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헌집 줄게 새집 다오
[덕암칼럼] 헌집 줄게 새집 다오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5.02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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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 전래 동요의 한 대목이다. 두꺼비가 부동산 전문가도 아닐진대 이런 말을 하게 되는 이유는 집 없는 사람의 서러움은 겪어 본 자 만이 알기에 하는 소리다.

집은 소라처럼 껍질 채 이고 다닐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먹고 사는 것 다음으로 자는 것에 대한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추구하는 본능이란 당연한 3대 욕구중 하나인 것이다.

그런데 집 한 칸 마련한다는데 그리 어려운 일이 되는 것이 현실이고 서울의 경우 평균 월급 300만원 받는 직장인이 차 떼고 포 떼고 38년은 모아야 겨우 손바닥만한 아파트 한 채 마련 할 수 있으니 어찌 보면 집을 통채 이고 사는 달팽이만도 못한 처지라 볼 수 있다.

물론 지방으로 갈수록 빈집도 많고 수도권이라 하더라도 고시원이나 반지하, 옥탑방까지 계산한다면 그냥저냥 살 수 있겠지만 어렵사리 번 돈으로 월세 내고 나면 내 집 마련의 꿈은 꿈으로 그칠 공산이 크기에 그나마라도 줄이려고 전세라도 살면서 한푼 두푼 모으는 것이다.

그게 현실이고 로또나 주식으로 한방에 행운이 따라 주지 않는 한 냉정한 자본주의 세계에서 살아남기란 오로지 절약하고 아끼는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그렇게 모은 전세보증금이 한순간 물거품이 된다면 어떤 심경일까. 최근 전세사기로 피해자가 속출하는 뉴스가 언론에 도배질되면서 과연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안전장치가 그렇게 허술했을까. 아니면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함께 공부해 보기로 한다. 물론 내 집이 있어 남의 일로만 여길 분들이야 무관하겠지만 그래도 사람일 알 수 없는 것이니 살펴주시길 바란다.

먼저 부동산은 공장이나 상가 말고도 주거 목적인 아파트나 연립 등 주택인데 필자도 개인적으로 주민등록 초본의 주소지 공개로 떼어보면 약 28번이나 이사를 다닌 흔적이 있다. 때로는 주인집이 상전이고 이사 나올 때는 온갖 트집을 잡아 이래저래 보증금에서 까겠다고 으름장을 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 한 번씩 이사 다닐 때마다 도배장판에 짐 싸고 푸는 일이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언젠가 넓은 마당에 애완견도 키우고 텃밭에 다양한 작물을 심어 무공해로 살고 싶은 꿈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꿈은 간절할 때 이뤄진다고 하던가. 어쨌거나 집에 대한 개념은 주거목적이어야 하는데 아파트 한번 분양받으면 수 십 년 아낀 사람보다 다 않은 수익을 올릴 수 있으니 투자목적으로 변질하는 것이다.

현실을 감안해 보면 많은 국민들이 돈 모아 집산다는 말을 믿기 어려운 시대에 도래했다. 그러니 포기하고 사는 것이 마음 편한 것이며 전세라도 얻는 것인데 LH의 저소득층 보급물량 대상에서 제외되고 나니 한 몸 뉘일 곳을 찾아 전전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불거진 몇 건의 예를 들어보면 수도권 일대에서 발생한 구리 전세 사기 사건의 주범이 26일 구속됐다. 40대 A씨를 포함해 총 3명이 가담한 사건인데 서울 강서구와 구로구, 금천구, 인천 남동구 등에 오피스텔과 빌라 등 건물 900여채 깡통전세로 사기를 친 것이다.

경찰은 공인중개사 40명 등 총 60여명을 수사하고 있지만 철저한 계획 속에 진행된 바라 경찰이 부동산 전문가도 아니고 수사가 쉽지 않은 분위기다.

인천 미추홀구에서도 지난 29일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수 백억 원대 전세사기를 저지른 60대 건축업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함께 전세보증금을 찾을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있지만 허술한 부동산 정책을 교묘하게 이용한 신종 범죄를 피할 방법은 어려운 실정이다.

그나마 정부가 전세사기 특별법을 마련하고 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아닐까. 피해자들은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면서 눈물을 흘리거나 서로 처한 상황을 위로하며 마음을 다졌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남의 일로 치부해 관심조차 끌지 못한다.

법적으로 보자면 가해자들에게 범죄단체 조직 죄가 아직 성립하지 않아 국가가 적극적으로 움직이기에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해당 범죄가 적용되어야 재산몰수가 가능한 실정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가해자 입장에서는 법대로 하라는 식의 여유를 부리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우선 국가가 임차인들을 지원하고 뒤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선 보상 후 구상' 방식의 구제책을 내세우고 국민의힘은 임차인 경매 참여 시 우선 매수권 부여와 낙찰 시 세금 감면 및 장기·저리 융자 지원, LH의 우선 매수권 행사 후 공공임대주택 제공 등을 대안으로 삼고 있다.

둘 다 문제다. 모두 국민세금이 투입되는 부분이고 개인적인 가해자가 있는데 걸핏하면 국가가, 아니 정치권에서 자신들의 돈도 아니면서 국민세금으로 온갖 생색을 낸다. 전세 사기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전세제도 자체의 정책 방향성에 대한 대안은 없었다.

금리 인상 시기에 집값이 하락하며 잠자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일 뿐, 대부분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는 전언이다. 전세는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주택 임대차 제도다.

임대인은 큰 규모의 자금을 한 번에 조달할 수 있고, 임차인은 낮은 비용으로 거주하면서 가격변동 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는 상호 이해가 맞아떨어지며 오랜 기간 국내 임대차 시장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전세자금 대출 규모가 빠른 속도로 확대되면서 임대차 시장이 이른바 깡통전세에 취약한 구조로 재편돼 왔다는 것이다.

전세는 자본가들에게 유리한 임대형태이며 금리를 계산해보면 당장 돈이 안 들어가는 것이지 월세보다 저렴한 것도 아니고 개인에게 전 재산을 다 맡기는 만큼 안전하지도 않다.

돌이켜 보면 전세 사기나 깡통전세 라는 말은 신조어가 아니라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저축은행 사태와 최근까지 금리 인상 시기마다 역전세·깡통전세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전세 제도 개선에 대한 대안은 정부가 아무리 부동산정책을 강화해도 얼마든지 개인 간의 거래에서 편법이 근절되기 어려운 것이다. 결론적으로 근본적인 대안이 나와야 맞는 것이지 하루아침에 칼을 빼 든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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