의 부패에 대해 예리한 지적을 던진 바 있다. 눈에 보이는 업자와의 결탁은 상호간에 입만 맞추면 알 수 없으니 그렇다 치고 업무추진비의 내용은 일반 국민들도 홈페이지만 찾으면 얼마든지 알 수 있다.

어느 정도 직급만 되면 온갖 명분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돈인데 사용처를 보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진수성찬(?)을 드시느라 동네 맛집을 이 잡듯 뒤지며 찾아다닌 흔적이 역력하다. 일각에서는 지역경제 활성화라고 합리화시키는데 그 방법이 맛집이나 문구사, 카센터 등 온갖 거래처에 공무용으로 결제하고 개인적으로 사용하거나 현금으로 바꿔가는 도둑질이었다.

문구사에 자식들을 보내 학용품을 쓰게 하고 자가용을 고치는가 하면 지인들과 미리 결제 해 놓은 식당에서 마음껏 먹고 마시는 것도 도둑질이지만 동조하며 매출을 올린 업자나 식당 주인들도 공범이다.

모두 잡아들이면 범죄자가 넘칠 것이고 넘어가자니 관행처럼 되어 버린 판국이다. 국가 예산을 이리저리 빼먹은 큰 도둑이 설치니 좀도둑은 눈먼 돈 안 가지면 나만 손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국민들이 제 아무리 난리를 쳐도 해외로 바리바리 짐 싸 들고 나가는 것이며 연수다 뭐다 해서 시민단체들도 사회단체 보조금에 손을 대는 것이다. 물론 일부 정상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있지만 이렇게 줄줄 새는 세금은 누가 내는 것이며 어떤 방법으로 걷는 것일까.

날짜만 지나면 가산금이 붙고 더 늦으면 계좌 압류에 부동산 압류 등 순차적인 세금징수가 잇따른다. 심지어 고속도로 톨게이트에 차량번호를 감시하는 카메라까지 부착하여 체납자를 추려내기도 한다.

즉석에서 번호판을 떼거나 야심한 밤에는 감시카메라까지 부착한 차량이 골목길까지 휩쓸어 체납자를 찾아낸다. 돈이 많다면 누가 안 낼까. 물론 얌체같은 체납자도 있겠지만 없어서 못 낸 국민에게 생계 수단인 화물차 번호판까지 떼어간다면 당장 먹고 살아야 하는 서민들 입장에서는 농사짓는 농민의 낫과 곡괭이를 압수하는 것과 같다.

어쨌거나 그렇게 사정없이 걷어간 세금을 곶감 빼먹듯 초과근무수당이나 업무추진비로 펑펑 써 대는 것은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일부 기자들이 이런 공직자들과 밥자리·술자리를 예약해 보면 사는 사람은 어쩌다 한번이지만 얻어먹는 입장에서는 일 년 내내 먹고 마실 수 있는 것이다.

돌아서면 남는 건 욕이고 얻어먹었다는 사실이며 화장실 다녀오면 끝이다. 얼마 전 언론에 보도된 예산낭비의 사례를 보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수소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 만든 한 사단법인의 입찰사업이 허술하게 진행됐고 예산도 줄줄 새고 있다는 내부 제보가 공개된 것이다.

해당 단체는 2017년 수소산업 발전을 위해 출범한 민관 공동협의체로 137개의 회원사가 산업부의 수소산업진흥 전담기관으로 지정돼 예산의 10% 정도는 국고에서 지원받는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용하는 지원비를 특정 문구사에 사용하는 척하며 실제로는 물건을 사지 않고 적당히 돈을 바꿔온다는 것인데 빼먹는 자나 이윤을 챙기고 현금으로 주는 자나 공범이다. 일명 ‘카드깡’이라고도 하는데 입찰 사업 진행도 2021년 예산 9천만 원이 투입된 인력양성사업을 특정기관이 단독으로 입찰해서 따냈다는 것이다.

형식적인 맞춤형 사업자 선정에 미리 짜고 치는 고스톱이나 마찬가지니 정답을 알려주고 문제를 내는 것을 무슨 수로 막을까. 짜고 치는 화투판이 혼자만 먹을까, 광 파는 사람이나 먼저 3점 나는 사람이나 한 패다.

한패는 돌아서서라도 나눠 먹는 게 당연하고 당장에 물증만 없을 뿐이지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문제를 바로 잡으려고 시도했다가 외려 낭패를 당하기 일쑤니 함구하는 것이 신상에 좋은 것이다.

막상 지적을 하면 인정하기보다 이래저래 핑계만 대며 합리화시키려는 좀도둑들. 언제쯤 세상이 밝아지고 공정해지며 당당할 수 있을까. 대안이 있을까. 2022년 공무원 9급 1호봉은 168만6500원, 연봉으로 따져도 2000만원 겨우 넘는다.

2023년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생존 임금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부가 올해 공무원 임금을 1%만 인상하고 인력은 5년 동안 5%를 감축하겠다고 밝히자 공무원노조가 들썩이고 있는 것이다.

안 그래도 힘든 공무원의 인건비에 손을 대면서 반발을 사고 있는데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월급은 191만4440원 보다 낮으니 100대 1의 경쟁률을 보였던 철밥통이 22.8대 1로 합격해도 일찌감치 사직서를 던지는 것이다.

이는 정부 고위관료들의 1억이 넘는 연봉과 비교해 볼 때 상대적 박탈감과 근로의욕 상실로 이어지는 것이며 결국에는 대국민 행정서비스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공무원의 급여가 박봉이니 초과근무수당까지 챙겨가며 좀도둑질이라도 하는 것일까.

보수를 넉넉하게 주면 안 할까. 중요한건 물가상승률이 급여책정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니 재직기간 5년 미만 퇴직자가 2017년 5181명에서 4년 만에 약 2.1배 증가한 1만693명이나 되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전 정부의 과도한 나라 빚도 문제지만 현 정부의 과감한 긴축정책도 한몫했다.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향후 5년간 50% 중반 수준까지 관리한다. 지난 정부 5년간 국가채무는 1000조원을 돌파했다.

대통령은 예산만 투입하면 민생이 나아질 것이라는 재정만능주의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정부부터 솔선해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밝혔다. 440개 민간보조사업 중 61개를 폐지하고 191개를 감축하는 한편 공무원의 정원과 보수도 엄격한 기준으로 운용되어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과도한 예산 책정 논란이 불거진 교육재정 교부금부과, 골프장·콘도 회원권 등 과도한 공공기관 복지자산도 매각을 천명했다. 다만 계획대로 잘 될지가 문제다. 안 그래도 한동훈 법무부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자신감이 현실과 동떨어 졌는데 대통령까지 자칫 용두사미로 끝난다면 대국민 신뢰도는 더 추락할 수도 있다.

필자는 여당·야당 어느 쪽도 지지하거나 편견을 갖지 않는다. 다만 국민이 편할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면 먹고사는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세상이 오기만 바랄 뿐이다. 그리 애쓰지 않아도 어느 정도만 상식선에서 청렴하게 나라 살림으로 산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데 그 쉬운 걸 못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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