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개보다 부모가
[덕암칼럼] 개보다 부모가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4.27 08:4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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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업무적으로 주행거리가 많다보니 매월 평균 5000km 이상을 달린다. 간혹 횡단보도에 멈춰 지나는 사람들을 보면 개를 안고, 목줄을 매고, 유모차에 태우거나 승용차에 태워 유리창밖으로 바람까지 쐬어 주는 애견인들을 볼 수 있다.

필자 또한 넓은 마당에 3마리나 키우다 보니 사료값은 물론 이래저래 들어가는 돈이 만만찮다. 개에 대한 인식은 불과 30년 전만 해도 추어탕이나 용봉탕을 웃도는 보신탕의 주 재료였으며 토종개는 복날 계곡의 비명소리로 생을 마감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또 얼마 전에는 모 국회의원이 지역에 애견 놀이터 예산을 확보했다며 거리마다 현수막을 내걸어 표심을 잡는 일에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문득 공감되는 대목이 애견 놀이터 예산보다 여름이면 찜통더위, 겨울이면 냉방에서 추위를 견디는 경로당의 수리·보수 예산은 왜 그렇게 인색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애견 인구 천만시대에 돌입하면서 개에 대한 편견이나 말실수를 하면 상당한 대가를 감수해야 한다. 개를 천대시 하거나 동물 학대와 유사한 발언만해도 네티즌들의 표적이 되며 여차해서 학대했다는 논란에 휘말리면 본의와 달리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래서인가 동물학대법 발의하는 국회의원이나 이를 적극 옹호하는 동물보호단체의 지지를 받지만 부모보호법은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연로한 부모는 당연히 요양병원으로 입원시켜 대·소변을 간병인에게 전가시키고 그나마 면회조차 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쯤 되면 부모보호법이 있어야 할진대 어디 현실적으로 표가 안 되는 일이고 그런 상황을 입법했다가는 내년 제22대 총선에서 낙선 1순위로 찍힐 공산이 크다. 왜냐하면 유권자가 기피하는 일을 앞세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개가 개 이상의 위치에 서면 주객이 전도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개도 먹었으면 싸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사람만큼 대·소변을 가리지 못 하는 동물이다 보니 방에서 키우면 방에 싸고 마당에 키우면 마당에 거실이면 거실에 쌀 수 밖에 없다.

배변 뒤에 견주는 “어구구 우리 아무개 응가했어”하며 거리낌 없이 치우지만 부모가 방귀소리라도 내면 일단 표정부터 굳어진다. 물론 아닌 가정도 있고 해당되는 견주도 있겠지만 어디 배변뿐일까.

간식부터 의복은 물론 휴가 갈 때 어디로 모셔야할지 어느 한 곳이라도 개보다 부모를 더 극진히 살피는 경우는 드물다. 비단 살피는 것이 일상의 것 뿐일까. 동물병원부터 호텔, 미용실 등 개보다 부모를 천대시 하는 문화가 이젠 지배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반려견을 아끼고 정을 나누는 것은 성인뿐만 아니라 자녀교육에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 특히 독신자들이나 사람에게 심리적 상처를 받은 경우, 나이가 들수록 싫증 한번 내지 않고 친구가 되어 줄 수 있는 존재가 반려견이다.

하지만 사람과 개는 구분되어야 한다. 개가 사람 위에 서면 안 된다. 물론 개가 사람의 외로움을 덜어주거나 함께 반겨주는 여러가지 장점도 많지만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정부는 동물보호를 위해 위치인식이 가능한 칩을 심어놓고 광견병 주사나 기타 보호가 소홀하면 동물학대법을 적용한다.

그래야 키우다 버리는 유기견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인데 치매나 기타 보호가 필요한 부모에게 위치 추적용 칩을 걸어주거나 채워주는 경우는 보기 어렵다. 치매 환자가 내년에 100만 명을 넘어서고 2050년엔 300만 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의료비·요양비 등 치매환자 한 명을 관리하는 데 드는 돈이 2021년 기준으로 연간 2112만원에 달하는데 미리 방지할 수 있다면 비용이나 인간적 예우 측면에서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냥 애교만 피우며 주인에게 꼬리치는 애완견, 재난상황에서 생명을 구조하는 구조견, 전쟁터에서 적과 대치 중에 필수적인 역할을 해내는 군견은 물론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어주는 맹인 안내견에 주인을 위해 목숨까지 아끼지 않는 충성스러운 개도 많다.

하지만 그 어떤 개도 노부모보다 더 귀하거나 아낌을 받을 수는 없는 것이다. 점차 개가 사람의 가치를 넘고 있다. 토종개가 보신용에서 보호되어도 결코 애완견으로 키워지는 예는 드물다.

외래종의 애견들이 마구잡이로 임신, 출산의 과정을 거쳐 종자에 따라 고액으로 팔려나가니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기 마련이다. 인터넷을 통해 애견호텔을 개업하면 월 매출 5,000만원을 웃돈다는 광고가 난립하고 사료와 기저귀용품, 액세서리, 영양제, 백신, 치료제 등 2023년 현재 애견시장은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다.

사람이 행복할 수 있다면 개가 아니라 고양이는 물론 햄스터 어떤 파충류까지 애완용으로 기를 수 있다. 여기서 애완이란 예쁘고 좋을 때이고 키우다 싫증나거나 불편해지면 내다 버리는 비인간적이고 이기적인 심성이 문제다.

사람 사는 사회는 어떤 식이든 시대적 변화가 따르기 마련인데 적어도 개와 부모의 위치가 뒤바뀌는 일은 없어야 한다. 간단한 예를 들어봐도 정치권의 입법기준이 유권자를 향하더라도 정부가 사람 중심의 정책을 펼치면 되는 것이다.

표로 먹고사는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어떤 식이든 표심만 잡으면 되지만 제 아무리 관련법이 방향을 잘못 잡아도 정부가 국민 중심, 윤리 바로세우기, 개와 사람을 구분해 개는 개답게 사람은 사람답게 대우하고 보호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면 개가 사람을 물어도 어찌 해볼 수 없는 현상은 줄어들 것이다.

미국의 경우 개에게 물려죽는 사람이 한 해 약 500명이다. 개는 늑대와 생물학적으로 동일한 종이며 노인이나 어린이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다. 육식 동물인 개는 같은 개라도 공격의 대상이 되며 광견병이라도 결린 개는 생명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

우리나라도 2021년부터 개 물림사고에 대해 보험을 들 수 있도록 규정했는데 일단 물린 다음에야 보험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피해 당사자에게는 그 어떤 상황보다 끔찍한 공포의 순간인 것이다. 적어도 부모는 사람을 물지 않으니 보험을 들지 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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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위 2023-05-26 09:13:37
너무나 공감하는 글이다.
부모는 버려도, 개는 절대 안버리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어느 공원에 주민센터에서 걸어놓은 프랜카드에 " 개를 사랑하듯 이웃을 배려하세요" 문구가 생각난다.
노인 팔자 개팔자만 못해가는 팔자! 개팔자 상팔자가 된 세상!
차를 앞뒤 두마리 태우시고(?) 창문열고 달리는 차주를 심심치 않게 본다.
개똥은 냄새 안나 으구~ 우리새끼 응가했어. 부모님 방구는 냄새나니 인상찡그리고 ....

주노 2023-04-27 09:45:09
나이든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드네 누가 개가 사람위에있다고 했나 ? 편협한 시각으로 해석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