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5·18 민주화운동 43주년
[덕암칼럼] 5·18 민주화운동 43주년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5.18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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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왜 쏘았지 왜 찔렀지 트럭에 싣고 어딜 갔지. 두부처럼 잘리워진 어여쁜 너의 젖가슴, 오월 그날이 다시오면 우리 가슴에 끓는 피. 1980년 5월 18일 광주에서 벌어진 참사가 43년을 맞이했다.

민중가요들이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과 자유에 대한 갈증을 들불처럼 번지게 한 청년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노래,‘오월의 노래’다.

5·18 당시에는 서슬퍼런 군부독재의 총칼 앞에 짹소리도 못 냈다가 1987년 6월항쟁 이후 금이 간 저수지의 둑이 터지듯 전국의 도시마다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남녀노소 할것 없이 국민적 분노가 평화시위로 이어졌다.

1987년 육군 병장으로 제대한 필자의 눈에도 이 같은 민중 항쟁은 군사정권의 종말을 독촉하는 국민들의 추상같은 명령이었다. 이미 당할 만큼 당한 군부정권의 억압은 바닥을 보이고 있었고 같은 시간 강원도 태백에서 강행된 정부의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은 대량실업에 대한 아무런 대안없이 대량 학살이나 다름없는 전초전을 벌이고 있었다.

거리마다 버려진 아이들과 야반도주로 빈집이 급증하던 탄광촌은 시커먼 연탄가루만 날리며 에너지 정책의 변화속에 번성기의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때로는 극단적인 선택이나 안전의식의 부재, 광산의 붕괴 사고는 산업전사라는 명분으로 산재 사망자가 잇따랐다.

사망 인원 통계는 광주민주화에 버금갔고 불과 5년만에 경기도 안산, 시흥, 인근 지역의 반월공단과 시화공단으로 쫓겨 난 광부들의 가족들은 살 곳을 찾아 다녀야하는 유목민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그에 대한 어떠한 대책과 보상도 없었다. 그 피난 행렬에 필자도 포함되어 있었고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도 전직 광부들의 가족이 상당수 있었다. 대한민국 영토 가장 동쪽에서 서쪽끝으로 민족 대이동이 있었지만 빽 없고 돈 없는 광부들의 행렬에 대한 관심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여기서 공통점이 있다면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희생자 예우와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보상이 일반적인 역사적 사건과는 크게 다르고 특별한 법률에 의거 성역화 되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는 감히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폄훼나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와 각계각층의 보상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다만 일반적인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투명한 명단과 보상내역을 공개하여 불신의 원인을 제공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국민들은 세금을 내고 그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 권리가 있으며 보상금액의 산정 기준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소정의 과정이 있어야 하다. 수긍할 수 있다면 어설픈 의혹을 품지 않아야 하고 혹여 보상기준이나 지급액에 대한 타당성이 부족하다면 이해할 때까지 투명한 사실 확인이 뒤따라야 한다.

역사적 참사는 부마민주항쟁, 4·3제주사건 말고도 격동기를 겪을 때마다 죄 없는 양민들의 학살로 점철된 민족사의 오류가 병행되었다. 특정 사건이 있을 때마다 정부가 보상해 주고 성역화 시킨다면 이 또한 동등해야 한다.

권력이 뒷받침 된다고 각별한 대우를 받고 그렇지 못하다고 소리 없이 숨죽여 지내야 한다면 우는 아이 젖 주는 형국이요 개도 짖어야 쳐다본다는 옛말과 다를 바 무엇일까. 개인적인 일이라고 성남 시내 한 가운데 교량이 무너져 사망한 일은 유야무야 넘어갔다.

사람의 목숨은 나이나 성별은 물론 사망 인원수에 따라 이슈가 되네 안 되네 해서는 안 된다. 누구나 소중하고 귀한 목숨이기에 천안함에서 사망한 장병도 이태원 참사의 사망자도 모두 귀한 것이다.

어느 당이 정권을 잡았느냐에 따라 보상해 주고 말고가 되어서는 안 될 일이며 보상 여부도 과하거나 부족할 수 없는 것이다. 국민은 국가의 근본이자 전부다. 형평성이나 객관성이 결여되면 당장은 몰라도 결국에는 추모가 역모가 될 수 있고 희생자는 두 번 희생되는 과도기를 맞이할 수 있다.

그래서 역사적 사건은 전문가들과 많은 관계자들이 심사숙고해야 하는 것이며 수 십 년 앞을 내다보고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광주민주화운동과 세월호 참사의 희생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며 같은 사례가 되풀이 되어서도 안 될 일이다.

하지만 지금의 특별법이 훗날 역풍이 분다면 그 특별법에 엮여 돌이킬 수 없는 부메랑이 될 수 있음도 간과할 일이 아니다. 가령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이 사고이후 현재까지 9년째 분산 되어 있었는데 경기도 안산의 도심 한가운데 가장 노른자 위치에 공동 봉안당으로 이장할 계획이다.

수 백기의 유골이 모이는데 이를 아는 시민들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추진과정도 그렇거니와 개인의 영달을 위해 불법도 가릴 것 없이 추모공원을 유치하는 과정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해도 너무하다는 말과 함께 국민세금을 왜 특정 사건의 희생자들에게 보상비용으로 지급되어야 하는지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이대로 계속가면 언젠가는 역풍을 맞는다. 반대가 아니라 모두가 알고 공감한다면 더욱 그 가치가 빛날 일이다.

광주민주화운동의 발단이나 동기, 과정과 사건이후 처리에 대해서는 독자들이 직접 인터넷을 찾아보시길 바란다. 다만 같은 사건이 또 발생할 경우 누가 정권을 잡았느냐에 따라 보상이나 처리기준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된다면 상응하는 대우를 못 받은 다른 사건의 희생자들이 형평성을 주장하며 들고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추모에 대한 기념비적인 행사나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하지만 특정 사건을 성역화 하여 본질 이상의 과잉보상이나 그에 대해 이견을 보이기만 해도 마녀사냥으로 감히 누구 하나 건드리지 못하게 하는것은 당장은 몰라도 언젠가는 역사의 돌팔매를 맞을 수도 있는 것이다.

무릇 정치를 하다보면 개척과정이나 권력 유지과정에 피를 흘릴 수 있다.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지구상 모든 국가에서 그래 왔다. 의사가 수술을 하다보면 암도 제거하지만 피도 흘릴 수밖에 없다. 의료사고는 밝혀야 하지만 출혈이 있을 때마다 법적 보상을 해야 한다면 아무도 메스를 잡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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