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주자십회 중 으뜸이라
[덕암칼럼] 주자십회 중 으뜸이라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maeil@kmaeil.com
  • 승인 2023.05.08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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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중국 송대의 거유 주자가 제시한 10가지 후회 중 가장 으뜸으로 치는 것이 불효부모 사후회, 즉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에야 효도하지 않음을 후회하는 것이고, 그 다음으로 가족에게 친절하지 않은 불친가족 소후회. 다음이 배움의 시기를 놓쳐서 늙은 다음 후회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 편안할 때 어려움을 생각하고 부유할 때 아껴 쓰며 봄에 씨앗을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후회한다는 등 사람이 살면서 제 아무리 잘나고 대단해도 일상 상활 속에서 피하지 못할 후회 10가지를 적은 내용이 주자십회다.

이 밖에 술 취해 한 소리는 깨어나서 후회하고 손님 대접을 소홀히 하면 간 다음 후회한다는 등 새겨들어야 할 대목들이 지금도 적용되기에 나열해 본다.

시대가 아무리 변하고 문명과 운명이 뒤섞이더라도 수 천년 내려온 고사성어나 격언, 고학문의 가치는 한낱 100년도 못사는 사람의 수명으로 맞네 틀리네 할 수 없는 일이다. 이 중에 부모에 대한 불효를 으뜸 후회로 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인데 요즘 사람들이 그것을 이해하기에는 사회적 분위기가 녹록지 않은 편이다.

부모란 자신을 세상에 출생시킨 생물학적 원인이자 먹이고 입히고 재우며 가르치고 장성하여 짝을 지을 때까지 근심 걱정을 잠시도 내려놓을 수 없었던 분이다. 반대로 그렇게 장성한 자식이 다시 자식을 낳으면 한 푼의 돈이라도 부모보다는 자식을 위해 쓰고 싶고 맛있는 음식이나 가치 있는 일마다 부모보다 자식을 먼저 생각하니 대를 이을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연어가 회귀본능으로 상류에 알을 낳으려 몸부림치지만 산란 후에는 삶을 마감하는 것과 같은 것은 아닐까. 이러한 본능은 날짐승, 들짐승, 물고기와 곤충까지 모두 유사하니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효도는 당연하고도 해당 민족 입장에서 볼 때 그렇지 못한 제 3국의 존경심을 불러일으킬만한 가치가 넘치는 것이다.

한때 대한민국이 동방예의지국으로 명성을 날렸던 시절, 중국 대륙에서도 이를 부러워했고 감히 흉내조차 내지 못한 미국에서는 가난한 나라지만 인륜이 반듯이 서 있는 나라임을 무시하지 못했다. 일국의 가치는 외적으로 국방, 경제, 인구, 국민총생산규모 등으로 매겨지지만 내적으로는 종교, 문화, 예술, 국민들의 정신적 가치관으로 평가된다.

여기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사람의 도리인데, 내 부모 남의 부모를 떠나 연륜과 경륜을 존중하는 사회적 잣대가 해당 국가의 진면목이라 할 수 있겠다. 허나 작금의 대한민국 현주소를 보면 이 같은 논제 자체가 먹혀들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당장 내 입에 들어가는 것, 내 손에 쥐여지는 것, 자신의 즐거움과 쾌락과 호강이 먼저이지 누구 하나 연로한 부모를 생각하는 일례를 보기 드물다.

물론 다 그렇지 않겠지만 수 년간 요양원과 요양병원, 그리고 응급실과 의료기관을 전전하며 수발을 해본 경험자로서 돌아본 주변은 그러했다. 문제는 자라는 아이들의 기억력이다. 다행히 못 봤거나 인지하지 못했다면 좋겠지만 잘해도 배울까말까 하는 부모섬기기가 눈으로 보고도 답습하지 말란 법이 어디 있을까.

시기적으로 볼 때 이미 늦었다. 너도나도 언제 바닥칠지 모르는 국민연금에 설마하며 살겠지만 지금은 그나마 조선족이나 동남아시아인 간병인이라도 있지 불과 10년도 못미처 수요 대비 공급부족으로 노인 간병은 로봇이 대체할 수도 없거니와 한국인이나 자식들은 아예 그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정확한 예언이다.

넘치는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간호조무사, 의사와 간호사들이 이를 대체할 것 같고 노인 간병보험이 대안인 것 같지만 필자의 예상에는 간병 대란은 피할 수 없는 재난수준일 것이다. 필자는 미사여구나 확인되지 않은 말은 작성하거나 옮기지 않는다. 다만 직접 체험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지적하고 지적에는 대안을 제시하며 그러한 일례를 함께 공감하고 사회적으로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면 그것이 바람이고 보람일 것이다.

효도는 때가 있는 것인데 사람의 욕심이란 게 할거 하고 쓸거 쓰고 미루고 미루다 이제 먹고살만하면 제 몸 하나 간수 못해 약봉지가 머리맡에 쌓인 부모님을 발견하게 된다. 인생 뭐있나 싶은 현실적 판단은 부모를 요양병원에 맡겨두고 더러 면회하는 것을 나름 효도의 일환이라 생각하며 남의 손에 맡기는 것이다.

이러한 외면 분위기는 더 하면 더 했지 덜 할리 없고 통계상 넘치는 노인들의 과잉수요는 턱없이 열악한 공급체계에서 자식에게 전가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물론 여기에는 그럴만한 동기가 부여되어야 하는데 거둬들인 세금이 가장 효력이 강하고 다음이 온갖 인센티브제를 적용하여 실생활에 도움되는 마일리지로 적립하는 것이다. 가령 내 부모를 잘 모시고 그에 대한 세금감면, 푸짐한 효도수당, 간병이나 요양의 종목마다 점수를 매겨 마트에서 물품을 구입할 수 있는 쿠폰도 받고 지역화폐도 받을 수 있다면 한번쯤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손·발톱 한번에 10만원, 목욕이나 염색 한번에 20만원, 앨범의 흑백사진과 오래도록 버리지 못한 배냇저고리를 함께 꺼내보면 연한 고기에 제철 과일이라도 먹여드리면 월 50만원, 자식의 대·소변은 치워도 부모의 배설물을 왜 치우기 불편할까. 그러한 자신도 자식에게 똑같은 대우를 받을 것이며 결국에는 더 심각한 노인학대 시대가 찾아올 것이다.

그러하니 필자의 대안대로 대충 모아도 한집 생활비는 됨직한 금액이라면 달라지지 않을까. 국가에서 지급하는 사회복지수당은 이런데 쓰라고 편성되어야 한다. 사람이란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본능이라는 게 있고 내 자식 귀하듯 내 부모 귀한 줄도 본능이 도움된다.

처음에야 외면하겠지만 하다보면 정도 들고 과거얘기도 할 수 있으며 이러저러한 세대차이도 극복하며 없던 정도 들고 그러한 일들이 결코 부끄럽거나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대화의 소재가 될 것이다.

부모의 요양원 면회는 한 달에 한번 가도 온갖 자랑을 하면서 커피숍은 뻔질나게 드나드는 현 사회에 경종이 되었으면 한다. 할 수만 있다면 이런 정책은 다른 국가에서 흉내 낼 수 없도록 우리만의 노하우를 겸비해야 한다. 성공하면 국격이 올라가고 가정이 안정되며 윤리가 바로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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