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무소속 전성시대
[덕암칼럼] 무소속 전성시대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5.09 10: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5월 10일은 유권자의 날이다. 선거의 중요성과 의미를 되새기고 유권자의 주권의식을 높이기 위한 날인데, 1948년 5월 10일 국회의원 총 선거날을 기념하기 위해 정한 것이고 이날부터 일주일은 유권자의 주간이다. 그럼 유권자는 몇 살부터이며 오는 총선에는 몇 명이나 해당될까.

이런 질문들은 인터넷을 검색하면 독자들의 손가락 품을 파는 나름의 방법이다. 문제는 유권자가 가진 투표권은 민주주의 고유의 권한임에도 이를 유린당한 세월이 있었으니 오래전 막걸리, 고무신 투표가 그랬고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에서 뿌려진 금품 살포가 얼룩진 선거의 현주소를 나타내고 있다.

유권자의 투표권이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은 후보자들의 농락이 성공하기 때문이며 간혹 아니라 하더라도 나 하나 쯤이야 무엇이 달라질까 하는 마음으로 기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가 역대 지방선거와 총선거의 투표율을 보면 제19대 대통령과 제20대 대통령만 77%를 기록했고 나머지 지방선거는 60%선이다.

특히 2022년 6월 1일 치러진 제8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의 투표율은 50.9%에 그칠 만큼 절반 가까운 유권자들이 스스로 권리를 포기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후보의 자질이나 능력보다는 어느 정당에 소속되었느냐, 출신 지역이 어딘가, 얼마만큼 화려한 프로필로 덧칠을 했는가, 심지어 투표장에서 ‘가’번인가 ‘나’번인가에 따라 당락이 결정된다.

이 얼마나 무식하고 단순한 근시안적인 선거방식이며 인식인가. 그렇게 선출해 놓고 쓰네 다네 다음엔 절대 안 뽑아주네 하면서 분노와 객기를 부린다. 특히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은 자신의 소속이나 얼굴을 담보로 도박을 거는 것이나 진배없다. 밀었던 후보가 당선되면 원님보다 이방이 더 설친다.

그도 그럴 것이 취임후 적당한 시간이 흐르면 깜냥도 안 되는 한량들이 너도나도 한자리씩 낙하산타고 상석에 올라앉으니 그 조직이 제 기능을 못하는 것이고 결국에는 해당 조직이 정상적으로 해야 할 사회적·행정적 기능이 부실해지고 결국 시민들이 그 피해를 보는 것이다.

이럴 때는 남들 보는 눈도 있으니 미리 정해 놓은 인물을 중심으로 맞춤형 공채 기준을 발표하고 천지분간도 못하고 어설프게 공모에 들러리 섰다가 망신만 당하는 인재들도 많았다. 4년뿐인 임기에 최선을 다해 국민을 모시는 게 아니라 재선·3선을 향한 자리매김의 발판다지기가 더 중요한 사안이 된다.

특정인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 표를 얻으려면 자신의 정치적 철학보다 공천이 더 중요하고 유권자들의 판단보다는 정당의 흐름을 읽는 분석이 더 중요했다.

표는 지지자들이 모아주는 것이고 당선되면 신세를 갚아야 하며, 한자리씩 주고 관급 자재 납품이나 건설, 환경, 용역, 복지 관련 일거리를 나눠줘야 하는데 정상적인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계약하기보다 성은 '홍씨'여야 하고 이름은 '길동'인 것이 수의계약 조건이라면 '김철수'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다.

이미 조선시대부터 남인·북인·동인·서인 양패로 나뉜 정치인들과 국민정서는 수 백 년이 지나도 개선되지 않는다. 자고로 정치란 누가 해도 손에 떡고물이 쥐어지면 판단이 흐려지는데 그나마 안정적인 체계를 갖춘 정계가 세금분배를 하는 과정에 약간의 떡고물을 손에 묻히는 것이지 새로운 그 누구를 뽑아도 껄떡대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대안이 있을까. 양당 체계에서 벗어나려면 정치인이 되기 전에 후보자는 충분한 자질을 갖춰야 하고 유권자는 그 점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돈 공천의 관행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유권자는 적임자를 판단할 통로가 모두 막힌 셈이다.

그렇다면 각계 각처에서 충분한 능력을 갖춘 무소속의 후보가 나선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대충 치러진 선거의 폐단은 나라를 망친다. 적어도 1년 전부터 후보의 소신발표, 능력검증, 지역구에 대한 관심과 민심을 살피는 노력 등이 검증되어야 한다면 어떨까.

어느 날 갑자기 낙하산 타고와도 당선돼 오랜 기간 공들인 지역인사들에게 허탈감만 남기지는 않을 것이다. 오늘 유권자의 날을 맞이하여 필자는 무소속 전성시대를 주장한다. 정당공천이라는 낚시 바늘을 물고 엮여 있는 판에 무슨 소신을 지킬 수 있을까.

중앙당의 당리당략으로 인사권까지 윗분의 명령(?)을 거절 못 하면 정당한 공직사회 승진은 열심히 노력하는 공무원들에게 그림의 떡이 되고 만다. 임기 내내 지역발전의 중·장기적인 문제점과 해결책을 연구하기보다 표가 될만한 곳만 골라 다리품을 파는 정치인들이 되지 말아야 한다.

그런 후보나 정치인들을 객관적이고 날카로운 시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유권자가 되어야 풍수해 현장이나 화재현장에 방송국 기자들 불러내서 연극을 못하는 것이다. 무소속 후보들이 연대하여 상호간에 힘이 되어주고 동학혁명처럼 국민을 위하여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애민정신이 함축될 때 진정한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아지는 것이다.

오는 2024년 4월 10일 총선까지 정확히 11개월 남았다. 무소속은 현실적으로 당선이 어렵고 당선이 되어도 정당에 가입해야 대표발의에 힘을 얻을 수 있으니 유일한 대안은 창당과 무소속 연대를 통해 애국적인 공감대를 얻어 개정안을 발의하며 길을 찾아야 한다. 어설픈 무소속은 현재 양강 구도를 갖추고 있는 정당이 더 안정적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 정치적 안정이라는 필요성보다는 국민들 등골 빼먹었다는 비난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것도 아니라면 현재 양대 정당으로 대한민국 정계를 대변하는 이들이 스스로 내부적인 정화운동과 비리와 관련된 의원들을 솎아내는 과감한 결단이 있어야 한다.

봄기운이 만연한 5월 지금쯤 시작하면 전국적인 무소속연대가 가능할 것이며, 목표와 추진과정을 국민에게 낱낱이 공개하고 국민의 지지를 얻어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3년 전 이맘때 당선되면 매년 정기 인터뷰를 하고 현재 주어진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후보자의 약속이 지금도 생생하다. 같은 약속을 하고 어긴 것을 본 날들이 지방선거, 총선거 6번씩 도합 24년이 넘었지만 한 번도 지키는 당선자를 본적이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