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북한의 태양절은 남한의 무엇과…
[덕암칼럼] 북한의 태양절은 남한의 무엇과…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4.14 0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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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한반도의 긴장감이 매우 위중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남북한이 전쟁을 잠시 중단하자고 휴전협정을 맺은 지 70년, 대치상황 중에서도 여러 차례 교전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이판사판 누가 죽나보자는 식의 잦은 방귀는 없었다.

이러다 변을 볼 날이 올까 두렵지만 한국에서 전쟁을 두려워하는 국민은 찾아볼 수가 없다. 오히려 하와이에 살던 미국인들이 사재기를 하던 때가 있었으니 용감한 건지 무식한 건지 아니면 무감각한 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쨌거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뉴스거리도 안될 만큼 우리 국민에게 관심 밖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연평도에 실제 북한의 포탄 세례가 있어도 그리 와 닿지 않았고 군대도 안 가본 정치인이 보온병을 들고 포탄이 아니냐는 코미디가 지금도 생각난다.

적어도 서울 한복판에 핵폭탄급 미사일이 투하되지 않는 한 눈 하나 까딱 안 하는 용감한 대한민국 국민임에는 틀림없다.

물론 그러한 배경에는 수 많은 정치인들이 선거 때만 되면 북한의 소행이라며 서울 상공에 전투기 몇 대라도 띄우는 자작극을 벌였으니 만성이 된 탓도 있고, 남북 대치 상황에서 먹고 사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통일이 절대 불가한 일이어야 하니 한번씩 남북 대치는 적절한 망태 할아버지가 잡으러온다는 것과 같았다.

일부 젊은이들은 군대를 왜 가야 하냐며 희생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는 한편 한미 연합연습을 북침 전쟁연습으로 규정하고 반발 중인 북한은 전국적으로 입대를 원하는 청년들이 140만 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들 가운데는 청년대학생들은 물론 한국의 고등학교 정도 학생들까지 군 입대를 자처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당장이라도 전쟁이 난다면 미국과 한국에 대해 강력한 공격태세를 취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에게 북한의 최대 명절인 태양절은 어떤 날일까. 능라도 경기장에서 열리는 태양절 축제는 매년 4월 15일로 사진·미술 전람회, 만경대상 체육경기대회, 노래·연극·영화 공연, 각종 연구토론회, 4월의 봄 국제친선예술축전, 충성의 맹세모임 및 결의대회, 야회, 소년단 연합단체대회 등의 다채로운 행사가 치러진다.

이날 주민들은 좋은 옷을 차려 입고 금수산 기념궁전 등을 참배하기도 한다.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현재 진행 중인 한미 합동훈련은 자국의 단합을 이끌어낼 훌륭한 소재다. 북한이 한미에 상응하는 대응으로 협박하면서 3월 한미 연합훈련과 4월 15일 태양절을 전후로 한 태평양 해상 도발, 7차 핵실험 등 가능성이 있다는 게 국제사회의 예측이다.

이에 대해 4월말로 추진 중인 한미 정상회담과 5월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 정상회의 등에서 한·미·일 대북 공조에 속도가 더욱 가속화 될 수도 있다는 예측이다.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3월 26일 호전광들이 합동군사연습으로 조선반도 정세를 위기일발의 전쟁접경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난했고 또 다른 매체에서도 무모함과 객기가 어느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북한이 이렇게 큰소리 치는 배경에는 신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해 온 이들이 중국과 러시아 등 3국 차원의 미사일 방어 협력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기술 이전 등의 일방적 혜택을 보는 것이 아니라 레이더 설치 허용 등으로 중·러의 미사일 탐지 능력을 향상시켜주는 상호보완적 모델을 구체화할 수 있다.

그 증거로 북한이 최근 열병식에서 공개한 대공 미사일이 S-400이 러시아 S-400과 중국 훙치-9의 모방형이라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백두산 일대와 산둥반도에 S-400이 배치됐고 러시아도 극동에 S-400을 배치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북한도 S-400급 미사일을 갖고 있다는 것이 3국간의 협력체제 라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되면 미국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반면 북한의 의존성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 항상 주장해 오던 자주·자립·자위와의 슬로건에도 맞지 않는 것으로 비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북한이 추진해 온 미사일 발사 규모와 성능을 보면 자주·자립·자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다.

일단 발사 권한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손에 전적으로 달려있다는 점이 남한의 전시작전권조차 이양해 오지 못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최근 북한은 자유의 방패 훈련후 한미연합 상륙훈련인 쌍룡훈련이 5년만에 재개되어 사단급으로 규모를 키우자 북한이 이를 선제공격 하기 위한 전쟁 연습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동안 북한은 11일간의 자유의 방패 한미연습 기간 7차례에 무력 도발을 일삼았고 핵 탑재 신무기를 과시하는 등 대 놓고 한판 붙어볼 자세를 취했다. 겁주는 게 아니라 칼을 빼든 셈이다.

미군의 핵추진 니미츠급 항공모함이 한반도에 급파되어 ‘그만해라, 선 넘지 마라’는 식의 경고를 하는 형국이다. 항모 타격단은 웬만한 국가의 군사력과 맞먹는 전력이다. 어느 한쪽에서 실수로라도 선제공격을 하면 판세는 언제든 전면전으로 확산될 수 있다.

북한도 이미 비밀 병기인 ‘핵무인 수중 공격정’까지 꺼내며 한미를 향한 위협 수위를 높인 가운데 수중 폭발로 방사능 해일까지 발생했다. 이에 대해 남한도 2017년 배치된 성주 기지의 사드를 기지 밖으로 옮겨 발사하는 훈련도 처음 진행했다.

한 번씩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적에게 공격을 가할 수단으로 천명했다. 여기서 적이란 미국 또는 남한인데 정작 남한에서는 북한 추앙하기에 여념이 없고 양분된 이념 대립은 한국 속의 북한을 원하는 계층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북한의 전술핵과 전술탄도미사일은 미국을 위협할 때 동원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과 달리 사실상 남한을 겨냥한 무기인 만큼 한국 안보에 더 직접적인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남한 비행장을 목표로 가정해 단거리탄도미사일인 신형 전술유도무기 6발을 동시 발사한 바 있다.

이제 북한은 태양절을 내부 단합의 상징적인 날로 정해 결속력을 다지고 있다. 그렇다면 남한의 결속력 다짐은 언제 할 것인가. 언제가 북한의 태양절처럼 온국민이 다 함께 사진·미술 전람회, 체육경기대회, 노래·연극·영화 공연, 각종 연구토론회, 4월의 봄 국제친선예술축전, 소년단 연합단체대회 등의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할 날이 올까.

현실은 아니다. 이재명의 구속과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자며 양분된 대립각 구도가 서울 광화문을 메울 뿐이다. 북한에서 이를 보고 무슨 판단을 할까. 여군들이 군 입대를 자원하는 동안 남한의 여성들이 보여준 무출산 운동으로 대를 끊어 놓겠다는 협박이나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묻는 형국을 북한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단순히 총칼로만 윽박지른 게 아니라 다양한 문화행사를 통해 인민들을 다독거리는 당근과 채찍의 양면성이 북한의 공조를 더욱 강하게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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