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정부, '한국으로부터 최대 80억달러(약 10조원) 유치 예정 보도?
우크라이나 정부, '한국으로부터 최대 80억달러(약 10조원) 유치 예정 보도?
  • 이익돈 기자 mickeylee@naver.com
  • 승인 2023.05.25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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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정부와 우크라이나 정부 간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에 관한 협정' 내용과 일치
- 우리 정부는 차관 규모와 조건 등에 대해서는 일체 함구하며, “사실무근’이라고 밝혀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참가하고 있는 삼부토건 로고. [사진=삼부토건/뉴스핌]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참가하고 있는 삼부토건 로고. [사진=삼부토건/뉴스핌]

[경인매일=이익돈기자] 지난 17일 우크라이나 정부는 '우크라이나, 한국으로부터 극도로 호의적인 조건으로 최대 80억달러(우리 돈 약 10조원) 유치 예정"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이 자료는 한국과 우크라이나 정부가 올레나 젤렌스카 영부인의 방한 중 한국 대외협력기금(EDCF)를 통한 차관 제공에 합의했다고 알렸다. 이 같은 발표는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가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만난 하루 뒤인 17일 가서명했다고 발표한 '대한민국 정부와 우크라이나 정부 간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에 관한 협정'의 내용과 일치한다.

이런 내용은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 보도에 이어 정부 관보에도 실렸다. 우크라이나 언론 TSN은 17일 오전 7시15분 ‘최대 80억 달러 지원: 한국, 우크라이나에 전례 없는 지원 예정’ 제목의 기사를 단독 보도했다고 한다.

또 우크라이나 정부의 공식 사이트인 ‘거버먼트 포털(Government Portal)’에서도 2시간 후 오전 9시 18분 ‘우크라이나, 압도적인 유리한 조건으로 한국으로부터 최대 80억 달러 유치’라며 관련 소식을 전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관보는 율리아 스비리덴코 제1부총리 겸 경제 장관이 ”대한민국이 대외경제협력기금 (EDCF) 산하 한국수출입은행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연 0.15% 금리로 최장 40년 동안 80억 달러의 차관을 지원하며 대출원금 상환 기간은 10년이 될 것”이라는 발언을 전했다.

우크라이나 관보는 한국으로부터 제공되는 최대 3억 달러 규모의 1차 차관을 올해 내로 받을 수 있을 거라 예상했으며, 그 기간은 이르면 다음 달로 예상되는 2단계 협정 체결 후 3~4개월 이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런 내용은 한국 안에서는 발표 또는 보도된 바가 전혀 없다. 젤렌스카 여사의 윤 대통령 면담과 관련한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의 16일 브리핑에서도 “젤렌스카가 한국의 지원 확대와 우크라이나 재건 동참을 당부했다”는 것 이외에 ‘10조 원 초 저리 융자로 우크라이나 지원’ 관련 내용은 일체 언급되지 않았다.

외교 사항의 경우 두 나라가 합의한 내용을 동시에 발표하는 게 외교 관례라면, 우크라이나만 상세 내용을 발표하고, 우리 나라는 피상적인 내용만을 발표했다는 것 자체 역시 매우 이례적이 아닐 수 없다고 본다. 

우리 나라 기획재정부의 17일 보도자료에서도 이런 불일치가 여실히 드러났다. 

‘한-우크라이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공여협정 가 서명 – 대외경제협력기금 (EDCF)을 통한 우크라이나 지원의 기반 마련’이란 제목의 이 보도자료는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이 당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방한한 우크라이나 제1부총리 겸 경제부 장관과 ‘대한민국 정부와 우크라이나 정부 간의 대외경제협력기금 자관에 관한 협정’(공여 협정)에 가 서명했다‘는 사실만을 전했을 뿐이었다.

또 이 보도자료는 “이번에 가 서명된 대외경제협력기금 공여 협정은 향후 양국의 국내 절차 및 정식 서명을 거쳐 발효될 예정이다”이라고만 했을 뿐이다. 구체적인 차관 규모와 조건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고 그 내용면에서 우크라이나 정부-언론의 발표와 크게 달랐다. 다만 참고 사항으로 지난 2월 외교부가 ‘향후 1억 3천만 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을 발표한 바 있다고만 언급했다.

그런데, 당초 외교부가 지원을 약속한 액수 1억 3천만 달러와 비교하면 이번에 우크라이나 측이 밝힌 액수는 약 62배나 된다. 당초발표 보다도 무려 약 62배나 증액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보도자료엔 관련 지원 규모나 구체적인 사항이 일절 언급되지 않은 것이 대단히 이례적이란 지적이다.

한편, 21일~23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는 우크라이나 재건 협력을 위한 고위급 면담이 열렸는데 이 자리에는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이 참석을 했으며, 건설회사 삼부토건이 초청받았다. 삼부토건의 최대 주주 디와이디는 “계열사 삼부토건의 임원진이 25일까지 폴란드 바르샤바 등에서 개최되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위한 포럼에 초청받았다”고 발표했다

또, 삼부토건은 우크라이나 요충지 마리우폴 시, 폴란드 건설회사 'F1 Family Holding LLC'와 재건사업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24일 발표했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진행된 이번 협약 체결에 따라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 복구 사업에 더욱 가열차게 불을 붙일 전망이다. 마리우폴은 우크라이나 최대 피해지역으로 면적은 244k㎡이고 인구는 전쟁 전 약 43만명으로 추산되는 곳이다. 

폴란드에 본사를 둔 F1 Family Holding LLC는 현재 우크라이나 부차(Bucha)지역에서 복구 사업을 진행중이다. 앞서 삼부토건은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 도시 중 코노토프 시와도 재건 사업 관련 포괄적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이 소식에 따라 삼부토건 주가는 23일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이면서 22일엔 상한가를 기록했고, 24일 오전에도 전날보다 17% 가까이 오른 가격에 거래가 시작됐다. 

삼부토건은 한 때 르네상스호텔에 본사를 두고 있었으며, 삼부토건의 실소유자인 조남욱 회장은 김건희 여사와의 여러 구설수에 올랐던 인물이란 점에서 세간의 의혹이 커지고 있다고 보인다.  

이번의 보도자료는 일부 국내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공유되며 큰 반향을 끌고 있으며, 우리 정부가 고의적으로 차관 규모를 축소 발표한 거 아니냐는(정확한 지원금액 발표를 숨긴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들린다.

그러나 우리 외교부는 우크라이나 정부 측의 주장이나 언론 보도가 "사실무근"이라면서 정식적으로 항의할 뜻을 밝혔다. 외교부는 우크라이나 측의 주장이 전혀 사실이 아니며, 협정의 내용과도 다르다고 해명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측이 발표한 숫자는 매우 부풀려진 것"이라며 "이번 협정의 서명 대상인 기획재정부에서 조치를 취할 예정" 이라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운영위원회 소속 오기형 민주당 의원은 "대규모 지원 사업이 국회에 보고 없이 추진되었다면 심각한 문제"라며, "사실이 아니더라도 우크라이나 측의 발표를 일주일 가까이 방치한 것이어서 외교적 참사"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한국 언론의 보도 이후 자료를 수정했다. 자료 제목을 비롯해 차관 최대 규모 및 2024년 지원분 관련 언급에서 금액 관련 내용이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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