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말이 씨가 된 강릉참사
[덕암칼럼] 말이 씨가 된 강릉참사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4.21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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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천상천하 유아독존, 하늘아래 땅위에 내가 있어야 가족과 이웃과 나라와 우주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의 목숨은 누구든 소중한 것이며 남의 심장 썩는 것보다 내 손톱 밑에 가시가 더 아픈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의 존재를 중심으로 무엇이든 존재하는 것인데, 생명의 소중함에는 젊은 아이들이 한꺼번에 사망한 세월호 참사나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만이 이슈가 되고 정부의 책임이 부각되는 것이 아니라 4월 5일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정자교의 한쪽 보행로가 붕괴되면서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은 사건의 망자도 귀한 목숨이다.

또 4월 11일 오전 강원도 강릉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수백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가운데 강릉시 안현동에 거주하는 88세 J씨가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같은 죽음이라도 누구는 9년이 지나도 하늘의 별이 되었다 하고 누구는 지나간 한 토막 뉴스로 잊혀지는 것일까.

정치적 이슈가 결합되면 전 국민이 울어야 하고 도심 한복판에 도시의 주인인 시민도 모르는 사이 몇몇 정치인들이 출세를 위해 251기의 유골이 모아지는 안산 봉안당이 막대한 세금을 투입하여 건립되는 세월호의 추모가 그러하다.

돌이켜 보건대 강릉화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2019년 식목일 하루 전날인 4월 4일에도 강원도 고성에서 산불이 발생해 2명이 숨지고 중경상자들이 속출하는 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여기서 말이 씨가 된 대목을 짚어보자.

前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건조특보가 내려진 강원도 전역에서 산불이 잇따라 발생한 상황에서 골프연습장에 간 김진태 강원도지사를 도지사 직을 내려놓고 좋아하시는 골프 마음껏 치러 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산이 많은 강원도는 건조한 날씨에 특히나 유의해야 할 지역이라고 강원도의 지리적 특성을 언급하며 김 지사가 버티고 버티다가 겨우 억지 사과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도 그 누구보다 김진태 후보만큼은 절대 안 된다고 주장했지만 취임한지 몇 달 되지 않아 춘천 레고랜드사업 보증 채무를 이행하지 않겠다고 발표해 채권시장을 위기로 몰아넣고 기업의 자금난에 기름을 부었다고 주장했다.

김 지사도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산불 위기 상황에 부적절한 행동이었으며 도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더욱 유념하겠다고 공식 사과했다.

그 와중에도 3월 31일 방문은 부적절했지만 4월 18일 방문은 산불 나기 9시간 전으로 보도가 악의적이라며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KBS 취재기자와 보도책임자를 고발했다. 정치인의 대응방법치고는 언론의 입장에서 볼 때 주눅들 수 밖에 없는 처사였다.

그러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릉화재가 발생했으니 우연치고는 말의 조심성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마치 예언이나 한 것처럼 도지사의 공식 사과 이후 발생한 강릉 화재현장은 화재 발생 10일이나 지났지만 뉴스에서 점차 밀려나고 국민들의 관심 또한 잊혀지고 있다.

이번 강릉화재는 민가와 시설물 등으로 불길이 번져 주택 72채가 소실되고 이재민 577명이 발생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약 8시간 동안 난곡동 일대와 경포대 주변을 삼킬 것처럼 시뻘건 불길이 번짐은 물론 전쟁이 난 듯이 허연 연기가 강릉의 하늘을 뒤덮었다.

초속 30m의 돌풍이 화재를 키우는가하면 다시 비가 내려 진화에 결정적 도움이 됐다. 산림 379ha와 건물 100채, 축구장 약 530개에 이르는 면적이 피해를 입었다. 만약 동급의 화재가 서울 한복판에서 발생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적어도 현장 감식부터 피해보상까지 지금의 강릉보다는 더 신속하고 규모있게 속행되었을 것이다. 지방이고 강원도 변두리라고 해서 온갖 법률적 절차를 따지다가 이제는 불탄 건물들의 불법 증·개축이 논란의 여지로 남았다.

자연재해든 인재든 죄 없는 국민이 생명을 잃었는데 불법 여부를 거론하는 것과 참사 발생 9년 이 지나도 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안산지역에만 총 7곳에 온갖 명분으로 1500억원의 예산을 편성하여 관련 시설물을 짓고 있는 것을 비교한다면 같은 국민이라도 대우가 전혀 다른 것이다.

이미 망자가 된 희생자들 입장에서 볼 때 산자의 편견이 가져오는 장송곡의 불협화음이다. 416생명안전공원은 말이 생명안전공원이지 실제는 유골을 모은 봉안당에 453억원, 세월호 치유와 관련된 국립 한마음건강센터가 건립중인데 474억, 화랑유원지 명품화 사업에 289억원, 안산공동체 복합시설에 148억원, 4,16재단설립에 416 가족협의회사무실은 안산시 단원구청 앞에 무상으로 사용되고 있다.

물론 유지관리비에 소중한 세금이 끝없이 투입되고 향후 100년 동안 그 누구도 손대지 못하는 성지로 남아 광주민주화보다 더 엄숙하고 숙연해 져야 할 곳이다. 모두가 문재인 정부 시절 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마련된 기획들이고 관련법을 통해 확정된 것이며 현재 진행 중인 공정도 많다.

그 막강한 여정에 토를 달거나 자칫 이의를 제기하면 살벌한 보복이 뒤따른다. 필자 또한 윤화섭 前 안산시장의 세월호 봉안당 추진에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가 온갖 소송은 물론 측근들로부터 형사 고소를 당해 만신창이가 된 상태다.

삶은 다르더라도 죽음은 동등해야 한다. 매년 고독사가 수 십 만건에 이르고 앞으로는 더더욱 증가하겠지만 지금처럼 망자를 이리저리 옮겨가며 국가 예산을 축내고도 모자라 도시의 미래에 장송곡을 울리는 계획은 주인 격인 시민에게 물어보고 해야 맞는 것이다.

아직도 잿더미가 치워지지 못한 채 차라리 보상 얘기를 꺼내지 말라는 강릉화재 현장의 이재민 항변과 정부의 사후수습을 보면 너무나도 대조적인 모습이다. 재난과 상해, 사고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할 수 있다.

무조건 정부 탓을 하거나 그 정부의 국정 운영이 정권의 배경에 따라 기준이 달라진다면 국민은 정부보다 정권에 의지하게 될 것이며 헌법보다는 세월호 특별법이 더욱 광범위한 분야에 영향력을 가진 것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향후 이태원 특별법은 물론 모든 재난에 특별법만 갖다 붙이면 헌법을 기준으로 6법이 모두 숨죽이는 세상이 도래할 수도 있다. 망연자실한 강릉화재 현장에 강릉화재특별법을 제정하여 망자의 위령탑을 세우고 정신적으로 트라우마를 겪게 될 화재현장의 모든 피해자들, 놀란 관광객들, 멀리서 연기를 보고 숨죽였던 주민들까지 모두 정부가 보상해줘야 맞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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