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세월호 참사 9주기를 맞이하며
[덕암칼럼] 세월호 참사 9주기를 맞이하며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4.17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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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경기도 오산의 한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하던 필자는 세월호 참사의 속보를 보고 수저를 들고 있을 수 없었다.

과속 카메라도 무시하고 안산까지 어떻게 달렸는지도 모를만큼 달린 끝에 도착한 단원고 실내 체육관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가득 메운 상태였다. 뒤이은 속보는 전원구출, 그리고 잠시뒤 사망소식이 잇따르고 그렇게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 해상 사고로는 가장 참혹한 기록으로 남게 됐다.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정부 합동분향소는 얼마 뒤 화랑유원지로 옮겨졌고 넓은 광장에는 수 많은 관련 부스들이 차려졌다. 인구 70만 안산은 그날부터 적어도 3년 이상이 초상집이었다.

지역특성상 한 집 건너 아는 집이니 도시 전체가 크게 웃지도 못 하고 건배는 물론 박수도 칠 수 없었다. 눈치 없이 소리 내어 웃다가도 뚝 그칠 만큼 안산은 추모의 도시로 자리매김했다.

필자 또한 생존자들이 고려대학교 안산병원으로 들어오는 장면을 취재하다 곤욕을 치른 바 있으며 당시 어떤 기사도 여차하면 잘잘못을 따질 여지도 없이 국민 분노의 희생양이 될 수 있는 분위기였다.

전남 진도 팽목항을 수 차례 오가며 미국 한인사회에 실시간 라디오 방송도 했었고, 눈물이 앞을 가려 몇 번이나 운전대를 놓았던 경험도 있었다. 안산지역의 경제는 이미 초토화 되었지만 감히 그 누구도 세월호 아픔에 누가 될까 짹소리도 못하고 지냈다.

일부 상인이 추모 현수막을 걷었다가 재물 손괴죄로 소송을 당하는 등 안산에서 세월호는 그 누구도 한마디도 못 하는 추모의 성역이었다. 세월이 흘러 매년 4월 16일이면 화랑유원지에서 추모제가 열렸고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세월호 희생자의 아픔은 유가족만의 슬픔이 아니라 전국민의 애도가 집합된 공감대 그 자체였다. 그러나 세월호 후속대책으로 안산의 도심 한복판에 250기의 유골이 안치 된다는 방침이 세워지자 부지를 이전하여 건립하든가 아니면 위령탑만 세우면 안 되는 지에 대한 토론회가 벌어졌다.

그러는 동안 세월호 피해지원법 제36조에 따라 추모공원이 조성되는 것으로 확정되었고 안산시 초지동 667 화랑유원지 내 미조성 부지 약 23,000㎡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봉안시설이 건립될 예정이다.

지하 1층에는 단원고 학생 유골함 약 250기가 안치되고 지원 사무실, 사진 촬영실, 보전 처리실, 전시실 등이 들어서고 지상 1층에는 추모공간과 영상실, 전시실, 뮤지엄, 카페, 다목적홀, 소공연장 등이 들어서게 된다.

필자가 베일에 싸여 소문만 무성한 세월호 추모시설에 대해 안산시청 세월호 지원사업단에게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입수한 자료를 통해 상세한 세부 설계도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 중요한 건 250기의 유골함이 도심 한가운데 교통요충지와 심장부나 다름없는 장소에 건립된다면 50년·100년이 지나도 이전을 물론 멸실 될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안산은 고양 벽제화장터와 유사한 이미지를 갖게 될 것이며 이는 안산의 100년을 좌지우지 하는 중차대한 일임에도 몇몇 정치인들의 출세 욕심이 화를 불렀다는 점이다. 필자는 화랑유원지에 들어서는 세월호 납골당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명칭만 416 생명안전공원이라고 미사여구를 동원하고 실제는 유골 안치를 통한 영구적인 자리 확보라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추진 과정이 졸속이며 형식적인 절차만 갖추고 전체 안산시민이 인지하지 못 하고 넘어갔다는 점이다. 세월호 참사의 모든 분위기는 국민적 슬픔을 공감하고 있었으며 문재인 정부의 탄생에 결정적인 계기였을 뿐만 아니라 안산시에 유치할 경우 해당 지자체장의 공천 여부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추정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를 증빙하기 위해 안산시장 후보로 나선 정치인들은 한결같이 선거 과정에 시민들에게 물어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다가 막상 당선되면 결정되지도 않은 토론회를 찬성한 것처럼 허위로 정부에 보고하고 정부는 이를 근거로 안산의 중심부에 대규모 납골당을 설치하게 된 것이다.

건립 결정이후 약 6년간 필자는 시민단체 대표로 재검토를 요구하며 안산시청 앞에서 158회에 집회를 가진 바 있다. 만나주지도 않고 70만 주민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생명안전 공원이라는 명칭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당시 안산시장의 출세에 걸리적 거린 죄로 온갖 곤욕을 치르는 탄압의 대상이 된 바 있다. 2016년부터 시작된 추모공원의 모든 과정에 참석한 주민들 중 상당수는 어떤 내용인지조차 모르고 참석만 했을 뿐인데 나중에 동의한 것으로 치부되었다며 항변했지만 상대는 세월호, 416재단, 정부국무조정실이었다.

이제 2023년 11월이면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한다. 세월호 관련 안산시에서 입수한 예산 자료만도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약 878억 2천만원에 이른다. 물론 안산시가 직접 관리하거나 참여하는 사업 외에 외부시설이나 국민적 후원금, 정부지원금을 모두 파악하면 그 액수는 그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얼마 전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대통령의 측근 국민의힘 권성동 국회의원과 서범수 국회의원, 김미나 창원시의원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혐오, 모독 발언으로 고소 당한 바 있다. 권성동 의원은 세월호 추모사업을 한다며 세금을 받아가서 놀러 다니고 종북교육에 사용되었다고 글을 올렸다가 고소당한 것이다.

당시 안산단원경찰서에서도 이를 조사했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혐의는 발표되지 않고 있다. 세월호 참사, 잊혀져서도 재발되어서도 안 된다. 하지만 한 도시의 미래가 달린 장소 선정에 모든 시민들의 공감대를 얻어서 추진한다면 백 번 찬성이다.

필자는 진정한 심경으로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을 정중히 추모한다. 그러기에 안산시에서 입수한 자료를 안산의 25개 행정복지센터에 통보해 주민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설명회를 가질 것이며 주민들의 찬성 여부와 동참을 이끌어낼 방침이다.

시민단체의 대표로서 몰랐으면 다행일 것을 알고 침묵하기에는 참으로 눈감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훗날 후손들이 왜 도심 한가운데 공동묘지나 다름없는 납골당을 안치 했냐고 따질 때 그 당시 절반 이상의 주민들이 동의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희생자들의 죽음이 욕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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