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정경분리보다 더 심각한 정종분리
[덕암칼럼] 정경분리보다 더 심각한 정종분리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5.30 08: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사람이 먹고 자고 살아가는 과정에는 노동이라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일을 해야 돈을 벌고 돈이 있어야 필요한 걸 살 수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논리인데 이 논리가 무너질 때 무질서가 생기고 도덕과 인륜이 무너지며 정직하게 열심히 살려는 노력보다는 새치기가 성행하고 잔머리만 굴리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구분이 있어야 하는데 말만 무성하고 절대 고쳐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국회의원 겸직이다. 국회의원은 법을 세우고 고쳐서 국민들이 보다 윤택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입법 구성원이며 이 법을 기준으로 예산을 집행하고 법률에 근거하여 공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을 행정기관이라고 한다.

혹여 행정기관이 일을 제대로 안 하거나 엉뚱한 짓을 하면 가차없이 청문회에서 장관 격인 국무위원이나 국무총리까지 불러내 호통을 치며 진상을 따지기도 한다. 이래서 입법과 행정, 그리고 사법이 엄격히 구분되어야 하는데 현행 국회의원 겸직 관련 법에 따르면 총리나 장관을 겸직 해도 되도록 정해져 있다.

이미 이 점에 대해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논란은 오래 전부터 있었으나 논란만 무성할 뿐 지금까지 개정되지 않고 있다.

그러한 이면에는 행정기관의 수장인 대통령이 나라살림을 꾸려가려면 입법기관의 예산통과에 대한 동의가 있어야 하고 또 한편으로는 장관들이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 나라살림을 꾸려야 하는데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니 이러한 법이 개정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원칙은 어떠한가. 원칙은 적시적소에 전문적 기량을 갖춘 인재를 기용하여 관리의 책임자로 임명해야 하는데 내 사람을 심어놔야 쥐락펴락 할 수 있으니 알면서도 못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임명권자의 판단은 매우 중요하지만 거대 양당 간의 힘의 견제에서 밀리지 않아야 하니 일 잘하는 사람보다는 대통령의 방침에 잘 따라 주는 인물이 필요하고 그러한 폐단이 지금까지 역대 대통령들의 국회의원과 장관 겸직이라는 병폐를 이어오는 증거라 할 수 있겠다.

이것이 바로 분리 되지 않고 뒤섞은 과정이 낳은 오류이며 그 오류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인 것이다. 역량이 부족한 인물이 자리를 차지하면 그 조직이 제 기능을 못 하고 너도나도 임기동안 해먹기 바쁠 수밖에 없으며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소신과 열정보다는 코드가 맞는 다음 관리자가 올 때까지 소나기만 피해가길 바라게 되는 것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가 퇴임 전 미리 심어놓은 관료들이 여전히 버티고 있다 보니 윤석열 정부에서 눈 빠지게 기다리는 인사들도 임기 만료 때까지 방법이 없는 것이며 이러한 폐단은 지방으로 갈수록 대동소이한 편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시의원이 시청 국장자리에 앉아 겸직하며 예산편성이나 심의와 통과까지 상호 견제의 역할을 해야 함에도 통째로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도 알게 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나라꼴이 이러니 지역의 토호세력도 한통속이라 할 수 있는 것이며 우매한 국민들만 허덕이는 것이다. 다음 오늘의 논제인 ‘정경분리’란 말이 왜 나오게 되었을까. 정치와 경제가 분리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경제는 행정의 인·허가, 규제, 단속 등과 연관되어 있으니 사실상 정치가 행정의 윗선으로서 경제의 멱살을 잡고 있는 격이다.

이 과정에서 정치를 하려면 돈이 필요하고 서민들 털어봐야 답 안 나오니 돈 많은 경제인들을 온갖 방법으로 터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故 노무현 前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청문회에서 故 정주영 회장에게 정치인들에게 돈을 바치면서 얻은 특혜를 따져 물었을 때 온 국민이 보는 앞에서 실토한 장면이 있었다.

