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한국판 판관 포청천
[덕암칼럼] 한국판 판관 포청천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4.2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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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약 14년 전인 2009년 대한민국 안방극장을 사로잡은 연속극이 있었으니 이른바 ‘판관 포청천’ 이었다. 중국판 대만 드라마 61부작으로 법의 형평성에 불만이 있었던 사람들을 대리만족시켜주었기에 시청률이 제법 높았던 프로그램이었다.

정의를 위해 황명까지 거역한 포증, 그의 엄중한 심판과 법에 대한 중립성은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인기를 끌 수밖에 없었다. 죄를 짓는 자, 모두 심판하리라. 억울한 백성들, 개봉부의 북을 울려라.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죄를 지었으면 예외없이 단죄하겠다며 어지러운 세상이 부르는 그 이름 ‘포청천’은 지금도 일반 국민들의 기억속에 멋진 판관으로 남아있다. 물론 외국 드라마였지만 한국에서 관심을 받은 이유는 반대급부적인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 아닐까.

요즘 한창 정계의 이슈로 떠오른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前 대표가 돈봉투 사건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고 입장을 밝히자 국민의힘은 탈당한다고 진실이 가려지겠느냐며 회피성 입장에 질타를 아끼지 않았다.

송 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의 상임고문이나 국회의원, 지역 위원장을 모두 탈퇴하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검찰 수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모든 결과는 지켜볼 일이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현금 봉투가 뿌려진 사건은 이미 정계에 먹구름을 드리운 채 죄 없는 자(?)가 돌을 던져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누구는 한방에 50억을 먹고도 무죄로 끝난 사건도 있는데, 이번 사건은 30만원, 50만원씩 나눴다는 봉투의 액수가 국민들을 더욱 실망케 한다. 고교생 용돈도 아니고 과연 그 액수를 믿을 국민이 얼마나 될까.

이를 두고 권성동 의원은 반성문 쓰랬더니 자기소개서 쓴 것이라며 구체적 해명 없이 탈당으로 그치는 것은 더불어민주당의 꼬리 자르기라고 비난했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관련된 온갖 범죄 의혹에 비하면 무겁지 않은 것이라며 소 도둑 숨겨주면서 바늘 도둑 벌하는 꼴이라고 항변했다.

어떤 식이든 법의 판결을 앞두고 검찰의 시퍼런 칼날이 준비되어 있다. 이를 국민들이 보고 있고 여러 방면에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올 한 해만해도 국민들에게 법의 잣대가 실망시킨 예가 한 둘이던가.

나열하자면 수 십 가지도 넘겠지만 그래봐야 보시는 분들 스트레스만 쌓일 것이니 이쯤하고 4월 25일은 제60회를 맞이하는 ‘법의 날’이다. 물론 판사를 중심으로 법을 다루는 많은 관계자들의 생일날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법의 심판대에 서본 사람들만이 갖는 공통된 인식은 어떨지 각자의 몫이다.

1988년 10월 8일 서울 영등포교도소에서 충남 공주교도소로 이감되던 25명 중 12명이 교도관을 흉기로 찌르고 탈출한 사건이 있었다. 이른바 지강헌 탈주사건인데 560만원을 훔쳤다가 17년 형을 언도받은 반면 전두환 前 대통령의 동생인 전경환씨는 72억 원을 횡령하고도 7년 선고에 3년 만에 풀려난 것에 대한 불만이 터진 사건이다.

돈 없고 권력 없이는 못 사는 대한민국의 비리를 밝히겠다며 돈이면 판검사도 살 수 있는 현실을 폭로한 사건이다. 그로부터 35년이 지난 2023년, 돈과 법의 심판이 무관하다고 믿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이후에도 돈이 많은 사람은 돈으로 죗값을 치를 수 있다는 고등법원 모 부장 판사의 말이 공중파를 타고 돈의 위력을 입증했으며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사법 불신은 한국의 사법부가 영원히 짊어지고 가야할 멍에라며 과거에 알려진 사법살인을 뒷받침하는 내용도 있었다.

재벌들에 대한 유리한 판결이후 해당 판사가 해당 기업에 입사하는 예가 있었는가 하면 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은 이래저래 빠져나가는 통로를 마련해 준 셈이다. 판결문의 내용 중에도 경제발전을 전제로 방면해준 예가 많았으며 이런 방종이 묵인으로 이어져 권력층의 부패에 대한 경종이 사라진 것이다.

일단 고소인이나 피 고소인이 되면 국선변호사를 선임하느냐와 로펌을 선임하느냐 와는 천지차이다. 살인죄가 아닌 이상 합의라는 과정을 거쳐서 법정에 서기도 전에 돈으로 땜질하는 사례도 많고 이러니 법의 가치상실로 인한 수감자들의 반성 여지도 줄어드는 것이다.

재수 없어서 걸린 것이고 돈이 없어서 징역살이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흐지부지 된 사건들 중 재벌 2세 야구방망이 구타사건, 여대생 청부 살인사건, 땅콩 회항사건, 김학의 별장 성접대사건, 버닝썬 게이트 등 얼마나 많은 사건들이 법의 형평성을 흐리게 했던가.

인터넷을 검색 하면 한눈에 알 수 있는 사건들,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현실을 제대로 체감할 수 있는 일들이다. 굳이 대단한 사건 말고도 겪었던 일들을 논하자면 이러하다. 약 2년 전 일이다.

막강한 로펌을 선임한 모 지방자치단체장의 측근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했다. 대낮에 업자들과 술판을 벌인 정무직 공무원, 코로나19의 유행으로 방역 지침이 엄중했던 시절, 일행 4명과 여종업원 2명과 함께 낮술을 마시고 업자의 요청이 묵살되자 불거진 제보였다.

식당에서 발행한 영수증과 동석했던 일행의 증언, 모든 사실 확인을 거쳐 보도된 내용이 형사 고소를 당한 것인데 언론보도에서 수 십 차례나 겪었던 일이다.

경찰의 무혐의, 검찰의 집요한 재수사 요구, 이어지는 한 통의 신분확인 전화, 그리고 사실 확인 한번 없이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과 확정 판결, 고소인이 관할 경찰서에서 유죄로 조사받아 지자체로 넘겨져도 감사실에서 유야무야 미뤄진 과태료 처분, 속전속결로 이어진 한 사건의 당사자로서 이것이 대한민국 사법부의 현실이라면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8글자는 현재진행형이다.

항소하고 지금은 재판을 앞두고 있기에 실명을 거론할 수는 없지만 한 도시의 미래를 말아먹고도 모자라 법의 잣대를 유린하는 처사에 망연자실할 뿐이다. 굳이 필자 말고도 누구든 법보다 돈이 앞서는 현실이라면 머리 숙이고 조용히 사는 게 상책이다.

지금처럼 권력에 굴하지 않고 글을 쓴다는 자체가 삶에 대한 도전이다. 주변인들까지 힘들게 하는 것이니, 어떤 일을 당해도 돈 없으면 죄를 뒤집어써도 국선변호사에 매달리는 일은 무용지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직필은 사람의 박해를 받고 곡필은 하늘의 천벌을 받는다해서 박해를 선택한 것이다. 법의 날이다. 법을 존중하는 날이 되길 바라며 법의 형평성이 존중받는 나라가 되길 희망한다. 한국판 판관 포청천이 그리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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