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영길 전 대표, ‘물극필반’(物極必反)이라 했고, 여당 측은 ‘사필귀정’이라고 해
[경인매일=이익돈기자]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지난 29일 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금품살포 및 수수사건 관련 피의자인 송영길 전 대표의 자택과 여의도 사무실, 그 당시 경선 캠프 관계자들의 주거지, 송 전 대표의 후원조직인 ‘먹고사는문제연구소’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하고, 회계 관련 자료 등을 확보해 분석에 들어갔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송 전대표나 관련자 소환조사 대신에 송영길 전 대표와 외곽조직 간의 연결고리를 추적하는 쪽을 택하면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 분석에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송 전 대표와 후원조직 ‘먹고사는문제연구소’ 사이의 깊은 인연에 주목하고 있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먹사연이 불법 경선자금의 조달 창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고 보인다.
그러나 송 전 대표 측은 검찰이 후원조직인 '먹고사는문제연구소'를 압수 수색한 것에 대해서 송 전 대표와 상관없는 곳이라고 선을 그었다. 지지자 그룹이었던 것은 맞지만, 과거 해당 단체가 사단 법인으로 전환됐고 그 이후에 전당대회가 치러져 의혹과도, 또 송 전 대표와도 무관한 곳이라고 밝혔다.
송영길 전 대표는 검찰이 자신의 주거지와 후원조직 압수수색에 나선 데 대해 ‘물극필반’(物極必反)이라 했고, 여당 측은 ‘사필귀정’이라고 맞섰다. 물극필반(物極必反)은 '모든 것은 극에 달하면 반드시 돌아온다'는 뜻이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달도 차면 기운다’ 등과 비슷한 의미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수사에 속도를 가하고 있지만 돈봉투 의혹의 핵심 혐의를 입증하지 못한 채 결국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반박한 셈이다.
‘먹고사는문제연구소’는 송 전 대표가 2015년에 설립한 정책연구소로, 2007년을 전후로 만들어진 송 전 대표의 전국 지지조직 '동서남북 포럼'이 전신이다. ‘먹고사는문제연구소’ 홈페이지에는 송 전 대표와 관련한 게시물이 다수 올라와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프랑스 파리로 떠나는 송 전 대표의 환송회를 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송 전 대표는 "동서남북 포럼까지 하면 한 15년 된 것 같다"며 "변함없이 어려울 때 함께해 주신 여러분 덕분에 에너지를 가졌다"고 말했다.
‘먹고사는문제연구소’는 이런 의혹과 관련, 통일•복지•경제 정책을 연구하는 통일부 소관 법인으로 당내 선거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송 전 대표는 ‘먹고사는문제연구소’ 활동 방향과 지향점에 대해서 조언하는 리더 역할을 했을 뿐"이라며 "송 전 대표의 말을 듣고 자극을 받는 조직이지, 후원조직이라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의 통화 녹취록에서 송 전 대표 캠프 인사들이 돈봉투를 만들어 돌린 내용과 송 전 대표도 일부 개입한 듯한 정황이 드러났지만 송 전 대표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송 전 대표는 지난 24일 귀국 직후에 “후보가 그런 캠프의 일을 일일이 챙기기가 어려웠다”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한편 송영길 전 대표의 자택 등에 대해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선 데 대해, 민주당은 “그에 대한 공식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30일 브리핑 실시 후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의 개별 의견은 있겠지만 대변인으로서 드릴 말씀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당 차원의 진상 조사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건을 검찰에만 맡겨 두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지적이 있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자체 진상 조사의 어려움을 이유로 들면서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권 수석대변인은 이날 “아직 방침이 바뀐 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은 이번 사태에 대응해 쇄신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지도부는 당 정치혁신위가 그간 다뤄온 ‘대의원 권한 약화’ 등도 개선책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권 수석대변인은 “당의 공식 입장이라고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당이 “그런 방향으로 정당 제도를 계속 바꿔온 것은 사실이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