그땐 그랬다. 대놓고 말했던 것이 지금은 돌고 돌아 티 안 나게 챙기는데도 여기저기서 돈 봉투가 돌아다니다 언론에 보도되고 로비스트들의 각종 국책사업 개입 여부는 공공연한 비밀이 되었다.

어차피 정해진 예산에 누가 해도 할 일을 누군가 하면 되는 것이고 누가 먹어도 먹을 돈을 나눠먹는 것은 각자의 재량이지만 부풀려 지거나 낮게 책정해서 아낄 수 있는 돈까지 펑펑 써 댄다면 그건 아니다.

줄일 수 있는 돈을 밝히려니 일반 국민들은 사는 게 바쁘고 시민단체나 NGO 등 각종 감시기구들과 언론들이 이를 파헤치는 소임을 해야 하는데 정부 예산의 사회단체 보조금이나 방송, 언론사 행정 광고비를 찾아보면 제 역할을 했다고 확신하기 불편한 것이다.

지금도 모든 공공기관의 업무추진비나 공기업의 판공비 내역을 보면 산해진미를 찾아다니며 누구의 입을 막았는지 실명만 없을 뿐 적나라하다. 끝으로 ‘정종분리’에 대해 함께 공감대 형성을 기대해 본다.

현재 대한민국의 최대 병폐는 지역감정이다. 제 아무리 아니라 해도 광복이후 7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선거때마다 망령처럼 살아난다. 게다가 여야, 보수와 진보로 갈라진 이념적 분리는 물론 종교간 대치 상황은 국가 분단에서 영혼까지 분리되는 현상이 현재진행형이다.

국공립연주단체에서 베토벤과 헨델, 베르디 등 클래식의 거장들의 곡을 연주하면 불교계에서 교회 성가대냐는 비난을 하고 개신교의 신도들이 뱉은 말이 시비되어 불교계가 들썩이기도 했다.

개인 간의 싸움에도 극에 달하면 너랑나랑 절교라는 말로 절과 교회는 물과 기름같은 사이로 표현됐다. 하다못해 부처님 오신날 조계사 앞에서 전도행위를 하고 연등 철거를 주장하는 촌극도 있었고 당초 하나님의 사랑과 부처님의 자비는 온데 간 데 없는 듯했다.

통계에 의하면 국민의 절반이 신앙을 갖고 있지만 일부 종교인들이 자기가 믿는 종교만 옳다는 식의 태도로 타 종교를 폄하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우리나라는 천주교와 개신교 신자를 비롯해 불교, 유교, 천도교, 원불교 등 6대 종교가 각 교별로 존재하는데 통계상 개신교 15%, 불교 16.3%, 천주교 5.1%로 무종교가 63.4%로 집계됐다.

이전의 통계와 비교하자면 해를 더할수록 무종교 인구가 늘고 있다. 그 원인에 정치와 종교가 분리가 되지 않은 현실이 한몫하고 있다.

부처님 오신 날이면 인근 사찰에 쫓아가 스님과 함께 사진을 찍고 성탄절이면 개신교 신자로 돌변하는 정치인들을 보면서 신자들을 유권자로 판단하는 후보들이 정치 종교를 분리하지 않는 한 지역감정 다음으로 위험한 선거도구로 전락할 것이다.

성직자들이 정치인을 통한 행정기관의 특혜를 배제하지 않는 한 누군가의 이득은 돌고 돌아 누군가의 손해로 귀결되는 희생양이 될 뿐이다. 헌금이 교회에서 세탁되거나 사찰의 시주가 영수증 하나 없이 후보의 선거자금으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이나 목사나 주지의 뉘앙스가 표를 몰아주는 힌트가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당연히 다 그런건 아니지만 혹여 명예훼손으로 문제 삼는 자가 있다면 그 사람이 이번 칼럼의 주인공이자 스스로 무덤을 파는 종교인이며 정치인인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