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의창] 민들레 피리
[동심의창] 민들레 피리
  • 박상재(한국아동문학인협회 이사장) kmaeil86@naver.com
  • 승인 2023.05.19 09: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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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피리

                          윤일주

햇빛 따스한 언니 무덤 옆에
민들레 한 그루 서 있습니다.

한 줄기엔 노란 꽃
한 줄기엔 하얀 씨.

꽃은 따 가슴에 꽂고
꽃씨는 입김으로 불어 봅니다.

가벼이 가벼이
하늘로 사라지는 꽃씨.
언니도 말없이 갔었지요.

눈 감고 불어 보는 민들레 피리
언니 얼굴 환하게 떠오릅니다.

날아간 꽃씨는
봄이면 넓은 들에
다시 피겠지.

언니여, 그때엔 우리도 만나겠지요.

▲박상재(한국아동문학인협회 이사장) 

 

윤일주(尹一柱 1927년~1985)는 중국 간도성 명동촌에서 태어났다. 그는 시인 윤동주의 동생으로, 용정 홍중(弘中)소학교와 명영신학교를 졸업하고, 만주에서 의과대학을 다녔다.

서울공대 건축과를 졸업한 후 해군에 입대해 장교로 근무했다. 1955년 6월 <문학예술>에 시 「설조(雪朝)」로 등단했다.

그는 건축학 교수가 된 뒤에도 틈틈이 동시를 썼다. 작고한 뒤인 1987년 유고 동시집『민들레 피리』가 출간되었다. 그는 가난한 이웃과 하찮은 존재도 귀히 여긴 형 윤동주의 시정신을 이으면서 자신만의 시 세계를 이뤘다. 

‘언니’는 손윗사람을 다정히 부르는 호칭이다. 예전엔 언니란 호칭을 남녀구분 없이 썼다. 19세기 말까지 우리 문언에 언니란 말이 나오지 않았다. 1938년 간행한 문세영의 <조선어사전>(박문서관)에서 뜻풀이로 ‘형과 같음’이라고 돼있다.

「민들레 피리」에는 형을 그리워하는 아우의 애틋한 정이 배어있다. 민들레 씨앗은 솜털같은 관모가 붙어 있어 씨앗을 잘 퍼뜨릴 수 있다. 아우는 민들레꽃씨가 달린 꽃대를 피리처럼 불며 먼저 떠난 윤동주 시인에 대한 그리움을 절절히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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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숙 2023-05-19 12:11:46
윤동주 시인의 가족은 모두 예술성이 풍부했나보네요. 시인은 얼마나 먼저가신 언니(윤동주)가 그리웠을까요? 민드레 홀씨에 그리움을 날 려보내는 그 마음 애절함이 느껴지는 동시입니다. 푸른 5월의 아침에 좋은 시 올려주신 박상재 이사장님. 고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