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자연속의 공존 인류의 예의
[덕암칼럼] 자연속의 공존 인류의 예의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5.22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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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지구에는 하늘을 나는 조류와 땅위에 서식하는 육식동물, 곤충, 그리고 땅과 물을 동시에 두루 섭렵하는 양서류, 땅속에서만 살 수 있는 크고 작은 생물체와 물속에서만 활개 치는 어류가 있다. 어디 동물뿐일까. 식물도 많고 갯벌 생태도 있다.

어디서 견뎌왔는지 모를 희귀 개체들이 봄이면 어김없이 고개를 내밀고 차츰 움을 틔우며 기지개를 켠다. 얼핏 보면 당연하고도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귀하지 않은 게 없고 없어도 될 것은 한 가지도 없다.

이렇듯 길가의 작은 곤충도 나름 자연의 일부로 역할이 있을진대 바닥은 황톳길 대신 아스팔트고 벽은 모두 콘크리트뿐이며 천장은 별빛 대신 인테리어 업자들이 설치한 샹들리에와 격자무늬 구조물뿐이다.

어쩌다 휴가철이면 개울가에 다슬기 잡고 여치나 메뚜기를 보며 신기해하는 아이들을 보노라면 문명의 발달 속에 잊혀져 가는 자연의 풍경이 사뭇 아쉬울 때가 있다.

약 50년 전 이야기다. 당시 초등학교 여름방학 숙제로 곤충채집 이라는 게 있었다. 사각 투명 비닐박스 안에 매미, 잠자리, 나비 등 곤충을 잡고 핀으로 꽂아오는 과제물인데 죄 없는 잠자리 잡는 놀이에 빠져 해 저문 줄도 모르는 시절이었다.

어쩌다 나무위에 매미라도 잡을라치면 대단한 일이었고, 냇가에 송사리, 미꾸라지, 퉁가리는 물론 겨울이면 몸보신 한답시고 개울마다 해머로 바위를 두들겨 가며 개구리까지 모두 잡아먹던 시절이 분명히 있었다.

이때만 해도 인간과 동·식물은 어우러져 가는 삶의 조화를 이루었지만 세월이 2~30년을 훌쩍 지나면서 먹거리도 풍부해지고 굳이 잠자리·매미를 잡을 일도 없어지니 자라는 아이들이 온라인으로 다운받은 스마트폰에서조차 곤충이나 동·식물을 대할 일이 없어졌다.

당연히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지듯이 요즘 학생들에게 이런 것 아느냐고 물었다가는 되레 이상한 사람이 되고 만다. 물론 없어도 되고 알 일도 없겠지만 인간과 자연은 애초부터 하나였다.

어쩌다 문명이 조금 발달되었다고 인간이 자연의 조화를 무시해도 된다는 논리는 어디에도 없다. 이쯤하고 오늘은 생물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높이기 위해 국제연합이 제정한 기념일로 미래 세대를 위해 생물 다양성을 지키고 인간의 책임을 성찰하는 것을 목적으로 정한 날이다.

여기서 생물 다양성이란 생물학적인 다양성의 줄임말인데 생물 다양성은 생태계 다양성과 종 다양성, 유전자 다양성을 총괄하여 뜻하는 말이다.

먼저 생태계 다양성은 산과 호수, 강, 습지대, 사막, 산림 등 서식 환경의 다양성을 뜻하는데, 작금의 인간이 저지른 사고를 보면 천혜의 자연환경인 바다를 막아 간척지를 만드는가하면 강은 장마철마다 몰래 버린 폐수로 강바닥은 중금속으로 오염된 침전물이 악취를 풍긴다.

대표적인 예로 아산방조제, 시화방조제, 바다를 막아 일부가 호수가 되어 버린 시화호는 물론 많은 생태계가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파괴된 바 있다. 문제는 한번 훼손된 자연은 어떤식으로도 회복될 수 없다는 것이다.

생태계는 그렇다 치고 종 다양성과 유전적 다양성을 보면 더욱 가관이다. 아침이면 새벽녘 수탉이 홰를 치는 소리가 ‘꼬끼요’하며, 울음 치면 씨 암탉이 ‘꼬꼬댁’하며 따끈한 알을 하나씩 낳고 일찌감치 거둬들인 계란은 식기 전에 너도 나도 하나씩 양쪽 끝부분을 송곳니로 톡톡 깨어 쪽쪽 빨아 먹던 시절이 있었다.

노른자는 고소했고 흰자도 그냥 먹을만 했는데 언제부턴가 양계장에서 불을 껐다 켰다하며 사료에는 항생제를 넣어야 계란 생산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하루 한 개라는 공식을 깨고 3일에 2개를 낳아야 사료값과 인건비를 포함해 채산성이 맞아떨어지니 과거의 계란처럼 그 맛 일리 없다.

물론 모든 양계농가가 다 그런건 아니고 일부가 그렇다는 뜻이다. 막상 마트에 가보면 온간 미사여구를 다 동원해 친환경 계란이니 뭐니 하며 고객의 관심을 모으지만 모두가 다 특별하다면 보통의 계란은 누가 먹을까.

뿐만 아니라 씨 없는 수박이니 망고포도에 샤인머스켓이라는 신종 과일이 속속 출시되면서 유전자 변형에 대한 논란은 명확한 근거도 없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게 된다. 뿐인가. 겨울철이면 대하를 소금구이로 파는 임시 비닐하우스들이 제철을 만난 것처럼 성행한다.

동남아시아처럼 따뜻한 계절이 사시사철 유지되어야 키울 수 있는 대하가 대한민국처럼 겨울철 추운날 수족관에서 버티려면 이 또한 항생제를 먹어야 가능하다.

양식 물고기나 김 생산 어업 종사자들의 전언을 빌리자면 염산 뿌리지 않고 김 생산하는 게 쉽지 않으며 채소 납품하는 농가에서도 농약치지 않으면 잎사귀 푸르른 채소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돌이켜 이 모든 게 누구의 탓일까. 바로 소비자들의 자업자득이다.

섭취하는 모든 먹거리는 입으로 먹는 것이지 눈으로 먹는 게 아닐진대 막상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으려면 농약 팍팍 치고 항생제 왕창 퍼붓고 외국에서 수입하는 밀가루, 각종 먹거리는 수개월씩 운반과정에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방부제를 뿌리지 않을 수 없으니 해결책이라고는 우리 농산물, 무공해, 친환경으로 생산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소비자는 못생긴 과일, 조금 벌레 먹은 채소류를 선택해야 한다. 벌레도 못 먹는 채소를 사람이 먹으려니 온갖 현대병인 성행하는 것이고 생산자는 소비자의 눈에 들려고 정작 자신은 먹고 싶지 않은 농·축·수산물을 생산하게 되는 것이다.

오늘은 ‘생물 다양성 협약 발표 30주년’을 맞이한 날이다. 멸종되는 생물도 보존해야겠지만 있는 종류라도 잘 보존하고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고 공존하는 방법도 함께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오늘도 하루 종일 운전하다 퇴근하는 길목에는 어김없이 고라니 형제가 마중을 나오다 펄쩍거리며 달아나고 방충망을 용케도 통과한 왕거미와 자벌레가 기어들어오면 그러려니 하며 다치지 않게 숲으로 옮겨주다 보면 진정한 공존의 묘미를 체감하게 된다. 오늘은 별이 유난히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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